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온다여름이 온다

글/그림 이수지 | 비룡소
(발행 : 2021/07/27)


물장난 치고 싶은 천진난만한 마음에서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걸까요? 어린아이가 쏘아 올린 방울방울 파란 물방울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여름 아침입니다.

커다랗고 두툼한 그림책을 들어 올립니다. 파란 물방울처럼 여름이 쏟아져 내립니다. 여름이 그림책과 함께 왔습니다. 지금 이곳, 내 곁으로…

격렬하게 즐거운 물놀이와 한여름의 변화무쌍한 날씨, 그리고 비발디. 이렇게 서로 만나면 뭐라도 나오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귓가에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 흐르자, 갑자가 음표가 물방울처럼 통통 튀고 악보에서 우르릉 천둥이 쳤습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은 마련된 객석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수지 작가의 소개말 중에서

여름이 온다

작가가 소개했듯이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의 <사계>중 ‘여름’ 1~3악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이야기도 총 3악장으로 구성했습니다.

연주자들이 무대로 들어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커다란 그림책을 펼치고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자면 객석에서 무대 위로 입장하는 연주자들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여름이 온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 거센 빗소리… 화려한 기교로 표현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압권인 ‘여름’. 비발디는 <사계>의 모든 악장 첫머리에 계절을 묘사하는 ‘소네트’를 일일이 붙였습니다.

그림책도 같은 형식으로 구성되었어요. 3악장으로 구성된 그림책은 각 악장 도입 부분에 날씨를 묘사하는 짧은 글이 나온 후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각 장의 도입 부분 외에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음악을 감상하듯 우리도 그 느낌 그대로 그림으로 감상하는 것이죠.

여름이 온다

연주가 시작되면 푸른색 커튼이 열리면서 여름 1악장이 시작됩니다.

모든 것을 녹일 듯 이글거리며 쏟아져 내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어딘가 무료해 보이는 아이들, 그때 한 아이의 커다란 외침이 한 여름의 정적을 깨트립니다. 찰랑찰랑 물이 담긴 풍선을 던지면서 물싸움이 시작되었어요. 여름,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판 대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던지고 달아나고 피하고 쫓아가고… 푸른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아이들의 푸른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적막하던 여름에 활기가 쏟아져 내립니다.

물방울처럼 푸르고 요리조리 통통 튀는 아이들, 여름은 힘차고 드세고 통통 튀는 활력 넘치는 계절임을 아이들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쏟아지고 퍼붓고 이리저리 튀는 푸른 물줄기는 있는 그대로 생명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동적인 느낌을 잘 살리는 이수지 작가는 그 활발한 움직임을 화면 위에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어요.

어라, 이렇게 더운데 저렇게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고? 이제 하늘이 화답할 차례입니다. 여름 2악장은 그 푸른 생명력에 뒤질세라 하늘이 우르릉대며 곧 자신의 놀이가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지요.

동그란 물방울이 오선지 위를 날아다닙니다. 먹구름이 몰려와 어두워진 하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여름 3악장의 문이 열립니다. 몰려온 먹구름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휘몰아치는 빗줄기와 거센 바람에 아이들도 나무들도 다들 휘청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요. 그런 순간조차 즐기면서 신나게 뛰놀지요. 3악장은 아이들과 자연이 함께 즐기는 한바탕 신나는 놀이입니다. 여름이기에 가능하고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놀이. 쏟아지는 비바람 속에서도 한껏 신나게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격렬하면서도 풍부한 이미지의 <사계> 여름 3악장과 꼭 닮았습니다.

여름이 왔다.

여름이 왔습니다. 지금 여기 이곳에 …

클래식 음악과 여름날 물놀이에 푹 빠져든 아이들의 천진한 마음 두 세계를 오가는 그림책 “여름이 온다”, 짧은 여름이 다 가기 전 느껴 보세요. 우리 곁에 온전히 살아있는 여름을. 그 뜨겁고 싱그럽고 펄떡펄떡 뛰는 푸르른 생명력 가득한 여름을…


  • 가온빛지기들의 착각 북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저희는 “여름이 온다”를 팝업북이라고 생각했어요. 소개 영상으로 보면 영락없이 팝업북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구매한 책이 도착했을 때 이 책이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나? 했었다는… (일순간 어리둥절 모드의 가온빛지기들, 어??? 어!!! 어어…) 이 책은 팝업북이 아닙니다. ^^
  • 어떻게 감상할까요? 처음에는 음악 없이 그림책을 감상했어요. 세 번 정도 그대로 감상하고 나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틀어놓고 다시 그림책을 감상해 보았습니다. 흔하게 들어 귀에 익숙한 곡인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림책 먼저 보고 나중에 음악 듣기, 음악을 먼저 듣고 그림책 보기, 음악과 동시에 보기. 각자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감상해 보세요.
  • 그림을 연주하다 순간적인 힘과 감정, 감각,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실린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 좋다~’를 연발하게 됩니다. 붙이고 뿌리고 던지고 칠하고 다양한 기법을 총동원해 이 그림책을 만들었을 이수지 작가를 상상하면 바이올린으로 거침없이 <사계>를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떠오릅니다.
  • 주황색 우산이 의미하는 것 첫 도입 부분 접혀진 채 색깔 없이 바닥에 놓여있던 우산, 격렬한 여름 풍경 속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날아다니는 주황색 우산은 그림책 속에서 활력을 더하고 있어요. 의미를 더해 본다면 여기서 우산은 가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가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닌 여름 한가운데 가을도 슬그머니 숨어들어 함께 놀고 있는 것이죠. 여름이 다채로운 푸른색이라면 가을은 고즈넉한 주황색인 듯합니다. 격정의 여름 뒤 찾아오는 고즈넉한 가을이 그래서 더 반갑습니다.
  • 더스트 커버의 변신 표지를 덧싼 더스트 커버를 벗겨 펼치면 그대로 47x72cm 크기의 포스터가 됩니다. 액자에 넣어 걸면 우리 집에도 여름이 턱 걸리게 되지요.
  • 찾아보아요 이수지 작가를 닮은 인물이 그림책 속에 등장해요.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 피아노? 쳄발로! 현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계>는 쳄발로라 부르는 옛 건반 악기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곡이 연주될 때 챙챙 거리는 소리가 바로 쳄발로 소리라고 해요. 그림책 속에서 쳄발로를 찾아보세요. 그랜드 피아노인 줄 알았는데 건반이 두 줄이라 찾아보았다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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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이지영
2021/08/18 12:05

안녕하세요~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모두들 건강한 여름 보내고 계신지요?
이수지 작가님의 신작이 나와서 기분좋네요
이번주 토요일 이수지작가님의 원화전도 예약해둔 상태랍니다. 아직 책 구매는 안했는데 가온빛에서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감상해볼게요~^^ 건강한 막바지 여름 보내세요~

가온빛지기
Admin
2021/08/18 13:13
답글 to  이지영

이지영님 오랜만입니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와 함께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평소에 이수지 작가 팬이었다면 이 책은 무조건 맘에 쏙 드실 겁니다.
밤새 내린 비로 더위가 한 풀 꺽인 듯 합니다.
이지영님과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게 가을 맞이하세요! ^^

이지영
이지영
2021/08/20 18:50
답글 to  가온빛지기

저희아이가 초등학생이 된것도 기억해주시고 감동인데요~ㅜㅜ 책이 오늘왔어요~그림책만 봐보고 음악만 들어보고 동시에 봤어요~아이키우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는거는 아이키워본 엄마들은 다알죠 아이들이 여름햇빛에 그을려놀다보면 몸도 마음도 한뼘더 성장해있는거같아요~^^ 아이와함께 보면서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었어요~그저 마냥 행복한 찬란하게 푸르른 너의여름을 만들어주고싶다고….그런 저희아이가 그런여름으로기억하는 어린시절이기를 이책을 보고 더 간절하네요~ 너무 좋은 그림책에 오늘도 행복느낍니다. 가온빛 늘 고맙습니다.~^^항상 맘속으로 응원합니다.

수와랑
수와랑
2021/08/23 10:49

이수지 작가님의 작품 소개영상도 봤어요.
실컷 물놀이하며 마음껏 여름을 즐길 수 있을거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올 여름도 집콕 생활을 하느라 지치고 실망했었는데, 여름이 온다 그림책을 펼쳐놓고 여름을 들으며 잠시나마 꿈같은 여행을 할 수 있었네요!
아무래도 아파트 대신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해야 할까봐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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