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야 하나요?

착해야 하나요?

(원제 : The Goody)
글/그림 로렌 차일드 | 옮김 장미란 | 책읽는곰
(발행 : 2021/02/05)


“착해야 하나요?” 만약 우리 아이가 이렇게 묻는다면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요? 혹시나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착하지’, ‘착해야 한다’라는 말을 달고 산 건 아닌지, 나 역시 그런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자란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어요. ‘나는 착한 사람인가?’, ‘착하다는 기준이 뭐지?’하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착하다는 말이 만만해 보인다는 말 같아 별로라는 친구 말도 떠올랐어요.

로렌 차일드는 이 어려운 질문을 그림책에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착해야 하나요?

오빠인 유진은 누가 보아도 정말 정말 착한 아이예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다 할 뿐만 아니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착한 일을 하는 그런 아이죠. 싫어하는 브로콜리도 남김없이 먹고 잘 시간이 되면 정확히 잠자리에 드는 아이, 금요일이면 꼬박꼬박 토끼장을 청소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유진의 주변은 언제나 반듯하고 깔끔하며 깨끗해요.

이런 아이를 우린 보통 ‘모범생’이라 부르지요. 이야, 우리 아이가 유진 같았으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유진의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진에게 ‘착한 아이’ 배지도 달아주었어요. 자기가 착한 아이라는 사실을 유진이 절대로 잊지 않게 하려고요.

착해야 하나요?

반면 유진의 여동생 제시는 착한 것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아이였어요.  표정만 보고도 제시가 어떤 아이인지 짐작이 가지 않나요? ^^

제시는 착한 아이가 아니었어요.
다들 그렇게 말했어요.
제시도 그 사실을 잊지 않았고요.

다들 나쁜 아이라고 하는데,
굳이 착하게 굴 필요가 있나요?

모두들 제시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브로콜리는 먹든지 말든지, 유진과 번갈아 청소하기로 약속한 토끼장을 치우든지 말든지, 과자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흘려가며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든지 말든지. 제시는 원래 그런 아이니까요.착해야 하나요?

어느 날 유진이 어른들에게 물었어요. 왜 제시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그러자 제시는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아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죠. 그날 밤 유진은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착한 아이가 되어 봤자 좋을 게 뭐람?’

착한 아이 유진이 제멋대로 굴기 시작합니다. 천방지축 제시처럼요. 제멋대로 구는 유진을 제시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달라진 유진을 보는 엄마 아빠 역시 무척이나 걱정스러워 보입니다. 유진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체한 듯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착한 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던 유진과 ‘나쁜 아이’ 프레임이 덧씌워진 제시. 그림책을 보면서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착한 아이’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기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유진을 보면서 우리 아이 혹은 나를 비추어 생각해 보세요. 내가 편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착한 아이’ 프레임을 씌워 그 틀에 가두어 놓은 건 아닌지. 어쩌면 내가 그 틀에 갇혀 살았던 건 아닌지 말이죠.

유진과 제시가 토끼장 앞에서 화해하는 장면에 나오는 이 문장이 저는 참 좋았어요.

“뭐, 오빠는 워낙 착하잖아.
토끼장 청소도 대신해 주고.”
제시의 말에 유진이 대꾸했어요.
“착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청소한 거 아니야.
토끼가 뛰어놀라고 그런 거야.”

착한 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닌 내가 진심으로 좋아서 하는 것.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엉망이 된 토끼장을 청소하는 동안 유진은 착하다는 것의 본 뜻을 깨달았을 거예요. 제시는 그런 오빠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여전히 제시는 제시고 유진은 유진입니다. 하지만 둘은 분명히 달라졌어요.

페이지마다 빨간 글자로 쓰인 문장이 내면의 소리가 되어 우리를 따라다닙니다. 그 말을 조용히 곱씹어 보면서 다시 찬찬히 읽어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착함과 나쁨의 기준을 곱씹어 보게 만드는 그림책 “착해야 하나요?”, ‘goody’는 ‘착한 사람’이란 뜻이지만 ‘goody’가 하나 더 붙어 ‘goody-goody’가 되면 착한 체하는 사람’이란 뜻이 됩니다. 깔끔하게 ‘goody’ 정도로 살고 싶어요. (물론 여기서 ‘goody’는 내 멋대로 기준입니다.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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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은
김민은
2021/02/26 16:05

아, 너무 공감가는 그림책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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