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설

친구의 전설

글/그림 이지은 | 웅진주니어
(발행 : 2021/06/16)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하고 할머니를 위협했던 “팥빙수의 전설” 속 어수룩하고 귀여운 눈호랑이 기억하시나요? 딸기, 참외, 수박, 단팥죽까지 단숨에 먹어치웠던 독특한 채식주의(?) 호랑이.

“친구의 전설”은 전작 “팥빙수의 전설”의 프리퀄 버전입니다. 호랑이는 어쩌다 눈호랑이가 되었을까요? 원래 그렇게 식탐이 많았던 걸까요? 뜨거운 단팥죽을 뒤집어쓰고 사르르 녹아버릴 때 내 마음도 같이 녹아버렸던 눈호랑이에게도 쨍쨍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어요. 노란 바탕에 갈색 줄무늬가 선명했던.

그림책을 펼치면 반가운 얼굴을 제일 먼저 만날 수 있어요. “팥빙수의 전설”에 등장했던 빨간 보자기 할머니. 할머니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2년 만에 우리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

재미난 이야기 들으러 또 왔구먼.
자, 시작해 볼까.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성격 고약한 호랑이가 살았어.

친구의 전설

그 성격 고약한 호랑이가 바로 이 호랑이예요. ^^ 누구라도 만나기만 하면 다짜고짜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하고 외치고 보는. 다들 호랑이가 나타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바쁘게 자리를 피했어요.

친구라고는 아무도 없어 늘 심심했던 호랑이에게 어느 날 민들레가 슝하고 날아와 호랑이 꼬리에 콕! 박혔어요. 호랑이가 떼어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없었죠. 호랑이와 민들레는 ‘네가 나에게 붙은 거’라고 우기면서 서로를 향해 이렇게 외쳤어요.

내가 너 꼭 떼어 버린다.

그런데,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모습이 왠지 청춘 멜로 드라마의 사랑 방정식을 닮았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비록 지금은 으르렁 대지만 이 둘의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

친구의 전설

노란 꽃이 활짝 핀 민들레를 꼬리에 달고 동물 친구들을 골려주려고 호랑이가 나타났는데… 숲속 동물 친구들 반응이 전과 달라졌어요. 먼저 반갑게 인사하고 친구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꼬리꽃(민들레) 덕분에 기묘한 운명으로 얽힌 호랑이도 숲속 아싸에서 인싸로 거듭나게 됩니다.

나 외의 존재에게 별 관심 없던 게으르고 식탐 많았던 호랑이는 꼬리꽃을 통해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며 이전과 다른 사랑스러운 존재로 변해가게 되지요. 사랑은 세상을 구원하는 커다란 힘이에요.

친구의 전설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요. 꼬리꽃은 노란 꽃잎이 진 자리에 하얀 홀씨가 생겨나 하얗게 되었고 호랑이의 노란 털은 하얀색으로 변했어요.

기력이 다해 가는 꼬리꽃을 위해 산책을 나갔던 호랑이는 그만 그물에 걸리게 됩니다. 꼬리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호랑이를 구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호랑이가 훅 불어 날린 민들레 홀씨가 캄캄한 숲속 밤하늘에 하얗게 퍼져나갑니다.

잘했어, 호랑이.
내 친구.

허공 위에 흩어지는 꼬리꽃의 마지막 인사, 그 광경을 본 동물 친구들이 그들을 구해주러 달려왔어요.

“팥빙수의 전설”이 우리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떠오르게 한다면 “친구의 전설”은 이솝우화 “사자와 생쥐”가 떠오릅니다. 저는 꼬리꽃이 자신의 하얀 털을 날려 동물 친구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꼬리꽃이 세상 밖으로 쏘아 올린 것은 친구를 향한 지극한 사랑입니다. 사랑이 사랑으로 세상을 물들입니다.

그 뒤로 따뜻한 날 꽃눈이 내리면 눈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해요. 재미난 이야기를 마친 빨간 보자기 할머니에게 누군가 찾아왔어요. 할머니를 찾아온 방문객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지은 작가는 이 그림책을 만드는 중에 15년이란 시간을 함께했던 반려견과 이별을 했다고 합니다. 꼬리꽃이 슬픈 작별 인사 대신 ‘우리 이제 친구지?’ 하고 담담하게 묻는 장면이 작가가 마지막 순간 반려견 무탈이에게 전하는 인사처럼 느껴져 더 뭉클했어요.

우정, 사랑, 추억, 만남과 이별 이야기가 따스하게 녹아있는 그림책 “친구의 전설”,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서 태어났고 또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화려했던 시절은 지나가도 기억해야 할 아름다운 추억은 언제나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만의 전설이 되어… 나에게 다가온 모든 인연이 소중하고 감사한 오늘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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