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원제 : Una Última Carta)
안토니스 파파테오도울로우 | 그림 이리스 사마르치 | 옮김 성초림 | 길벗어린이
(발행 : 2020/08/22)


요즘은 주문한 물건을 가져다 주는 ‘우체국 택배 아저씨’로 더 많이 불리우지만 예전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우체부 아저씨’를 온동네가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문에 달린 우체통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귀기울이면서 말이죠.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바로 그 우체부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은 섬에서 일하는 딱 한 명뿐인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행복한 소식 함께 들어볼까요? 💌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전화도 이메일도 없고 모든 소식은 오로지 우체부 아저씨가 걸어다니며 전해주던 시절 어느 작은 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섬에 딱 하나뿐인 우체국, 찾으셨나요? 그림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그림책으로 직접 보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섬 맨 왼쪽 바닷가에 나무 한 그루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작은 우체국. 오늘은 이 섬에 딱 하나뿐인 우체국의 유일한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입니다.

코스타스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섬마을 주민들에게 전해줄 편지들을 가방에 담고 우체국을 나섭니다. 낯익은 풍경, 눈 감고도 찾아다닐 골목길과 언덕들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정겹게 느껴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그동안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봅니다.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반가운 소식들은 아주 가벼워서
코스타스 씨는 한 번에 백 개라도 들고 갈 수 있었어요.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나쁜 소식은 딱 한 개라도
너무 무거워서 배달하기가 정말 힘들었지요.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코스타스 씨가 큰소리로 편지를 읽으면
편지 속 글자들은 어느새 소중한 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죠.

전화도 이메일도 없던 시절 사람들과 세상을 연결시켜주던 유일한 수단 편지.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소중한 이들의 소식이 담겨진 편지들을 전하며 코스타스 아저씨는 섬마을 사람들에게 함께 웃어주는 다정한 이웃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곁에 가만히 앉아 슬픔을 덜어주는 따뜻한 이웃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오늘은 사람들에게 편지뿐만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는 마지막 날이라는 소식도 전해야 해서 아저씨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런데 오십 년 동안 늘 집에서 아저씨를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이 오늘은 단 한 명도 보이지를 않습니다. 코스타스 아저씨는 참 이상하다 생각하며 편지들을 닫힌 문 아래 틈으로 밀어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마을 사람들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날의 마지막 편지까지 전달하고 난 코스타스 아저씨는 텅 빈 우편가방을 내려놓고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상하네… 생각하면서, 이대로 마을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게 된 걸 아쉬워 하면서 말이죠.

그 때 나뭇잎 하나가 또르르 아저씨의 우편물 가방 안으로 떨어집니다. 무심코 나뭇잎을 꺼내려던 아저씨는 가방 바닥에 남겨진 편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편지에는 발신인이나 수신인도 없이 ‘황금모래해변’이라고 주소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어요.

코스타스 아저씨는 피곤했지만 이 마지막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다시 일어납니다. 분명 이 편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받는 사람 이름도 주소도 없이 ‘황금모래해변’이라고만 적혀 있는 걸 보고 다들 눈치 채셨죠? 그 편지는 바로 코스타스 아저씨를 위한 고별 파티의 초대장이었다는 걸.

편지와 엽서로 만든 가랜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코스타스 아저씨’라고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만든 꼬맹이의 감사 카드,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정든 얼굴들. 코스타스 아저씨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행복한 시간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종종 잊곤 합니다. 클릭 몇 번이면 주문한 물건을 다음 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익숙한 편리함 뒤에 밤새도록 땀흘리는 이들의 수고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스크가 답답하다, 거리두기로 인해 힘들다는 불평 섞인 생각을 하는 그 순간에도 숨 막히는 방역복을 입은 채 고생하는 의료진들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코스타스 아저씨 같은 우체부, 택배원,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과 군인… 우리들의 익숙한 일상을 위해 묵묵히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을 잊지 않고 그들 또한 우리의 소중한 이웃임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작은 섬마을 사람들에게 행복한 희망을 전하는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나의 익숙한 일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그림책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였습니다.


함께 읽어 보세요 : 바다 우체부 아저씨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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