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냠냠
꼬르륵 냠냠

(원제 : Lunchtime)
글/그림 레베카 콥 | 옮김 신주영 | 상상스쿨
(발행 : 2012/10/20)

※ 201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최종후보작


어릴 적에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괜히 신경질이 나서 잔뜩 뿌루퉁해져 있다가 결국엔 핀잔 듣던 기억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방학이면 아침밥 먹기가 무섭게 뛰쳐 나가서 친구들과 하루 종일 어딜 그렇게 놀러 다녔었는지… 밤늦도록 학원에 붙잡혀 있는 요즘 아이들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나도 저만할 때 저렇게 공부했으면 지금과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방학때면 제일 먼저 아침밥 먹은 녀석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누구야~ 노~올~자~~~!’ 하고 큰소리로 외치면 아직 밥을 다 못먹은 녀석들은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도 모르게 마구 집어 삼키고는 허겁지겁 친구 놈 목소리 따라 뛰쳐 나가곤 했었죠. 점심 때가 되어서 엄마에게 붙들려 들어가면 대충 물 말아서 후루룩 마시고는 다시 뛰쳐 나가서 종일 쏘다니며 실컷 놀고 나면 허기가 져서 저녁밥은 소나기밥을 먹어대던 기억… 손도 안씻고 밥상 앞에 앉았다며 엄마가 등짝을 후려쳐도 그러거나 말거나 밥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말이죠. ^^ 아빠들은 뭐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꼬르륵 냠냠

지금 이 친구가 딱 그런 심정인가 봅니다. 엄마 눈엔 그냥 장난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름 진지하게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흐름을 뚝 끊어 버리는 엄마의 ‘밥 먹자!’. 이럴 땐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 줘도 절대로 기쁘지 않을 수 밖에요. ^^

꼬르륵 냠냠

억지로 식탁 앞에 끌려 와 앉아 있기는 하지만 밥맛도 없을뿐더러 자기 내키는대로 못하게 된 것 때문에 잔뜩 심술이 나 있으니 숟가락에 손이 가질 않는게 당연하죠. 차라리 빨리 먹고 하던거 마저 하러 가는게 더 나을텐데… 어디 아이들 마음이 그런가요? ^^

꼬르륵 냠냠

그런데, 식탁 밑에 악어가 나타나서는 ‘너 그거 먹을거야?’ 라고 묻더니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어요. 그 다음엔 곰이 나타나서 ‘내가 좀 먹어도 될까?’ 라며 스프를 깨끗이 먹어 치우고, 그 다음엔 늑대가 자기는 사과를 제일 좋아한다며 먹어 버렸어요.

꼬르륵 냠냠

갑자기 나타난 동물 친구들이 깨끗이 먹어 치운 덕분에 엄마한테 칭찬까지 듣고 아이는 다시 놀러 갑니다. 그런데, 자꾸만 뱃속에서 꼬르륵 거려요. 점심을 안먹어서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꼬르륵 냠냠

그리고 또 다시 들려 오는 엄마의 목소리, ‘밥 먹자!’. 드디어 저녁시간입니다. 아이는 쏜살같이 달려 갑니다. 그리고는 엄마가 정성껏 차려 주신 밥을 맛있게 먹었어요. 이번에도 동물 친구들이 입맛을 다셔 가며 찾아 왔지만 이번에는 한 입도 나눠주지 않고 혼자 몽땅 먹어 치웠어요. 마지막 한 톨까지 말이죠! ^^

여기서 잠깐! 동물 친구들은 아이의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악어, 곰, 늑대 모두 아빠 아닐까요? 아이가 계속 심술 부리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엄마 몰래 슬쩍 대신 먹어 주는 모습… 영락 없이 제 모습인 것 같아서 말이죠. ^^

레베카 콥은 아이들 마음 속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능력이 있는 듯 합니다. 이야기와 그림 모두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맑고 순수함이 묻어나니 말이죠. ‘저렇게 심술 나서 걸어 오는 모습은 꼭 지난 번 우리 아기 모습 같네!’, ‘우리 아기는 샌드위치랑 사과 엄청 잘 먹는데, 이 친구는 사과가 싫은가봐?’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듯 아이와 함께 읽다 보면 아이도 엄마 아빠도 모두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그림책 “꼬르륵 냠냠”이었습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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