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키오스크

(원제 : Kiosks)
글/그림 아네테 멜레세 | 옮김 김서정 | 미래아이
(발행 : 2021/06/30)


그림책 제목 ‘키오스크’는 무인 단말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간이 판매대나 소형 매점을 뜻하기도 합니다. 오늘의 그림책 “키오스크”는 우리에게 가판대로 기억되는 작은 공간 키오스크를 지키는 올가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올가에게 키오스크는 생활 터전이자 일이 끝나면 휴식을 취하며 멋진 꿈을 꾸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해요.

키오스크는 올가의 인생이나 다름없었지요.

키오스크

키오스크의 작은 창 너머로 세상을 접하는 올가. 친절한 올가는 단골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조간신문을 사러오는 아저씨네 강아지 람보는 늘 자기 꼬리를 잡으려고 제자리를 빙빙 돌아요. 그럴 때면 올가는 싱긋 웃으며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건넸지요. 연애에 실패하고 울먹이며 찾아오는 단골손님은 올가가 건네는 여성 잡지를 보면서 도움말을 찾곤 했어요. 앙앙 떼를 쓰며 우는 아기는 올가가 건네는 막대 사탕 하나면 울음 뚝!

매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다시 밀려가며 올가의 키오스크를 지나쳐 갑니다. 분주한 하루가 끝나고 밤이 찾아오면 키오스크에 덧창이 내려졌어요. 키오스크는 그대로 올가의 작은 집이 됩니다. 올가는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여행 잡지를 읽었어요. 잡지 속 넓디넓은 세상을 감상하다 좁은 키오스크 안에서 잠이 들었지요. 석양이 황홀한 먼바다를 꿈꾸면서…

키오스크

그러던 어느 날 올가에게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평소보다 멀리 놓인 신문 뭉치를 안으로 들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지나가던 남자애 둘이 과자를 훔치려고 했어요. 비좁은 키오스크 안에서 다급하게 몸을 돌리는 순간 키오스크가 기우뚱하더니~

갑자기 올가의 세상이 뒤집혔어요!

넘어지는 키오스크를 따라 올가도 넘어지고 글자도 넘어지고… 잠시 후 겨우 일어난 올가는 흩어진 물건을 줍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때 무심코 알게 되었죠. 키오스크를 들어 올리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올가의 얼굴에 웃음이 번집니다. 올가는 키오스크를 들고 잠깐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키오스크

키오스크를 가볍게 들고(마치 옷을 입은 것처럼)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 산책 중인 올가에게서  행복이 느껴집니다. 움직이는 키오스크를 보고 놀라는 이웃들 표정이 재미있어요. 여기저기 올가의 단골손님들이 눈에 띄네요.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며 신나게 산책하던 올가는 다리를 건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번에는 강물에 빠지게 되었어요. 키오스크는 그대로 올가를 태우고 강물을 따라 흐르고 흘러서…  넓디넓은 바다까지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좁디좁은 키오스크 안에서 밤마다 여행 잡지를 읽으며 꿈꾸던 석양이 황홀한 먼바다까지.

뿌리 박힌 듯 한 자리에서 살아가던 올가에게 급작스럽게 찾아온 사건, 비관과 원망 가득했을지도 모를 그날을 꿈으로 바꾼 올가의 반전 인생,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남은 이야기는 그림책으로 차분히 감상해 보세요. 마지막 장면에서 올가의 다음 꿈을 예고하고 있답니다.

살다 보면 때론 예기치 못한 곳에서 거센 바람을 맞을 때가 있어요. 그 바람에 밀려 넘어지고 깨지고 펑펑 눈물 흘릴 때도 있지요. 하지만 넘어진 그 자리가 삶의 전환점일지도 몰라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완전히 삶의 방향을 틀어야만 하는 지점. 삶은 구석구석에 의미 있는 지표들을 아주 교묘하게 숨겨 두었습니다.

달콤한 색상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꿈,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 “키오스크”, 바쁜 현실에 매몰되어 코앞에 닥친 일들만을 바라보며 급급하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 “키오스크”의 원작은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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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신
안영신
2021/08/11 23:10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니 그림책이 더 궁금해집니다. 🙂

박선미
박선미
2022/10/18 20:51

올가는 왜 키오스크를 벗어나지 못하지? 아이들을 막으려 키오스크가 넘어졌을 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지만 올가는 그대로 키오스크를 입은 채 여행을 떠나잖아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항상 바다를 꿈꾸면서 올가는 왜 키오스크에 얽매여 사는지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오래 들여다보니 그림책이 건네는 말이 있더라고요. 올가처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우리에게도 있잖아요. 그 현실에 지치지 않고 즐기는 방법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볼매입니다^^

쟌이맘
쟌이맘
2023/03/13 10:54

amor fati 정신의 끝판왕,올가로부터 큰 가르침을 배우고 갑니다. 아 이 그림책 정말 찐으로 저의 인생그림책이 되었어요!!! 오늘 아침, 작가의 또다른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진짜 창의력 무엇! 유툽에서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면 몇 개 뜨더라구요. 출근길에 보다가 감동에 허우적대느라 뭐라도 해야할 거 같아 구글링해 작가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 뜬금포 팬레터를 보냈답니다 ㅋㅋ 답장오면, 꼭 자랑하겠습니다 하하하하 ㅋㅋ

쟌이맘
쟌이맘
2023/03/13 10:56

이 작가님 그림을 포스터로 판매하는 곳 없을까요? 기꺼이 사서 집에 걸어두고 싶어요, 어쩜 이리 색감이 이쁘고 난리. 올가의 세상 행복한 표정도 넘 인상적였지만, 올가보고 짖어대던 강아지 그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한컷 한컷 그림이며, 텍스트며, 스토리 전개며, 진짜 보물같은 그림책예요 ♥

쟌이맘
쟌이맘
2023/03/15 10:30
답글 to  이 선주

네, 출근길에 제가 바로 그 analysis paralysis를 시청하고 흥분했었다는요 ㅋㅋㅋ 방금 또 중독자마냥 검색, https://youtu.be/QUwQgUtU11U 아… 생애 첨으로 버섯 하나에만 초몰입해서 봤네욬ㅋㅋㅋ 내일 뵈요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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