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ㅅㅅㅎ

내 마음 ㅅㅅㅎ

글/그림 김지영 | 사계절
(발행 : 2021/05/07)


“내 마음 ㅅㅅㅎ”,  ‘ㅅㅅㅎ’ 으로 만들 수 있는 말들을 떠올려봅니다. 내 마음 속상해, 내 마음 싱숭해, 내 마음 섭섭해…? 여러분은 어떤 단어를 떠올렸나요?

초성퀴즈 또는 자음 퀴즈라고도 하죠. 단어의 초성만 보여주고 알아맞히기 놀이. 쇼핑몰 이벤트로도 많이 보았고 가끔 카톡 상태 메시지를 초성으로 나열해 놓은 이도 보았어요. 무슨 뜻일까 궁금해 혼자 요리조리 떠오르는 단어를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그림책 제목으로도 등장했습니다.

2020년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김지영 작가의 “내 마음 ㅅㅅㅎ”. 늘 알쏭달쏭 어려운 내 마음을 찾아 ‘ㅅㅅㅎ’과 함께 마음 여행을 떠나 보아요.

이상해

내 마음 ㅅㅅㅎ

갑자기 다 너무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아요. 싱숭생숭, 재미없고 귀찮고 지루하고 시시하고 뭔가 음모가 있을 것 같은 날, 그런 날 있지요. 도대체 내 마음에 누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색깔과 크기를 달리한 왼쪽에 배치한 초성 ‘ㅅㅅㅎ’은 그림책 속에서 그림이면서 글자이고 아이의 감정이며 마음을 표현하는 커다란 외침이기도 해요. 이런 감정을 모두 ‘ㅅㅅㅎ’ 초성 3개로 만들어 내고 있어요.

내 마음 ㅅㅅㅎ

방 한쪽 구석에 서있던 아이의 세계가 조금씩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독립된 공간으로 변신한 이 장면이 재미있어요. 생각하는 방에 들어가 심심해 어쩔 줄 모르는 아이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생각하는 방은 참으로 고독하고 또 심심하지요.^^ 혼자 남은 텅 빈 방이 지금 이 순간의 아이 마음처럼 보입니다.

혼자 있으니 ‘심심해’졌고 그 심심한 마음을 ‘심심해’ 글자로 오른쪽에 한데 모아 놓으니 지금 아이가 얼마나 심심한지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세상에 덜렁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이 쓸쓸한 기분. 이럴 때 필요한 건?

상상해!

내 마음 ㅅㅅㅎ

상상의 세상으로 건너온 아이. 작은 사각 틀이 전부였던 아이의 세계가 커다랗게 확장되었어요. 텅 빈 현실 세계와 달리 색깔로 넘쳐나는 상상의 세계. 그곳에서는 못 할 것이 아무것도 없지요. 이곳은 내가 지배하는 세상이니까요.

상상 너머 세상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뒤집고 돌리고 새롭게 창조하며 스스로 만드는 멋진 세상. ‘ㅅㅅ’ 두 개를 시계 방향으로 살짝 돌려 ‘ㄱㄱ’으로 변신 시켰어요. 또 살짝 돌리면 ‘ㄴㄴ’으로도 변신할 수 있어요. 돌리고 돌리고 더하고 더하며 상상의 세계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 표정이 활짝 피었습니다. ‘ㅅㅅㅎ’으로 제한되었던 글자들에 상상을 더해 더 넓은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상상의 세상에 있던 외계인들, 자세히 살펴보셨나요? 아이에게 서운함을 안겨주었던 가족들이 변신한 모습이에요. 아이 방에 있던 기차, 로켓, 자동차, 블록, 물총, 킥보드, 공룡, 게임기 등도 이곳에서 모습을 약간 달리해 그대로 등장합니다. 상상의 세계 역시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게 한바탕 우리 가족 닮은 외계인들과 실컷 놀고 나니 ‘생생해’진 내 표정,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어느새 마음도 다시 ‘쌩쌩해’졌지요. 글자도 돌리고 내 마음도 돌리고 그렇게  돌고 돌아 제자리. ‘SING SING’이라고 쓰여있던 킥보드가 ‘SSANG SSANG’으로 바뀌었어요. 아이도 쌩쌩, 보는 내 마음도 쌩쌩… ^^

우울하고 울적할 때 판 바꿔 놀아보기. 그렇게 실컷 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뽀송해집니다. “눈물바다”의 그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요. ㅅㅅㅎ 세 개의 초성으로 이끌어 가는 이야기처럼 그림에 사용한 색도 분홍, 파랑, 주황, 세 가지 색상입니다. 세 가지 색상의 조화가 차분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어요.

앞면지 가득했던 (^^^) 표정도 뒷면지에서는 (^∨^) 표정으로 바뀌니 살펴보세요. 생각의 각도를 조금만 틀어보면 복잡미묘한 우리의 감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털처럼 가볍다가도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 한없이 무거워지기도 하는 마음, 그 마음의 변화를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 “내 마음 ㅅㅅㅎ”, 그림책의 언어를 충실하게 사용해 만든 독특하고 멋진 그림책, 오래오래 사랑받을 우리 그림책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눈물바다 / 간질간질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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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mi Kim
sun mi Kim
2021/06/04 09:29

너무 예쁜이야기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백신을 운 좋게 접종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마음은 “생생해”입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1/06/04 09:49
답글 to  sun mi Kim

sun mi Kim님 백신 접종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가온빛지기들도 ‘쌩쌩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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