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형이야

내 인형이야

(원제 : Dogger)
글/그림 셜리 휴즈 | 옮김 조숙은 | 보림
(발행 : 2003/10/25)

※ 1977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 1977년 초판 출간
※ 이 그림책은 현재 절판되었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셜리 휴즈. 우리에게는 앨피 시리즈(“앨피가 일등이에요”)로 잘 알려졌지만 영국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한 그림책은 바로 오늘 소개할 “내 인형이야”입니다.

※ 2007년에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50주년을 맞아서 선정 위원들이 그동안의 수상작 중에서 Top 10을 선정하고 독자들의 투표로 ‘Greenaway of Greenaways’를 뽑은 적이 있었는데, 이 때 26%로 1등을 한 게 바로 이 책입니다. 참고로 2등은 25% 득표한 자넷 앨버그와 앨런 앨버그의 “Each Peach Pear Plum”이었습니다. 자넷과 앨런 부부의 그림책은 우리 딸아이가 하도 좋아해서 “우체부 아저씨와 비밀 편지”, “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스”, “지렁이 책” 등 빼놓지 않고 봤는데 이 책은 아쉽게도 한글판이 아직 나오질 않았네요.

참고로 “내 인형이야”는 영국에서는 “Dogger”, 미국에서는 “David and Dog”라는 제목으로 각각 출간되었습니다.

내 인형이야

몽이는 데이브가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 인형입니다. 어딜 가건 늘 몽이를 데리고 다녔죠. 추운 날에는 담요로 폭 감싸주기도 했고, 심지어 진짜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기도 했어요. 막 이가 나기 시작한 동생 조는 잘근잘근 씹어대기 좋은 딱딱한 장난감들을 좋아했고, 누나 벨라는 곰 인형들을 좋아했어요. 벨라는 잘 때 곰 인형 일곱 개를 조르르 놓고 자느라 자신이 누울 자리가 없어서 벽에 꼭 붙어서 잤어요. 하지만 데이브는 몽이만 좋아해서 몽이하고만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내 인형이야

어느 날 오후 누나 벨라를 데리러 엄마와 동생 조와 함께 학교에 간 데이브. 당연히 몽이를 꼭 끌어안고 엄마를 졸졸 따라갔죠. 마침 학교에선 바자회 준비가 한창이었어요. 아저씨들이 높다란 사다리를 놓고 알록달록한 깃발들을 매다는 모습을 몽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데이브. 울타리 틈으로 몽이를 들이밀고는 높이 치켜드는 순간 학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누나 벨라가 아이스크림 사달라며 달려 왔구요.

내 인형이야

누나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서 동생 한 입 자기 한 입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집으로 돌아온 데이브. 간식을 먹고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는 내내 뭔가 좀 허전했던 데이브. 그리고 마침내 잠자리에 들 때가 되어서야 그 허전함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몽이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몽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바로 앞 장면에서 찾아보세요. ^^

내 인형이야

늦은 시간이었지만 가족들 모두 데이브와 똑같은 마음으로 사라진 몽이를 걱정해주었고, 데이브와 똑같은 간절함으로 몽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몽이. 어쩔 수 없이 일단 오늘 밤은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죠. 다정한 벨라 누나는 자기가 아끼는 일곱 개의 곰 인형 중 하나를 선뜻 데이브에게 주었어요.

하지만… 누나가 준 곰 인형은 발치로 밀어낸 채 잠 못 이루는 데이브의 표정…

내 인형이야

다음 날 가족들은 모두 학교에서 열리는 바자회에 갔습니다. 운동장에는 온갖 가게가 열렸고 볼거리가 가득했어요. 가장행렬도 열렸고, 숟가락에 달걀 얹고 달리기, 외발 수레 달리기, 아버지 달리기 등등. 바자회라기보다는 마을 잔치 같네요.

내 인형이야

달리기를 잘하는 벨라 누나는 이인삼각 달리기에서 일등을 했어요. 그리고 제비뽑기에서 또 일등을 뽑아서 예쁜 파란색 리본을 맨 데이브만큼이나 커다란 곰 인형을 선물로 받았죠. 하지만 데이브는 기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꾸 상을 타는 누나가 얄미워졌고, 누나가 상으로 받은 그 곰 인형도 맘에 들지 않았어요. 두 손을 모두 바지 주머니에 꽂고 고개를 푹 떨군 채 걷고 있는 데이브…

내 인형이야

그 때 어떤 아줌마가 인형과 장난감을 잔뜩 늘어놓고 팔고 있는 곳에서 몽이를 발견했어요. ‘500원’이라고 써붙인 가격표를 매단 채로 데이브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몽이. 가진 돈이 300원 뿐이었던 탓에 다른 아이가 먼저 사갈까봐 애가 타는 데이브는 아줌마와 흥정을 해보지만 아무리 사정을 해도 꿈쩍 않는 아줌마.

다급해진 데이브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방금 전까지 얄미워했던 벨라 누나. 바자회장 곳곳을 뒤져서 가까스로 누나를 찾아서 허겁지겁 아까 인형 팔던 곳으로 돌아왔는데…

내 인형이야

안타깝게도 이미 어떤 아이가 몽이를 꼭 안고 가고 있네요. 몽이를 산 아이와 벨라 누나의 빅딜이 시작됩니다. 그 뒤에서 두 사람의 거래를 지켜보며 울다 웃고 웃다 울며 애태우는 데이브. 굳이 텍스트 없이 여섯 컷의 그림만으로도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어요. 조금 더 들여다보면 빅딜이 가능했던 건 동생을 위한 벨라 누나의 희생 덕분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구요.

여자 아이가 안고 있는 몽이와 방금 전 상품으로 받은 아주 커다란 곰 인형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밀당 중인 벨라의 표정에 담긴 복잡한 심정. 어쩌면 셜리 휴즈가 우리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가장 소중한 메시지가 벨라의 바로 이 표정에 담긴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장 나중에 얻었지만 자신의 콜렉션 중 가장 크고 맘에 쏙 드는 곰 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오늘 밤 침대에 자신이 누울 공간이 과연 있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벨라. 동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어주기는 했지만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데 자신의 품에 풀썩 뛰어들며 좋아하는 동생 앞에서 가까스로 표정 관리를 해야만 했던 누나 벨라.

내 인형이야

“누나, 그 곰 인형 생각 안 나?” 데이브가 물었어요.

“응.” 누나가 대답했어요.
“사실은 그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어. 너무 큰데다가 눈은 꼭 노려보는 것 같았거든. 게다가 여기 곰 인형이 또 생기면 내가 잘 데가 없어지잖아.”

힘겹게 되찾은 몽이를 꼭 안고 잠든 데이브. 그 옆 침대에서 일곱 개의 곰 인형들과 곤하게 잠든 벨라. 잠든 표정만 봐도 영락 없이 철 없는 아이인데 동생을 위한 마음 씀씀이가 참 대견한 벨라. 셜리 휴즈도 이런 벨라가 기특해서 침대 머리맡에 1등 리본을 달아주었네요.

잠들기 전 엄마 아빠가 데이브에게 ‘다음엔 너도 누나나 동생을 위해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걸 내어줄 수 있어야 해.’라고 가르쳐 주었을까요? 저라면 데이브에게 그런 말을 하기보다는 벨라에게 아까 것보다 더 큰 곰 인형을 선물했을 것 같은데..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늦은 밤 온가족이 한마음으로 잃어버린 몽이를 찾아나선 데이브네 가족. 달콤한 아이스크림 욕심 내지 않고 동생과 사이좋게 나눠 먹는 씩씩한 데이브. 동생의 소중한 몽이를 되찾기 위해 커다란 인형을 기꺼이 내준 벨라. 푸근한 느낌의 그림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참 따뜻한 그림책 “내 인형이야”입니다.


잡담 1.

셜리 휴즈가 1927년생이라고 하니 우리 나이로 아흔다섯의 작가가 지금의 저와 비슷한 오십줄에 만든 그림책입니다. 초판이 1977년에 나왔으니 우리 어릴 적에도 그림책이란 게 있었다면 제가 여덟 살에 읽고 20여 년 뒤에 딸아이에게 또 읽어줬겠군요. 우리 딸이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작가가 살아 있을 때 제 손주들에게 읽어 줄 수도 있겠고 말이죠.

이 얘기를 왜 하는 거냐구요? 그래서 잡담인 거죠~ 😂

사실은 이 좋은 책을 왜 절판시켰냐는… 출판사를 향한 소심한 항의입니다.

잡담 2.

"내 인형이야" 알라딘 책소개
“내 인형이야” 알라딘 책소개

알라딘의 책소개를 읽다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교보문고예스24 그리고 보림출판사의 책소개들을 모두 확인해봤는데 알라딘만 위와 같이 소개를 했네요.

얼핏 보면 등장하는 아이들이 예쁘지 않게 보이지만
그런 아이가 바로 지금 옆에서 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인 것이다.

그림책 속 아이들 얼핏 봐도 예쁜데 예쁘지 않다고 한 이유도 모르겠고, 그렇게 얼핏 보면 예쁘지 않은 아이가 바로 지금 독자들 옆에서 살고 있는 아이라니… 이 문구를 어디까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참…

그냥 잡담이었습니다. 🤬


내 오랜 그림책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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