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사랑 안 해

아무도 사랑 안 해

글/그림 김유강 | 오올
(발행 : 2021/04/15)


여러분은 여러분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사랑을 셀 수 있나요? 여러분 마음 속에는 사랑이 과연 몇 개나 들어 있을까요? 셀 수 있다면 사랑은 유한한 걸까요? 내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사랑이 유한하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얼마만큼씩 나눠줘야 할까요? 모두 다 써 버리고 사랑이 딱 하나 남는다면 여러분은 그 사랑을 어떻게 쓰실 건가요?

사랑에 눈이 먼다는 건 사랑이 무한하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 아닐까요? 사랑이 유한하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연인들의 사랑은 더 이상 달콤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사랑이 내 마지막 사랑이라는 확신이 없는 한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 모두를 다 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사랑에 빠지는 순간 ‘내게 남은 사랑 몇 개를 남겨둬야 할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될텐데 그 사랑이 달콤할 수 있을까요? 💔

지금껏 사랑은 무한한 거라고만 생각해왔던 우리들에게 마음 속에 사랑이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을 때 과연 누구를 위해 그 사랑을 쓸 것인지 묻는 그림책 “아무도 사랑 안 해”, 그 속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함께 보시죠.

아무도 사랑 안 해

오늘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엄마의 폭탄 선언. 아이와 남편에게 오늘은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 말하는 표정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결혼 생활 25년차로서 이럴 때는 ‘왜?’를 아주 잘 물어봐야 합니다. 톤 앤 매너(Tone & Manner)에 아주 많이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자신 없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조용히 뒤로 물러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예의주시할 것을 권합니다. 사실 굳이 왜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엄마를 폭발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건 99% 아빠 아니면 아이, 또는 둘 모두니까요. 이 기회에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기다리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아무도 사랑 안 해아이와 남편 돌보랴 직장 또는 자신의 일 챙기랴 정신 없이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아마도 있을 겁니다. 다 부질 없어 보이고, 누구 하나 내게 마음 써주는 사람 없다 싶고, 불현듯 밀려오는 서운함, 지난 날들에 대한 후회…

그리고 문득 내 안을 들여다보니 사랑이 단 한 조각밖에 남아 있지를 않습니다.

남아 있는 내 사랑은 나에게 쓸 거야.
꼭 그래야 할 것 같아.

아무도 사랑 안 해

그 누구에게도 신경쓰지 않고 엄마는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못봤던 영화나 TV 프로그램들도 몰아서 보고, 아이와 남편에게 양보했던 내 입맛 찾아 먹고 싶었던 주전부리들 실컷 먹어도 보고, 코인노래방 가서 가슴 뻥 뚫리도록 목청 높여 소리도 질러 보고…

아무도 사랑 안 해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느라 고단한 하루를 보낸 후 집에 돌아온 엄마는 모처럼 곤하게 잠이 듭니다. 몸은 고단해도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무언가가 조금은 풀렸는지 잠든 엄마 얼굴에 다시 돌아온 엄마 미소. 엄마는 내일 아침 다시 환한 미소로 가족들에게 ‘좋은 아침!’을 선사할까요? (네? 저는 아직 멀었다구요? 아… 네… 알겠습니다.) 엄마는 내일도 엄마 자신을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길~ 모레도 글피도 언제나! (엄마님들, 이제 만족하시나요?)

나부터 사랑하세요

엄마의 최고 덕목은 희생이 아닙니다. 엄마가 건강해야 가족도 건강합니다. 나부터 사랑하세요. 세상 누구보다 더 엄마 자신을 사랑하길 바랍니다. 실은 남편도 아이도 엄마가 그러길 늘 원했습니다. 엄마가 가족을 사랑하듯 가족도 엄마를 사랑하니까요. 엄마의 희생을 원하는 가족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서는 내 마음 속에 담긴 사랑을 나눠줄 수 없습니다. 처음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할런지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바닥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나부터 사랑하세요. 나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비로소 나 아닌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습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아!’ 하지 마세요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위로랍시고 ‘괜찮아?’라고 묻는 것만큼 잔인하고 한심한 게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한심한 건 괜찮지 않은데 ‘괜찮아!’라고 말하는 겁니다. 괜찮지 않으면 ‘안 괜찮아!’라고 말하세요. 아무리 가족이나 연인인들 결국엔 ‘나’가 아닌데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안 괜찮다고, 싫다고,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하세요.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만큼 그들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배려의 시간, 곁에서 기다려 주세요

“아무도 사랑 안 해”에서 아이와 아빠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엄마에게 보채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외면하거나 방치하지도 않습니다.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먼 발치에서 엄마의 하루를 지켜보며 기다립니다. 엄마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달려가서 안아줄 수 있을만큼의 거리에서.

사랑은 무한하다 믿었던 우리들의 관념을 깨고 단 하나 남은 사랑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 그림책, 오늘의 주인공은 엄마였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림책 “아무도 사랑 안 해”였습니다.


함께 읽어 보세요 : 엄마의 빈자리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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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mi kim
sunmi kim
2021/05/07 09:38

“남아있는 내 사랑을 나에게 쓸꺼야! 꼭~~ 그래야 할것 같아!”라고 외치는 엄마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오버렙되서 울컥했습니다. ㅠㅠ;;

김화영
김화영
2021/05/10 21:20

나를 사랑한다는 당연한 일을 각오와 맹세로 다지는 이 땅의 수많은 엄마들과 같이 읽어야 할 책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오늘은 아무도 사랑안하고 내일부터는 나사랑 반 나이외의 사랑반 나누기 연습도 조금씩 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가온빛지기
Admin
2021/05/11 00:04
답글 to  김화영

김화영님 반갑습니다! 오늘만 말고 이번 주 내내 김화영님만 사랑하며 보내셔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으니 마음껏 사랑해주세요 김화영님 자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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