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도토리

글/그림 송현주 | 향출판사
(2021/10/25)


숲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그 일들 덕분에 숲은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고, 우리는 그 숲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도 또 어떤 작은 친구들을 만날까 궁금해하며 길을 나서 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표지부터 속에 담긴 그림들 모두 예쁘고 귀여운 그림책, 볼 거리 이야기 거리 생각 거리로 가득한 그림책 “도토리”, 작가의 말 그대로 우리가 누리는 숲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작은 일들을 벌이고 있는 작은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 마음에 더 와닿습니다.

도토리

이 그림 한 장에서 여러분들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요? 제일 처음 본 건 어떤 건가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요?

숲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신갈나무, 그 아래 수북하게 쌓여 있는 도토리, 그래서 기분 한껏 좋은 다람쥐, 나무 그늘 아래에서 그런 다람쥐를 지켜보며 도토리 싹쓸이를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청솔모, 그리고 이름 모를 풀과 꽃과 나무들.

쉴틈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숲속 동물 친구들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상황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할 그림책 “도토리”. 정해진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은 아니어서 오늘은 책의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이 책을 아이들과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다 같은 도토리가 아니라고!

지금껏 도토리는 다 같은 도토리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출판사 설명에 굳이 ‘신갈나무’라 명시한 걸 보고 궁금해 찾아봤더니… 도토리라고 다 같은 도토리가 아니더라구요.

도토리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의 열매입니다.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에서 열린 도토리는 모양이 동글동글하고, 졸참나무와 신갈나무의 열매는 타원형 모양이라고 합니다. 모두 묵을 쑤어 먹을 수 있는데 졸참나무와 신갈나무의 열매가 도토리 특유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 함유량이 적어서 이것으로 만든 묵을 더 쳐준다는군요.

마트에서 파는 도토리묵이 떡갈나무 도토리로 만들었는지 신갈나무 도토리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엔 신갈나무에서 딴 도토리로 쑨 묵 중의 묵이라 생각하며 맛있게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묵은 김치 송송 썰어넣고 무친 걸 좋아하는데 아내와 딸아이는 간장만 넣고 무친 걸 더 좋아합니다.어느 쪽이건 김가루 넣는 것 잊지 마시구요. 길고 가늘게 썰어서 마트에서 파는 냉면육수에 말아 먹어도 맛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다양한 동물, 곤충, 식물 찾아보는 재미

앞뒤 면지 포함 모두 스무 장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도토리”는 숲의 주인들의 부산한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쉴새 없이 나타났다 또 어디론가 사라지는 숲속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작디 작은 변화가 숲을 살게 하고 숲을 자라게 합니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숲지기들은 과연 어떤 동물과 식물, 곤충들일까요?

  • 동물 : 청설모, 초록뱀, 오소리, 멧돼지, 여우, 노새사슴, 삵, 반달가슴곰, 줄장지도마뱀, 두더지, 어치, 곤줄박이, 동박새, 오목눈이, 멧비둘기, 딱따구리
  • 곤충 : 장수풍뎅이, 암먹부전나비, 도토리거위벌레, 반딧불이, 호박벌
  • 식물 : 참나무(신갈나무), 밤나무, 매화나무, 싸리나무, 느티나무, 오동나무, 물오리나무, 박달나무, 금강초롱, 무릇, 오이풀, 곰취, 수리취

위 목록은 출판사의 그림책 소개글에 나와 있는 것들을 정리한 겁니다. 저는 이중에서 새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과 곤충들, 그리고 식물들 중 몇 가지만 겨우 찾아냈습니다. 잠깐이지만 여기저기 뒤지며 찾아서 그림책의 그림과 비교해가며 이름의 주인공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아이들과 함께 꼭 해보시길~

참고로 출판사에서는 ‘도토리가위벌레’라고 표기했는데, 제가 찾아본 바로는 ‘도토리거위벌레’가 맞습니다. 도토리거위벌레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함께 조사해보세요. ‘숲속의 나무꾼’이라 불리는 이 벌레 덕분에 참나무는 굳이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도 가지치기와 열매 솎기를 할 수 있다고도 하고, 이 벌레의 특성을 연구해서 외형은 보존한 상태로 속만 파내는 드릴을 개발했다고도 합니다. 도토리 하나에서 시작한 아이들의 호기심이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읽으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요

사실 숲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엄마 아빠도 아이들과 별반 차이 없을 겁니다. 산에 가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 엄마 아빠들 어디 손 한 번 들어보세요~ 물론, 도시에서만 사셨다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뭐… 😅

위에서 잠깐 말한 것처럼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동물(그것도 새를 제외하고서)과 곤충만 간신히 구분해냈습니다. 식물 중엔 금강초롱만 겨우… 그마나도 출판사에서 목록을 제시했으니 망정이지… 출판사에서 제시한 동물과 식물의 이름들을 주루룩 검색부터 우선 해놓은 다음 할머니 할아버지 모셔다 놓고 그림책에서 한 가지씩 찾아보라고 하면 우리보다는 잘 찾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다 찾아내는 것에만 너무 집착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주실 일은 따로 있으니까요. 바로 어르신들의 경험과 추억입니다. 신혼 때 장날 묵밥 사드셨던 이야기, 도토리 줍거나 나무하러 갔다 여우 만난 이야기(음… 이런 경험은 우리 부모님들 연배에나 가능하겠죠?),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처음 사주신 꽃 이야기, 자식들 다 키워 시집 장가 보내놓고 두 분만 오붓하게 걷던 숲속 오솔길 이야기…

“도토리”가 아니어도 할머니 할아버지댁 갈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몇 권 들고 가보세요. 의외로 어르신들이 재미있게 보시더라구요. 손주들과 함께 보면서 옛날 이야기들 미주알고주알 펼쳐놓기도 하시고 말이죠.

나눔의 가치를 잊지 마세요

도토리묵 잔뜩 만들어 놓고 내어주시는 장모님께 힘든데 웬 묵을 이렇게 많이 쑤었냐, 앞으로는 만들지 마셔라, 사다 먹으면 된다 하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사 먹는 묵은 딱 나 먹을만큼 밖에 없지만 집에서 넉넉하게 만들어 먹으면 자식들도 주고 이웃들과도 나눠 먹을 수 있어 좋잖아.’ 라고.

앞 면지에서 텅 비어 있던 다람쥐의 보물창고는 뒷 면지에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빈 자리 없이 빼곡하게 욕심내서 채우지는 않았습니다. 위 그림처럼 수북하게 쌓인 도토리라면 자신의 창고를 가득 채울 수 있었을텐데 다람쥐는 숲 속에 같이 사는 다른 이웃들 몫을 남겨둘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나 봅니다.

그림책과 달리 현실의 다람쥐는 다른 동물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수백 군데의 은신처에 도토리나 먹이들을 숨겨둔다고 합니다. 문제는 숨겨놓은 자신도 수많은 은신처를 다 기억해내지는 못한다는 사실. 덕분에 다람쥐가 먹지 못한 도토리는 땅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 해에 싹을 틔울 수 있고, 자라난 참나무는 또 다시 다람쥐에게 먹이를 내어주며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인가 봅니다.


“도토리”에는 왜 이렇게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등장할까요? 동물들은 왜 또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등장했다 사라지는 걸까요? 작가는 아마도 우리가 누리는 숲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존재들의 수고 덕분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우리가 누리는 삶 역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고해주는 우리 이웃들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을 테구요.

“도토리”속에서 찾아낸 여러분의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도토리”를 즐긴 여러분만의 비법 있다면 다른 독자들에게 살짝 공유해주세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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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이맘
쟌이맘
2021/12/16 09:08

저도 도토리 종류가 그리 많다는걸 몇달전 아이와 숲체험 프로그램 참여했다가 인솔자 선생님으로부터 배웠어요. 그 이후 도토리가 등장하는 그림책 볼때마다 괜히 아는척하고싶고 더 유심히 보게되고 그러네요. 소개해주신 책도 한번 찾아볼게요, 항상 감사합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1/12/18 18:13
답글 to  쟌이맘

숲체험 프로그램~ 도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 같은데요~ 도토리 종류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도시 어른에게도 필요하구요 ^^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더니 여기는 눈도 제법 내렸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쟌이맘님!

Last edited 2 years ago by 가온빛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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