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동동 거미동동

시리동동 거미동동

제주도 꼬리따기 노래
글/그림 권윤덕 | 창비

(발행 : 2003/0701)


‘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주거니 받거니 부르거나 흥얼흥얼 혼자 부르거나 아니면 다 같이 함께 합창하며 재미있게 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으실 거예요. 이른바 말꼬리 놀이, 꼬리따기 노래라고도 부르는 이 놀이는 앞사람이 부른 구절의 끝부분을 이어서 부르는 일종의 말잇기 놀이지요.

부제에도 이미 나왔듯이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꼬리따기 노래입니다. 권윤덕 작가는 제주도 꼬리따기 노래 몇 가지를 다듬어 이 그림책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시리동동’은 거미줄에 거미가 달린 모양을 나타내는 제주도 토박이말이라고 해요. 운율을 살린 제목이 재미있어 몇 번이고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미가 실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돌담 위에 자리 잡은 까만 거미 한 마리, 그리고 성근 돌담 구멍으로 얼굴이 보이는 눈이 동그란 아이, 검은 돌담만 보고도 이야기의 배경을 유추할 수 있지요. 이곳이 제주도라는 것을.

시리동동 거미동동

감자를 들고 서둘러 집을 나서는 단발머리 꼬마 모습이 보입니다. 새끼줄로 단단히 묶어 놓은 초가집 지붕, 그 사이 왕거미, 졸고 있는 하얀 토끼, 이어지는 돌담길이 아득해 보입니다.

왕거미 거미줄은 하얘

아이의 예쁜 노랫말이 하얀 거미줄에 오색찬란한 빛을 더한 걸까요? 거미줄을 바라보는 단추같이 빛나는 까만 눈동자에 호기심과 놀라움이 가득해 보여요. 꼬마 뒤에서 하얀 토끼가 놀란 눈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요.

하얀 것은 토끼
토끼는 난다

아이의 호출에 토끼가 소환됩니다. 토끼는 재빨리 날아와 아이와 눈을 맞춥니다. 불러주길 기다린 듯 토끼 입가에 맴도는 부드러운 미소.

시리동동 거미동동끝말을 이어가며 따라가는 꼬리따기 노래에 맞춰 하나하나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토끼와 까마귀가 아이의 길동무가 되어줍니다. 그 노래를 따라 우리도 아이의 친구가 되어 그 길을 함께 따라나서지요. 흥얼흥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그 길에서 만나는 제주의 풍경들이 참 다정합니다. 따뜻한 색감을 입은 초록빛 들판,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돌담길, 맑은 하늘, 푸른 바다… 그 바다에서 물질하는 제주의 해녀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고 있어요.

어느새 해녀들은 깊은 바다로 사라지고 멀리 태왁만 둥둥 떠있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세 친구의 뒷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입니다. 기다림이 언제나 그렇듯이.

바다는 깊다
깊은 것은

시리동동 거미동동

엄마의 마음

드디어 엄마를 소환했습니다. 물질을 끝내고 나온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두 팔로 아이를 꼭 안아 품어줍니다. 엄마는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고 품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존재! 엄마 앞에서 아이도 까마귀도 토끼도 자그마해졌어요.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해 묵직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댓돌 위에 나란히 놓인 모녀의 고무신, 곱게 빨아 널어놓은 엄마의 하얀 해녀복, 노란 불빛이 번져 나오는 아늑한 방 안에서 모녀의 다정한 이야기가 도란도란 들려올 것만 같아요. 토끼와 까마귀와 거미가 함께 지켜주고 있는 고요한 제주의 밤입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그려낸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 시리동동 거미 동동으로 시작한 노래의 끝은 엄마. 아이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엄마’를 향하고 있어요. 그리고 엄마 마음은 늘 아이를 향해 있구요.

※ 노래와 함께 감상해 보세요.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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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John
2021/10/15 17:05

감동적인 그림 이야기였어요~ 우리 손자가 제주도에 사는데 제주도에까지 날라다 주었습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게~ ” 동요를 할머니와 함께 따라 불렀는데, 바로 연결되어서 재미있어 하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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