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미용사

공원의 미용사

(원제 : Boucles De Pierre)
클레망틴 보베 | 그림 막스 뒤코스 | 옮김 류재화 | 국민서관
(발행 : 2021/08/20)


매일 마주치는 익숙한 풍경이 어딘가 묘하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혹시 있나요? 혼자 오싹해서 주변을 스윽 둘러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나만 그런가? 갸우뚱 이런 순간 말이죠.

판타지 그림책인 “공원의 미용사”는 매일같이 지나치는 공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재미있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클레망틴 보베의 탄탄한 글에 막스 뒤코스의 환상적인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묘한 분위기로 이끌어갑니다.

공원의 미용사

매일같이 하루 두 번씩 공원을 가로질러 삼촌 병문안을 다니던 아이는 계절이 바뀐 어느 날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원 조각상들의 머리카락이며 털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런 건 유심히 보는 사람들한테만 보인다.

처음 삼촌에게 그 말을 했을 때 삼촌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삼촌은 조각상에 대해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물었어요. 지금은 어떤지, 어떻게 생겼는지.

공원의 미용사

중앙 산책로의 기마 대령은 머리가 너무 길어 모자가 벗겨져 떨어졌고, 세 여신상은 앞머리가 턱 밑까지 내려왔어요. 큐피드 조각상은 머리가 앞을 가려 화살을 쏠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비둘기 모이 주는 할머니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정교한 솜씨로 조각상 머리카락을 다듬는 공원 미용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공원 미용사가 한동안 나타나지 않으면서 조각상들 머리며 털이 엉망이 된 모양이에요. 이 미스터리한 비밀을 몇몇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나 봅니다.

삼촌이 쾌차하게 되어 더 이상 병문안을 가지 않게 된 날 저녁, 아이는 공원 문이 닫히기 직전에 바람을 쐬러 공원에 갔어요.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댕그랑! 댕그랑! 철커덕 철커덕 소리. 무슨 소리일까요? 드디어 공원 미용사가 돌아온 걸까요? 아니면 머리카락이 길어진 조각상들이……

마지막 반전은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비밀의 정원”, “모래 언덕에서의 특별한 모험”, “한밤의 왕국”, “내가 만드는 1000가지 이야기”, “살아있는 화석”, “등대 소년” 등 그동안 줄곧 글과 그림을 모두 혼자 작업했던 막스 뒤코스가 처음으로 글 작가와 협업해서 만든 작품이 바로 이 그림책 “공원의 미용사”라고 합니다. 스토리가 막스 뒤코스 스타일이어서 유심히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글 작가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예요. ^^

큐피드 머리가 앞을 가려 화살을 제대로 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아이의 말에 큐피드 화살은 예전부터 잘 안 맞았다는 삼촌의 깨알 같은 유머, 그리고 개구진 표정을 하고 있는 큐피드와 무심하게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남녀 그림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림책 속에서 프랑스 소설가이자 195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모리아크 조각상도 찾아보세요. 풍성해진 머리를 다듬어주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일상의 아주 사소한 틈을 눈치챈 아이, 그리고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상상으로 엮은 그림책 “공원의 미용사”, 마지막까지 다 읽고 다시 돌아가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달라져 보인답니다. 마치 ‘이제 알았어?’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사이 그림이 살짝 바뀌었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사알짝~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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