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더 높아 : 소중한 것에 대하여

우리 집이 더 높아
책표지 : 개암나무
우리 집이 더 높아!(원제 : Too Tall Houses)

글/그림 지안나 마리노 | 옮김 공경희 | 개암나무


우리 집이 더 높아 언덕 위 작고 낮은 집 두 채에 나란히 사이 좋게 살고 있는 토끼와 올빼미. 토끼는 앞마당에 텃밭 가꾸기를 좋아했고, 올빼미는 지붕 위에서 숲 구경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해가 지면 함께 놀곤 했죠.

텃밭 가꾸는 것, 숲 바라보는 것도 잠시 놓아버리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토끼와 올빼미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너무나 예쁘죠? 내 아이 흐뭇하게 바라보며 엄마미소를 짓던 것처럼 이 장면을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웃게 됩니다.

우리 집이 더 높아 그런데 어느 날부터 토끼가 키운 옥수수가 훌쩍 자라 올빼미는 숲을 볼 수 없다며 투덜댔답니다. 하지만 토끼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올빼미의 말을 무시해버렸어요. 하는 수 없이 올빼미는 집을 더 높게 지었답니다. 그랬더니 올빼미 집에 가려 텃밭에 해가 들지 않는다고 토끼가 투덜대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이 더 높아 토끼는 올빼미 보다 집을 더 높이 짓고 이제는 지붕에 채소를 심었답니다. 그리고 지붕 위 채소들에게 물을 주었는데 그 아래 앉아있던 올빼미가 물을 다 맞았어요. 올빼미는 토끼보다 더 높게 집을 고쳐지었습니다. 화가 난 토끼가 소리쳤지만 집이 너무 높아서 토끼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그토록 친했던 두 친구는 사소한 문제로 갈등을 겪기 시작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점점 더 높게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내가 더 높은 곳에 살고싶단 말이야!

그림에서 화가 잔뜩 난 토끼가 펄쩍펄쩍 뛰며 소리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세요. 토끼의 이 한 마디에 이 모든 상황이 다 들어있는 듯 합니다. 함께 놀 때 보여주었던 그 표정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두 친구는 왜 그 소중한 시간들을 잊어버렸을까요? 처음 시작은 ‘숲을 가려서’에서 시작한 아주 사소한 문제였는데, 이제 점점 그 선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이 더 높아 집을 점점 더 높게 지은 끝에 마침내 둘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집을 갖게 되었어요. 그런데, 과연 둘은 행복했을까요?

보기만 해도 집이 위태위태해 보이는데 행복했을리 없겠죠? 물뿌리개를 놓져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의 토끼와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는 올빼미의 모습이 이 두 친구의 심정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 집이 더 높아이제 집이 너무 높아 토끼는 사다리로는 물을 나를 수 없게되었구요. 올빼미 역시 집이 너무 높아 오히려 숲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문제로 다툼을 시작한 두 사람,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시작한 다툼은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만들었네요.

게다 집이 너무 높아 바람도 더 요란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정말 거센 바람 때문에 순식간에 집들이 날아가버리고 말아요. 결국 둘 다 땅에 털썩 떨어지게 되죠. 한 순간에 토끼의 집은 흙더미 밖에 남지 않고 올빼미의 집은 부러진 나뭇가지만 남았어요. 이제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두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친구는 내 결국 이럴줄 알았어…라고 생각했을까요? 어쩌면 마음이 편해졌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렇게 높은 곳에 위태위태하게 서있는 높은 집에서 물도 제대로 길어 올 수 없고 숲도 볼 수 없었으니 아마도 마음 속으로는 이미 조금씩 후회를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자존심 때문에 말을 못했을 뿐이죠.(경험담 같다구요? ^^)

우리 집이 더 높아

이야기는 훈훈함으로 마무리 됩니다. 둘이 힘을 합치니 새로운 보금자리 하나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거든요. 토끼의 흙덩이와 올빼미의 나뭇가지를 합쳐 낮고 예쁜 집 한 채를 뚝딱 만들었어요.

둘이 살 집을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를 모으고 있는 올빼미의 의지가 불타 오르는 눈빛, 흙덩이를 나르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잔뜩 행복하고 후련한 표정을 짓는 토끼, 작가는 어쩜 이렇게 상황에 맞도록 세심하게 잘 그려냈을까요?

우리 집이 더 높아

그리고 두 친구는 한 지붕 위에 서로 기대어 나란히 앉아 먼 곳을 바라봅니다. 토끼의 흙덩이와 올빼미의 지푸라기를 함께 사용해 지은 낮고 아담한 집 한 채가 그들의 편안해진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합니다.

어린시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혹시 해본 적 있지않나요? 언니랑 서로 먼저 읽겠다 책을 잡아당기다  결국 찢고 만 기억, 서로 내 인형이라며 팔을 잡아 당기다 인형 팔이 쑥 빠져버려 서로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울고불고 하던 기억… 그러다 엄마에게 등짝 한 대씩 맞고 풀 죽어 있으면 엄마가 책을 테이프로 책을 붙여주셨던 그런 기억들 말이예요. 그렇게 한바탕 싸우고 나면 왜그런지 서로 더 친해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며 다짐도 하고, 뭐 그게 오래가지 않아서 탈이긴 했지만요. ^^

아이들에게는 배려와 양보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지만 정작 이 책을 읽은 저는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그것을 잊거나 혹은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습니다.

그림책 이야기를 마치기 전 이 그림책은 앞뒤 면지를 잠깐 살펴 볼까요?

우리 집이 더 높아

앞 면지에는 작고 낮은 각자의 집에 한 방향을 보고 나란히 앉아 석양을 보고 있는 토끼와 올빼미의 뒷모습을 볼 수 있구요. 뒷 면지에는 한 집에 나란히 앉아 있는 토끼와 올빼미의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목과 함께 추측해 보면 어떤 내용으로 이어져 어떤 결말로 끝이 날지 예측을 해 볼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제목과 함께 앞 뒤 면지만 보고 예측하기 놀이로도 활용해 보세요.

참고로 앞면지의 검은 실루엣으로 그려진 그림은 그림책의 첫장에 채색이 되어 나오구요. 뒷면지 그림 역시 그림책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장면이랍니다. ^^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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