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도감

엄마 도감

글/그림 권정민 | 웅진주니어
(발행 : 2021/07/16)


성인들과 그림책을 함께 읽고 관련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마음으로 읽는 그림책> 수업을 여러 번 진행했어요. ‘나’를 주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부모님, 친구, 꿈, 인생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이 수업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은 언제나 부모님 이야기, 특히 엄마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말을 이어가지 못할 만큼 아프고 그립고 고맙고 미안한 존재 엄마. 내 가슴속 엄마란? 그리움, 사랑, 우주… 그 자체가 아닐까요?

세상에 “엄마 도감”이라니, 그림책을 읽다 주르륵 눈물이 나왔어요. 한 때 나의 신이자 온 우주였던 엄마를 탐구하러 그림책 여행을 떠나봅니다. 엄마 도감

환자복, 수면양말, 퉁퉁 부은 얼굴로 잠든 엄마. 강보에 쌓인 갓난 아기가 가만히 엄마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

엄마는 아기와 함께 태어난다는 사실을 이 장면을 보면서 새삼 깨달았어요. 처음 엄마가 되었던 그때 그래서 그토록 낯설고 어설펐구나, 아기가 울 때 나도 울고 싶었구나… 우리 엄마도 그때 그랬겠구나.

엄마 도감

아기의 입장에서 엄마를 관찰합니다. 그 시각이 참신합니다. 가만히 누워만 있던 시절 어쩌면 아기는 이렇게 조용히 엄마를 관찰하고 있었을지 몰라요. 이 생명체는 누굴까, 안전한가, 믿을만 한가, 지금 떼쓸만 한가? ^^

엄마 도감 이렇게 이 그림책은 1년 동안 아기의 시각으로 바라본 엄마 관찰일기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엄마의 생김새, 아기를 위해서라면 안 되는 게 없는 신비한 엄마 몸의 구조와 기능, 엄마 몸의 변화, 먹이 활동, 수면 활동, 배변 활동…

엄마의 <몸의 변화>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고 엄마의 <배변 활동>을 보면서 많이 웃었어요. 100일 이전까지는 아기가 화장실 안으로 엄마를 따라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웃펐고, 완전히 성장한 엄마가 드디어 혼자 배변에 성공하는데 그때 화장실 문이 닫혀 있어도 엄마를 믿고 기다려 주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크게 웃었어요. (그때 그 시절 화장실 문이 닫혀 있어도 나를 믿고 기다려주었던 딸, 고마워~ 😂)

엄마를 관찰하는 동안 갓난아기였던 아기가 자라납니다. 엄마도 함께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조금은 편안하게 조금은 능숙하게. 물론 엄마는 늘 피곤하고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에요. 엄마도 아기와 함께 태어나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엄마 도감

엄마를 돌봐줄 엄마가 오신 날은 엄마가 안심하고 잠시 엄마를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기의 아기를 업고 혼자 밥 먹을 줄 아는 다 큰 아기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엄마, 그리고  할머니에게 업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아기,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가족의 달 5월이 걸린 달력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어요.

엄마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나를 만나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같기도 하고 무서운 마녀 같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날은 공주님 같은데, 어떤 날은 폭발하는 화산 같아요.

엄마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계속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는 밝힐 수 있겠지요?

엄마 연구는 아직 진행 중! ^^

엄마의 정체를 밝혀낸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이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말 안 통하는 외계인? 걱정의 신? 24시간 CCTV?

날카로운 통찰력, 색다른 시선으로 사람과 동물, 식물과의 관계를 보여주었던 권정민 작가는 신작 “엄마 도감”으로 새롭게 탄생한 엄마와 아이 사이의 특별한 관계의 시작을 참신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가 태어나 처음 본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잊었겠지만) 우리 아이 기억 속 최초의 엄마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림책을 보면서 울다 웃다 끝내 뭉클해졌어요. ‘엄마 사랑해요’하고 오늘 엄마에게 한 번 더 말할 거예요.

엄마는 아기와 함께 태어나는 신생 인류입니다.
아기 성장에 관한 보고서는 쌓여 가고 있지만 신생 엄마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지요.
왜 누구도 갓 태어난 엄마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걸까요?
모든 것이 처음인 세상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을
갓난 엄마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 권정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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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자
윤원자
2021/09/03 21:19

책 소개해 주신 글만 읽었는데 벌써 마음이 뭉클하면서 이제 곧 90고개로 올라가시는 엄마 생각이 납니다. 하루하루를 힘겨워하시는 엄마, 그 엄마로부터 내가 왔다는 사실을 새삼 문득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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