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랴! 이랴?

이랴! 이랴?

김장성 | 그림 양순옥 | 아지북스
(발행 : 2008/08/31)


말이나 소를 몰 때 호령하는 소리 ‘이랴’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유래를 재미있게 담아낸 옛날이야기 그림책 “이랴! 이랴?”. 이랴~ 하면 말이나 소들이 왜 열심히 일하는 건지 그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이랴! 이랴?

사람들 얼굴 표정이 좀 기묘해 보이지 않나요? “이랴! 이랴?”는 꼭두각시놀음의 형식을 빌려 만든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등장 인물들도 꼭두각시 인형들을 본따 그렸는데 그 표정이 어떻게 보면 좀 무섭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또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무 깎아 만든 장승들과 사람들 생김새가 비슷하네요.

어쨌든… 옛날 어느 마을에 힘이 아주 센 여자가 살았대요. 이 여자는 힘을 감추고 살아서 아무도 힘이 센 걸 몰랐다죠. 하루는 여자가 쌀을 팔러 장에 가는데…

이랴! 이랴?

아 이놈의 말이 영 말을 안 듣지 뭡니까? 달래도 보고 떼도 써보고 밀어도 보지만 잔뜩 심술이 난 표정의 말 녀석은 꿈쩍도 안 합니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냇가까지는 왔는데 말이 떡 버티고는 건너갈 생각을 하질 않습니다. 여자는 참다 참다 도저히 화를 누를 수 없었는지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벌떡 일어서서 ‘이얍!’하고 기합을 내지르더니…

이랴! 이랴?

으랏차차차
내가 너를 이랴?

말을 머리 위로 번쩍 치켜 들더니 머리에 이고 냇물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여지껏 제 멋대로던 말 녀석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배는 여자의 단단한 머리에 받쳐서 욱씬거리고, 등은 무거운 쌀가마에 눌려 숨도 못 쉴 지경이었거든요.

이랴! 이랴?

말이란 놈이 벗어나려고 제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소용 없었어요. 여자는 냇물을 다 건너고 나서야 녀석을 내려놓았죠. 혼쭐난 녀석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길을 갔대요.

그런데, 그림 아래에 밭을 갈던 소는 왜 덩달아 달려가는 걸까요? 사실 냇가에서 말이 버틸 때부터 건너편 언덕에서 농부와 함께 밭을 갈던 이 녀석도 여자와 말이 벌이는 실랑이를 구경하느라 일은 뒷전이었던 거겠죠. 그러다 말이 치도곤 당하는 걸 보고는 제 녀석도 덩달아 정신을 바짝 차린 것 아닐까요?

그 뒤로 말이 또 꾀를 피우려 들면 여자는 “내가 너를 또 이랴?” 하고 고함을 쳤대요. 그러면 금방 정신을 차리고 부지런히 앞장서 갔다는군요. 🤣

이 이야기는 온 세상 말과 소들에게
대대손손 전해졌대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말과 소는
이랴! 이랴?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바짝 들어 부지런히 일한다지요?

말이나 소를 모는 소리 ‘이랴’의 유래에 얽힌 옛날 이야기 재미 있었나요? 실제로 꼭두각시놀음으로 본다면 훨씬 더 감칠 맛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두각시놀음의 모양새를 빌려온 그림책답게 면지와 속표지에는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음 풍경을 담아냈습니다. 앞쪽 면지에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풍경, 속표지에는 ‘오늘의 이야기는~’하며 이 그림책의 맨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이야기꾼 인형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는 장면, 뒤쪽 면지엔 공연이 막 끝난 후 관중들은 모두 떠나고 놀이패들이 뒷정리하는 풍경이 각각 담겨 있습니다.

재미난 옛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잘 살려낸 “이랴! 이랴?”, 지금 잘 준비해서 코로나 시국이 안정되고나면 꼭두각시놀음 한 판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참고로 “이랴! 이랴?”의 초판은 2008년에 나왔고 2021년 3월에 이야기꽃에서 개정판*을 냈습니다. “호랑이와 효자”, “녹두영감과 토끼”에 이은 ‘얘기줌치**그림책’ 시리즈의 세 번째 그림책입니다.

* 이야기꽃에서 새로 낸 개정판은 이야기 어투를 다듬고 판형도 살짝 바뀌었습니다. 개정판에 사용한 서체는 ‘나눔손글씨 야채장수 백금례’체인데, 80세에 한글을 배운 백금례 할머니가 쓰신 손글씨로 만든 서체라고 합니다. 할머니에게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 ‘줌치’는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사전을 찾아보니 ‘주머니’의 옛말이었습니다. ‘얘기줌치’는 ‘이야기 주머니’란 뜻이네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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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현
산소, 현
2021/06/07 11:18

재미있네요. 월요일 오전인데 축 쳐지는 저에게도 ‘이랴! 이랴!’ 따끔하게 소리치고 싶어졌어요 ^^ 꼭두각시나 인형극으로 만들어져도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가온빛지기
Admin
2021/06/07 13:32
답글 to  산소, 현

산소, 현 님 반갑습니다!
월요일부터 ‘산소, 현’님 자신에게 너무 따끔하게만 하지는 마세요.
좋은 그림책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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