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든 사이에

우리가 잠든 사이에

(원제 : While You’re Sleeping)
믹 잭슨 | 그림 존 브로들리 | 옮김 김지은 | 봄볕
(발행 : 2020/12/01)

※ 202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아늑한 침대 위에서 아이가 토끼 인형을 안고 깊은 잠에 빠져있어요. 자장자장 별빛도 달빛도 자장가를 불러줄 것 같은 한밤, 밤잠 없는 고양이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저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깊은 밤, 깊은 잠. 어쩌면 나도 매일 밤 저렇게 침대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하늘을 나는 침대를 타고 세상 누구든 만나 신나게 놀다가 아침이면 제자리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그런 상상을요. 😀

“우리가 잠든 사이에”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째깍째깍 한밤에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세상도 그렇게 함께 흘러가지요.

우리가 잠든 사이에

아!
아늑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는 건 참 좋아.
스르르 눈이 감기는 기분은 정말 좋아.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아늑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는 건, 하… 말이 필요 없는 행복이지요. 할 일을 모두 마치지 못했더라도 아늑한 이불 속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못다 읽은 책을 곁에 두고 스르르 잠든 아이, 살그머니 아이를 보러 온 아빠의 온화한 미소. 이렇게 바쁜 하루가 끝나고 평화의 밤이 찾아왔어요. 하지만 밤에 깨어나 세상을 움직이는 또 다른 이들이 있으니…

우리가 잠든 사이에

누군가는 아침이 오기 전 열차와 버스를 청소하느라 바빠요. 누군가는 거리와 가게를 청소하고 또 누군가는 화물 트럭으로 밤새 물건을 나른답니다. 한밤중 부지런한 누군가의 수고로 택배와 우편물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또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로 밤새 맛난 빵이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밤새도록 필요한 물건을 파는 가게며 식당, 카페, 일찍 일하러 가는 이를 태우는 택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밤새 대기 중인 소방관들, 아픈 환자를 돌보는 병원, 밤낮을 가리지 못하는 아기를 돌보는 엄마 아빠, 밤에 깨어나는 동물들, 먼 바다로 일하러 떠나는 통통배. 도시에서 마을로 거리로 집으로 숲으로, 바다로… 밤을 여는 이들로 세상은 또 다른 활기가 넘쳐납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

혹시라도 한밤중 깨어나 혼자라서 외롭고 두렵다면 잠시 생각해 보는 거예요.

그럴 때면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봐.
밤을 살아가는 동물들을 떠올려 봐.
가게, 소방서와 병원
24시간 식당과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봐.

지구 반대편에서 무언가를 하느라 바쁜 낮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 밤새 일하고 돌아와 아늑한 잠자리에서 기분 좋은 꿈을 꾸게 될, 곤히 자고 일어나 밝고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할 그들과 우리는 매 순간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어둠, 고립과 두려움, 외로움으로 인식되는 밤의 세계를 세상 모든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연결로 바꾸어 놓은 그림책 “우리가 잠든 사이에”,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세상 곳곳 모든 존재들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하루를 마감하며 기분 좋게 아늑한 이불 속으로 쏘옥~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요. 고마운 일상이 넉넉하고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 안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우리를 세상과 연결해 줍니다. 내가 있다는 것, 네가 있다는 것, 우리가 여기 함께 있다는 건 정말 커다란 축복이에요. ‘덕분에’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시간입니다. 👍✋

다양한 장소, 다양한 직업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등장하며 평화와 화합, 연대의 힘을 이야기하는 이 그림책에 단 한 가지 오류가 있었다고 해요. 한글판 출간을 위해 가져온 원화에는 가게에서 일하는 동양인 점원의 눈을 찢어진 눈매로 그렸다고 합니다. 다행인 건 김지은 번역가가 이 부분을 지적해 출판사에서 저작권사에 수정 요청을 했고 일러스트레이터 존 브로들리가 민감한 문제임을 인식해 기꺼이 다시 그려주었다고 해요. 번역가와 출판사의 세심하고 꼼꼼한 책임감이 돋보입니다.

👀 그림책을 읽고 아래 장면을 찾아보세요.

  1. 아이가 펼치고 잠이 든 책은 이 그림책의 한 장면입니다. 어느 페이지인지 한 번 찾아보세요.
  2. 아이의 엄마 아빠는 그림책 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책 속에서 이들을 찾아보세요.
  3. 서점을 청소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책을 살펴보세요. 어린 시절 톨킨을 좋아했던 작가는 이 장면에 “호빗”의 책 표지를 넣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책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구요. “해리 포터” 표지도 등장해요. 마더 구스에 자주 나오는 “Humpty Dumpty” 외 나머지 한 권은 어떤 책일까요? 누구든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명한 그림책이니 찾아보세요.

※ 함께 읽어 보세요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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