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원제 : I Talk Like A River)
조던 스콧 | 그림 시드니 스미스 | 옮김 김지은 | 책읽는곰
(발행 : 2021/01/15)


그림책 제목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어요. ‘강물처럼 말한다는 건 어떤 걸까?’

한 아이가 있었어요. 아침에 깨어나 밥 먹고 학교에 가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그런데요, 이 아이는 어딘가 좀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어요. 물론 우린 저마다 다 달라요. 똑같은 하늘을 보고도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습관도 모두 다 다르지요. 평범해 보이는 이 아이는 말을 꺼내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요. 꺼내놓고 싶은 말들은 늘 목구멍에, 혀끝에 걸려있었어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나는 아침마다 나를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나요.

그리고 나는 그 어떤 것도
말할 수가 없어요.

창문에 희뿌옇게 비친 아이 모습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 같아요. 소리 없이 아침밥을 먹고 말없이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아이는 너무나 고독해 보입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학교에서는 말을 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늘 맨 뒷자리에 앉아요. 선생님이 아이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면 모두들 아이를 돌아다봐요.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을 견디는 건 너무나 힘들어요.

왼쪽 페이지는 뒷자리에 앉은 아이가 바라보는 교실 풍경을 묘사했어요.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평범한 교실 풍경이에요. 오른쪽 그림은 모두의 시선이 아이에게 집중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어요. 일시에 타인의 시선이 집중되면 긴장감은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긴장, 당황, 불편한 마음에 머릿속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흐려지는 순간을 번지듯 흐릿하게 표현했어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낸 날,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강가로 갔어요. 강을 따라 걷는 동안에도 아이 머릿속에는 악몽 같았던 순간이 자꾸만 맴돌았어요. 뒤틀리는 입술을 지켜보던 그 많은 눈, 키득 거리며 비웃던 그 많은 입들…  슬픔에 사로잡힌 아이를 달래면서 아빠가 말했어요.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나는 강물을 보았어요.

아빠의 말에 아이는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았어요. 물살에 따라 흐름에 따라 굽이치다가 소용돌이치고 부딪치며 흘러가는 강물.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두 눈을 감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아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대문 접지를 펼치면 찬란하게 빛나는 강물이 아이 안에서 흐르고 있어요.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강물, 소용돌이치고 굽이치고 부딪치면서 당당하게 흘러가는 강물, 있는 그대로의 강을 온전히 느껴보는 나. 아이는 울고 싶을 때마다 말하기 싫을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립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그날 아빠의 말에 아이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관점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또 하루가 밝아오고 아침이 찾아왔어요. 침대 머리맡에 강물 그림이 한 점 걸려있어요. 그림 위에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고 쓴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수줍은 얼굴로 아이는 발표를 하기 위해 칠판 앞으로 나가 섰어요. 수줍게 상기된 얼굴, 살포시 감은 두 눈. 여전히 한 마디 한 마디 말이 되어 나오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제 아이는 맨 뒷자리에 앉아 마냥 가슴 졸이던 그 아이가 아니에요.

글을 쓴 조던 스콧은 어린 시절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뒷면 한 페이지를 할애해 빼곡히 쓴 진솔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감동적입니다.

아버지는 강물을 가리키며 강물의 이미지와 언어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리고 강물 같은 내 은밀한 두려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셨어요. 아버지는 자연의 움직임 속에도 내가 더듬거리면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덕분에 나는 내 입이 바깥세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어요.

– 조던 스콧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온전히 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누구보다 나 스스로에게 친절하기.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법 아닐까요? ‘나는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이에요’ 당당히 말하는 조던 스콧처럼요.

풍부한 일러스트와 묵직한 이야기로 전하는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본연의 자기 모습을 마주하고 그 모습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아닐까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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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John
2021/02/05 12:02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부끄러워도 부끄러움을 안고 부끄러워하며 살아가기

설날~ 맛있는 떡국 한 그릇 드시고
행복한 가족들과 함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1/02/05 12:23
답글 to  John

John 님, 고맙습니다 ^^
건강하고 행복한 설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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