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나 동화에서 빠지면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과장과 허풍 아닐까요? 호랑이는 그냥 호랑이면 안되고 집채만한 호랑이어야 제 맛이고, 고함을 질렀다 하면 산천이 들썩들썩 해야 제대로 지른거고, 물을 마셨다 하면 강물이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마셔줘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테니까 말이죠.

오늘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만들어진 두 권의 그림책으로 과연 우리나라와 미국 중 누가 더 허풍이 센가 한번 비교해 볼까요? 엄청나게 큰 똥 자루를 자랑하는 똥장군 이야기 “똥자루 굴러간다”와 두살 때 아빠가 선물한 도끼로 오두막을 지었다는 “세상에서 제일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를 비교해 보면서 과연 누구 허풍이 더 센지, 어떤 책이 더 재미있는지 비교해 보세요.


똥자루 굴러간다

똥자루 굴러간다

글/그림 김윤정 | 국민서관
(발행 : 2010/09/20)

※ 똥자루 : 1. 굵고 긴 똥 덩이, 2. 키가 작고 살이 쪄서 볼품 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야기니 비위가 약한 분들은 각별히 주의 바랍니다!!!(저도 허풍 좀 떨어 봤습니다 ^^)

옛날 어느 마을에 똥자루가 아주 굵은 사람이 있었대요. 똥을 한 번 누면 뒷간이 막히고, 두 번 누면 뒷간 가는 길이 막힐 정도로 말이죠. 두 번만에 길을 막을 정도라니 시작부터 허풍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

똥자루 굴러간다

어느 날 군인들이 마을을 지나가다 어마어마한 똥자루를 보게 됩니다. 대장이 심상치 않다는 듯 한참을 지켜 보더니 이렇게 외치더래요.

똥자루가 굵으니 덩치가 클 것이요,
똥자루 색을 보니 속도 튼튼하겠구나.
나라의 든든한 장군감이 분명하니
여봐라, 똥 임자를 찾아라!

똥자루 굴러간다

군인들과 대장은 똥 임자를 찾아 온마을을 구석구석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 어느 집 담을 지나던 대장은 산더미만한 나뭇짐을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고 장작을 패기도 하는 댕기머리 충각이 있길래 가만 지켜 보니 힘도 장사에 몸놀림도 잽싼걸 보고 바로 이 총각이 어마어마한 똥자루의 임자라는걸 한눈에 알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네가 시냇가의 똥자루 주인이렸다!”하고 불러 세우니 장작을 패던 똥 임자가 뒤를 돌아 보는데… 당연히 총각이겠거니 했는데 볼은 울긋불긋, 가슴은 봉긋봉긋한 처녀였더래요.

똥자루 굴러간다

나라의 큰 장군감을 구할거라고 잔뜩 기대했던 대장이 망설이는데 똥 임자 처녀가 이렇게 말했대요.

여자인게 뭐 어떻습니까?
나라만 잘 지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당찬 똥 임자의 이 말 한마디에 대장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처녀를 그냥 병사도 아니고 부장군으로 임명했답니다.

똥자루 굴러간다

엄청 난 똥자루 덕분에 부장군이 된 똥자루 장군은 병사들을 잘 훈련시키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전쟁 준비를 찬찬히 해나갑니다. 그리고 왜놈들이 처들어오자 아주 기발한 꾀를 부려서 힘 안들이고 물리쳐버립니다. 그리고 산중턱으로 도망친 왜놈들에게 다시는 처들어올 생각을 못하게끔 엄청난 일격을 가합니다.

보이시죠? 똥자루 장군이 잔뜩 힘쓰는 표정 말이예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걸까요?

똥자루 굴러간다

무사히 도망쳤다고 생각한 왜놈들을 향해 어마어마한 똥자루를 굴려 버렸지 뭡니까. 똥범벅이 된 적들은 똥줄 빠지게 달아났대요. 똥자루 장군의 똥 맛을 제대로 본 왜놈들은 다시는 처들어오지 못했대요~ ^^

똥자루 굴러간다

보통 이런 옛날 이야기는 ‘그 뒤로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대요…’ 이런 식으로 끝나곤 하죠. “똥자루 굴러간다” 역시 마지막 면지를 통해 비슷한 마무리를 합니다. 물론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말이죠. 과연 똥자루 장군은 대장의 프로포즈를 받아줄까요? ^^

큼직한 똥자루만큼이나 구수하고 익살스런 웃음 가득한 우리 옛이야기로 만든 “똥자루 굴러간다”는 강원도에 전해져 내려 오는 ‘이완 장군과 똥자루 큰 처녀’, 평안북도의 ‘무쇠바가지’ 두 설화를 바탕으로 새로 쓰고 그린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그림 한 장 한 장마다 정감 넘치고 우리와 친근한 해학의 정서가 묻어나는 그림책입니다.

참고로, 이 책을 만든 김윤정 작가의 똥 사랑은 남다른 듯 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이스크림 똥“이란 책도 김윤정 작가의 그림책이랍니다. 함께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원제 : Swamp Angel)
앤 이삭스 | 그림 폴 젤린스키 | 옮김 서애경 | 비룡소
(발행 : 2001/10/08)

※ 1995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이 책의 원제는 “Swamp Angel”입니다. 한글로 옮기자면 ‘늪의 천사’ 란 뜻입니다. 주인공 안젤리카가 늪에 빠진 마차를 꺼내 준 이후 ‘늪의 천사’라고 불리게 되는데 여기서 따온 제목인 듯 합니다. 표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안젤리카는 엄청나게 큰 거인입니다. 미국의 테네시주에서 펼쳐지는 거인 여자 아이 안젤리카를 소재로 미국인들은 어떤 허풍을 떠는지 한 번 볼까요?

위에 소개한 “똥자루 굴러간다”와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가 많이 비슷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풍에는 어떤 전형적인 법칙이 존재하나봅니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갓 태어난 아이가 엄마 키보다 약간 더 클까 말까 하고 혼자서는 나무를 타지도 못했어요.’라면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미국식 허풍은 이상한 걸 당연한 듯 표현하고, 당연한 걸 이상하다고 표현하는 식인가봅니다. 갓난 아기가 엄마 키만한 것도 이상한데 ‘약간 더 클까 말까’라며 내심 좀 더 컸어야 한다는 듯 못마땅해 하는 말투나, 아이가 혼자서 나무를 못타는 건 지극히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나무를 타지도 못했어요’라며 이상해하는 걸 보면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더 가관인건 테네시주의 아버지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날이 잔뜩 선 도끼를 아기 침대에 넣어 주는 풍습이 있대요. 다른 집 아기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안젤리카는 아빠가 넣어 준 도끼로 아기 오두막을 한 채 지었다는군요. 그림을 보면 안젤리카가 자라면서 위험에 빠진 마을을 구하는 활약상들이 나옵니다. 강물을 퍼다 불난 집에 불을 순식간에 꺼 주기도 하고, 범람하는 강물을 앞치마로 막아내기도 하고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안젤리카가 열두살 되던 해에는 늪지대에 빠진 포장마차들을 번쩍 들어 올려서 구해줬대요. 이 때부터 사람들은 안젤리카를 ‘늪의 천사’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을 괴롭히고 곡물창고를 털어가는 큰 곰이 나타나자 내로라하는 사냥꾼들이 모여듭니다. 하지만 모두들 오히려 곰에게 당하고 말죠. 사람들은 큰 곰을 ‘벼락 맞을 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래서 녀석의 이름은 ‘벼락’이 되었대요. 하도 털이 무성해서 총알도 뚫을 수가 없었대나요… ^^ 이때 등장하는 우리의 안젤리카, 큰 곰을 번쩍 들어서는 가뿐하게 하늘 높이 던져 버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하지만 큰 곰도 만만치 않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와 총알로도 뚫을 수 없는 털가죽을 가진 엄청나게 큰 곰 벼락과의 한판이 요란하게 벌어집니다. 안젤리카는 회오리바람을 밧줄 삼아 큰곰을 붙들어 매기도 하고, 큰 곰 벼락에게 밀려 호수에 빠져서 숨을 쉴 수 없을 때는 호수 물을 모두 마셔 버리는 등 엄청난 허풍은 계속되요 ^^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끝도 없이 요란하게 치고 박던 안젤리카와 큰 곰 벼락은 지쳐서 잠이 듭니다. 그리고 테네시주에서 두번째로 큰 소나무가 그들 옆에 쓰러지고 소나무에 매달려 있던 집채만한 벌집에서 흐르는 꿀을 큰 곰 벼락은 잠든 채로 정신 없이 핥아 먹습니다. 바로 그 때 테네시주에서 가장 큰 나무가 그들 큰 곰 벼락 위로 쓰러지고 벼락은 그만 나무에 깔려 죽고 말아요.

잠에서 깨어난 안젤리카는 곰이 죽은 걸 알고 모자를 벗어 팽팽하게 싸웠던 맞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당연히 허풍을 담아서요.

대단하구나. 이 못된 짐승아.
하지만 넌 나의 최대 맞수는 아니었단다.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허풍은 계속됩니다. 안젤리카가 잡은 큰 곰 벼락으로 테네시주에서 가장 성대한 잔치가 벌어집니다. 곰스테이크, 곰국, 곰탕, 곰케이크… 사람들이 어찌나 배불리 먹었던지 조끼 단추 터지는 소리가 멀리 켄터키 지방까지 들렸다는군요. 그렇게 먹고도 첫눈이 올 때까지 테네시주의 모든 빈 곳간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네요.

여기서 허풍은 끝나냐구요? 그럴리가요. 무슨 허풍이 더 남았을까 궁금한 분은 직접 책을 보세요~ ^^


두 그림책의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점, 그리고 그녀들이 남정네들이 제대로 못해내는 일들을 척척 해내면서 모두의 칭송을 받는다는 점 등을 보면 아마도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은 딸만 많이 둔 아빠나 엄마가 아니었을까요? 잘 키운 내 딸 하나가 너희 열 아들 안부럽다는 듯이 말이죠. ^^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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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계란
누운계란
2014/08/23 10:32

좋은 아침~.고릴라님.
오늘 소개해주신 책들은 우리 아들과 함께 읽고 빵 터진 그림책들이네요.
똥자루도 재밌고,
특히 안젤리카는 엄마아빠와 함께 있는 첫 그림으로 눈물나게 웃었어요.

허풍으로 묶으니 재미 위에 그렇게 공통분모가 있었네요.
멋진 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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