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8/28
■ 업데이트 : 2015/02/13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원제 : Sam and Dave Dig a Hole)
맥 바넷 | 그림 존 클라센 | 옮김 서남희 | 시공주니어
(발행 : 2014/08/15)

※ 2015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혹시 이 그림 기억하는 분 계신가요? 자기 주변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마을에 있는 모든 건물들까지 예쁜 털옷을 입혀 주고 행복해 하던 소녀 애너벨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의 한 장면입니다. 2013년 칼데콧 명예상을 받을만큼 아주 예쁜 이 그림책을 만든 사람은 바로 맥 바넷과 존 클라센입니다. 그리고 올 여름 두 작가는 다시 한번 칼데콧상에 도전합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라는 그림책으로 말이죠.(결국 2015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네요 ^^ – 2015/02/13)

맥 바넷과 존 클라센 두 작가는 어느 날 함께 식사를 하다 ‘땅을 파는 아이들’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생각해 냈다고 해요. 존 클라센은 그 자리에서 바로 냅킨에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들 그림을 그렸고, 즉석에서 그려진 그 그림을 바탕으로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의 두 주인공 샘과 데이브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5년이나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독특함을 자아냅니다. 거기에 개성 넘치는 존 클라센의 그림은 그림책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힘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 나선 샘과 데이브의 탐험을 유쾌하게 그려낸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함께 보시죠~


어느 날 샘과 데이브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 뒷마당을 파기 시작합니다. 중간중간 준비해 간 간식을 먹으면서 열심히 땅을 파던 둘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다른 방향으로 파보기로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파기 시작합니다. 샘과 데이브를 따라 온 강아지가 두 아이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답답하다는 듯 그들에게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지만 땅파기에 열중한 샘과 데이브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하지만 그림책을 보고 있는 우리는 모두 강아지의 눈빛이 가리키는 곳에 뭐가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안타깝기도 하지만 웃음도 참을 수 없습니다. 샘과 데이브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조금만 더 팠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을테니까 말이죠. 존 클라센은 매번 이런 식으로 그림책 속 주인공 몰래 독자들에게만 비밀을 알려 줘서 책 읽는 재미를 선물합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나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에서도 모두 이런 식이었죠. ^^

하루 종일 열심히 땅을 팠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준비해 온 간식도 다 먹어 버리고 샘과 데이브는 지쳐서 잠이 듭니다. 그 사이 강아지는 뭔가를 발견하고 열심히 땅을 파죠. 강아지에게 보석보다도 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 바로 뼈다귀를 찾아서… 매번 한뼘차이로 보석을 놓쳤던 샘과 데이브와는 달리 강아지는 포기할 줄 모르고 끝까지 땅을 파서 마침내 뼈다귀를 입에 물고야 맙니다. 바로 그 순간 땅이 무너져 내리면서 샘과 데이브, 그리고 강아지까지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합니다.

마침내 부드러운 흙 위로 떨어진 샘과 데이브, 그리고 강아지(강아지는 여전히 뼈다귀를 입에 물고 있습니다. ^^). 익숙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집 마당에 떨어진 샘과 데이브는 잠시 멍하니 마주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

라고 말하며 초콜릿 우유와 과자를 먹으며 집으로 들어가면서 싱거운 듯 어마어마하게 멋진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


샘과 데이브가 떨어진 곳은 원래 그들이 살던 집일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끝없이 파내려간 땅 속에서 다시 그들이 살던 집마당으로 떨어질 수 있었을까요? 왠지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그림책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찬찬히 보다 보면 그들이 떨어진 곳은 원래 살던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증거들이 하나씩 나올겁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찬찬히 살펴 볼까요~ 우선 지붕위의 풍향계를 잘 살펴 보세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 떠나는 샘과 데이브, 그리고 강아지를 지켜 보고 있는 고양이 목줄도 눈여겨 보시구요. 처마 밑에 있는 작은 화분에 핀 꽃 색깔도 기억해 두세요. 그리고 땅속으로 떨어져 내려간 후의 그림들과 비교해 보세요. 어디 어디가 다른지 말이죠.(오늘의 그림책 이야기에 그림들이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힌트는 드리지만 아이들과 함께 직접 찾아 보는 재미를 위해서… ^^)

땅 밑으로 떨어지기 전 샘과 데이브는 간식이 다 떨어져서 지치고 배고픈 채로 잠이 들었었죠. 그런데 떨어진 집마당에서 툴툴 털고 일어난 두 사람은 초콜릿 우유와 과자를 먹으며 집으로 들어가는 것도 뭔가 수상합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그림책 속이 아니라 그림책의 맨 마지막인 뒷표지에 숨어 있습니다. 샘과 데이브가 처음 땅을 파기 시작해서 자신들이 키보다 더 깊이 파내려 가기 시작했을 때 땅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 보던 고양이, 그 고양이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땅 속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샘과 데이브가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던 고양이와는 다른, 맨처음 그들의 집에서 샘과 데이브를 배웅하던 바로 그 고양이가 말이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샘과 데이브는 원래의 집으로 돌아온걸까요? 아니면 보석이나 그보다 더 멋진 무언가를 찾진 못했지만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뛰어들게 된 것 그 자체가 그들이 찾던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었던 걸까요?


Mac Barnett, Jon Klassen
맥바넷(왼쪽)과 존 클라센 – CC, BY-SA, ⓒJefrrey Beal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식상한 교훈만 담고 있었다면 이 그림책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는 굳이 소개할 필요도 없는 지루한 책이 되었을겁니다. 하지만 맥 바넷과 존 클라센 두 명콤비는(위 사진 속 두 사람을 보니 샘과 데이브의 모델은 본인들이 아니었을까요? ^^) 따분한 교훈을 소재로 기가 막히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이 멋진 그림책을 읽는 우리들은 재미있는 상상과 함께 많은 생각들을 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땅 속으로 떨어진 후 툴툴 털고 일어난 그들이 제일 처음 한 말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라는 한마디 말로 우리의 삶 속에서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은 우리의 노력에 대한 결과와 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의 설레임, 기대와 실망, 좌절 뒤에 맛보는 감동과 쾌감…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라고 말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하루하루가 바로 ‘어마어마하게 멋진 날’이라고 말입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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