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원제 : Sam, Bangs & Moonshine)
글/그림 에벌린 네스 | 옮김 엄혜숙 | 문학동네
(발행 : 2007/11/12)

※ 1967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1967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에벌린 네스의 작품입니다. 원서 제목 “Sam, Bangs & Moonshine”에 등장하는 ‘Sam’은 이 그림책의 주인공 몽상가 소녀의 이름이에요. ‘Bangs’는 샘의 고양이 이름이구요. ‘Moonshine’은 달빛이란 뜻도 있지만 공상, 터무니없는 말이란 뜻도 가지고 있어요. 이 그림책에서는 ‘Moonshine’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림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문샤인,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끝까지 꼼꼼히 살펴보세요.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어부의 어린 딸 샘은 희한한 이야기를 꾸며 대는 버릇이 있었어요. 엄마는 이미 죽었고 집에는 늙은 고양이 뱅스만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엄마가 인어라고 말했고 집에 사나운 사자랑 아기캥거루가 있다고 말하곤 했어요. 아침 일찍, 고깃배를 타고 떠나기 전 아빠는 샘을 꼭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오늘은 말이야. 기분을 바꿔서, 공상 말고 사실을 말해 보렴. 공상은 재난을 불러 온단다.”

온종일 혼자 지내는 샘에게 공상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친구일지도 모릅니다. 샘에게 현관문 앞에 놓여있는 낡은 깔개는 용이 이끄는 멋진 이륜마차고 늙은 고양이 뱅스는 언제든 사람처럼 말할 수 있는 존재였어요. 그러니 공상을 금지하는 아빠의 말이 샘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지요.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샘의 유일한 친구 토마스는 조금 달랐어요.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토마스는 언제나 샘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주는 아이였거든요.

어느 날 샘이 지어낸 말을 믿고 토마스는 아기캥거루를 찾으러 바닷가 동굴을 찾아갑니다. 함께 있던 고양이 뱅스도 토마스를 따라가고 나자 샘은 밀물이 밀려들어 토마스와 뱅스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늘 하고 놀던 상상 놀이도 오늘은 잘되지 않았어요. 샘의 머릿속에는 오직 뱅스와 토마스 걱정뿐이었어요.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날씨가 점점 사나워지더니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그날 밤 아빠는 폭풍우 속에서 토마스를 구했지만 고양이 뱅스는 찾을 수 없었어요. 거짓말처럼 사라진 고양이 뱅스, 흐르는 눈물 속에서 샘은 아빠가 누누이 이야기했던 사실과 공상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샘이 눈물로 밤을 보내고 있을 때 고양이 뱅스가 나타났어요. 온몸이 비에 흠뻑 젖은 채.

터무니없는 공상 때문에 소중한 뱅스와 토마스를 잃을 뻔한 샘. 무사히 돌아온 고양이 뱅스는 공상이 아니에요. 친구 토마스와 아빠는 두 말할 필요도 없구요.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폭풍우가 휘몰고 간 다음 날 아침 가벼운 발걸음으로 샘은 후두염에 걸린 토마스를 만나러 갑니다. 샘은 아빠가 준 아기캥거루를 꼭 닮은 황무지쥐를 토마스에게 선물로 주었어요. 토마스는 샘이 건넨 선물을 보고 물었어요.

“어어어어어 이-르-미 뭐-어-야?” 토마스가 외쳤어요.
“문샤인이야.” 샘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뱅스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답니다.

황무지쥐의 이름이 바로 문샤인~ 원제 “Sam, Bangs & Moonshine”에 등장하는 그 문샤인이에요. 공상 때문에 벌어진 사건. 그리고 공상으로 일어난 사건을 마무리하는 선물, 문샤인. 샘은 이런 의미를 담아 캥거루를 닮은 황무지쥐의 이름을 문샤인이라고 지은 게 아닐까요? 더 절묘한 건 ‘쾅 닫다’라는 의미를 가진 ‘bang’에서 온 고양이 이름 ‘bangs’가 공상가 샘과 문샤인 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이에요. ^^ (고양이 뱅스 덕분에 샘은 현실과 헛된 공상을 구분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지요.)

한 아이의 성장의 순간을 탄탄한 스토리와 멋진 그림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그림책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강렬하고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 에벌린 네스는 목판 기술, 실크스크린 날염법, 잉크 튀기기 같은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현실이 힘들고 외로울 때 우리는 환상이라는 대안을 찾아 도피합니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 우린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에서 제대로 잘 놀고 돌아와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 이 그림책은 현재 절판된 도서입니다. 가까운 도서관이나 헌책방을 이용해 감상해 보세요.


내 오랜 그림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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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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