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너구리네 봄맞이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권정생 | 그림 송진헌 | 길벗어린이
(발행 : 2001/12/01)


2월 달력을 미리 넘겨보다 입춘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알았어요(2월 3일). ‘입춘’이란 두 글자에 마음은 벌써 저만치 앞서 봄 마중 나갔다 돌아왔습니다.

“아기너구리네 봄맞이”는 우리 아동문학의 큰 별인 권정생 선생님의 글에 송진헌 작가의 섬세한 세밀화로 완성된 그림책입니다. 혹한의 겨울산, 어느 산기슭 컴컴한 굴에서 겨울잠에 빠져든 너구리 가족, 그 구석진 곳에도 때가 되면 잊지 않고 봄이 찾아갈까요? 세상 모든 존재를 아낌없이 사랑했었던 권정생 선생님의 각별한 시선을 따라 한겨울 설산을 함께 여행해요. 그리고 우리 함께 미리 봄맞이 나가 보아요.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한겨울 산속 작은 굴속에서 가족과 함께 겨울잠을 자던 막내 아기너구리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어두운 굴속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자 잠들었던 가족이 모두 깨어났어요. 무서워하는 아기 너구리를 엄마너구리가 토닥여 달래줍니다.

“엄마, 우리 언제 밖으로 나가요?”
“아직 안 돼. 봄이 와야만 나갈 수 있단다.”
“봄은 언제 와요?”
“조금만 더 자고 있으면 금방 온단다.”

어른들의 ‘조금’은 얼마큼일까요?😁 모두들 다시 잠들었지만 아기너구리 삼남매는 그만 잠이 달아나버렸어요. 두 눈이 말똥말똥,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똥구멍이 간질간질… 잠든 어른들 몰래 너구리 삼 남매는 밖에 나가보기로 했어요.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아기너구리들은 하얀 찔레 꽃잎처럼 떨어지는 차가운 눈송이가 무언지 궁금했어요. 지난가을 보았던 풍경과는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 신기한지 아기너구리들은 좁은 문밖으로 얼굴을 모으고 바라봅니다.

모두가 그렇게 눈보라를 맞으면서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었어요.

포근하고 안전해 보이는 너구리 굴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세상을 구경하는 아기너구리들의 정겨운 풍경에 왠지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동생과 함께 바라보던 어린 시절 기억이 스치듯 떠올라 웃음이 났어요. 그 시절 우리도 저 어린 너구리들 만큼이나 귀여웠겠지요.

잠깐의 일탈을 끝으로 아기너구리들은 굴속으로 돌아와 엄마 곁에서 다시 잠을 청했어요. 봄나들이 가는 꿈을 꾸면서. 시간이 흘러 다시 봄이 찾아왔어요. 굴 밖에서 비릿한 봄 냄새가 풍겨오자 너구리들도 잠에서 깨어났어요.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기지개를 켜고 굴 밖을 나서는 너구리 가족들. 아기너구리들은 숨이 막힐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굴 문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봄 냄새가 향그럽게 불어 들어왔어요.

둥글게 이어지는 능선이며 너구리들이 겨울잠 자는 둥그스름한 굴, 그리고 너구리 굴같이 둥그런 원 안에 들어간 글자들, 둥글둥글 순하고 사랑스러운 너구리들처럼 그림책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둥근 선이 따뜻한 이야기를 더욱 포근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아기너구리들이 만난 봄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지난 겨울 보았던 눈보라는 간데없고 졸졸졸 개울물 흐르는 기슭에 버들강아지가 피어 있었어요, 산등성이엔 분홍 진달래가, 골짜기 아래엔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지저귀며 날아가는 새들. 시원한 계곡물로 갈증을 푼 너구리 가족은 연둣빛 바람이 폴폴 부는 산등성이를 힘껏 달려갑니다. 봄이 다시 찾아왔어요.

회색빛 면지로 문을 연 겨울 풍경은 노란색 고운 빛깔 뒷면지로 봄을 불러오며 이야기가 막을 내립니다. 뒤표지 흐드러진 진달래꽃 옆에서 잠든 아기너구리를 찾아보세요. 지난겨울 못다 잔 잠을 포근한 봄볕 아래 풀어놓고 있나 봐요. 간밤엔 안 자겠다 실컷 떼써놓고는 낮 시간 꼬박꼬박 졸고 있는 우리 아이들처럼요.

오동통 사랑스러운 너구리들이 봄 맞으러 나가는 그 마음속에 서려있을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들, 이토록 혹독한 겨울을 보내며 다가올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우리들 마음 같습니다. 봄은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이토록 간절하게 봄을 기다리고 있는지.

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건네는 아름다운 선물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조금만 더 자고 있으면 금방 온단다’ 엄마너구리 말처럼 한숨 푹 자고 나면 봄이 코앞에 와있기를… 상쾌하고 건강한 바람과 함께…


📚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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