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여왕님
어쩌다 여왕님

(원제 : La Reine Des Grenouilles)
다비드 칼리 | 그림 마르코 소마 | 옮김 루시드 폴 | 책읽는곰
(발행 : 2014/09/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다비드 칼리는 깊은 통찰력과 예리한 필치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작가입니다. 전쟁의 본질을 아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는 그림책 “적(L’Ennemi)”에서 보여 줬던 예리한 필치와 유머 감각을 변함 없이 느낄 수 있는 그림책 “어쩌다 여왕님” 함께 보시죠~ ^^(참고로 이 그림책의 번역은 독특하게도 가수 루시드 폴이 맡았습니다.)


뜀뛰기도 하고 파리도 잡으며 개구리들이 할 만한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개구리 연못에 어느 날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습니다. 무엇이 떨어졌는지 궁금해진 개구리들이 연못 바닥을 뒤졌고, 그 중 한마리가 바닥에 떨어진 왕관을 발견했어요.

그 개구리가 왕관을 머리에 쓰고 나오자, 다들 그 개구리를 여왕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 여왕을 본 적 없는 개구리들은 여왕을 어떻게 모시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어쩌다 여왕님

그 때 몇몇 개구리가 다가와 이야기 했습니다.

“여왕님은 다른 개구리들과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발을 물에 적셔도 안 됩니다. 여왕님만을 위한 널따란 잎사귀가 있어야 합니다. 힘든 일을 해서도 안 되고, 잠도 많이 주무시고, 통통한 파리를 드시며 분부만 내리십시오. 말을 듣지 않는 개구리가 있으면 당장 벌을 내리소서.”

어쩌다 여왕님

뭘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던 여왕 역시 그 말을 그대로 따랐어요. 다른 개구리들과 얘기도 나누지 않았고, 널따란 잎사귀 위에 앉아 파리도 대신 잡아오게 했죠. 여왕을 따르는 신하들이 먹을 파리까지도 잡아오라고 명령했어요.

연못에 사는 개구리들의 세상은 이제 너무나 달라졌어요.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여왕님이 벌을 내릴 테니 여왕과 신하들을 위해 다른 개구리들이 끊임없이 파리를 잡아 바쳐야 했구요. 이 때문에 피곤해 진 개구리들은 저녁을 먹고 노래를 부를 여유조차 없어졌습니다.

물론 개구리들이 따져 물었어요. 왜 당신이 여왕이 되었는지를… 신하 개구리는 왕관을 찾았기 때문이라며 여왕님은 누구보다 빠르고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하니까 당연히 왕관을 가장 빨리 찾은 이가 여왕님이 되는거라고 말했어요.

어쩌다 여왕님

그러던 어느 날 여왕을 위한 다이빙 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가 마무리될 무렵 한 개구리가 여왕에게 제안을 해요.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난 여왕님을 위해 가장 높은 곳에 잎사귀를 남겨 두었으니 마지막 다이빙은 여왕님이 하셔야 한다구요. 신하들이 무엄하다 말했지만 모두들 여왕님이 멋지게 뛰어내리길 기다린다는 말에 여왕은 어쩔 수 없이 뛰어내릴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어쩌다 여왕님

여왕은 물 속 깊이 들어갔고, 한참만에 물밖으로 나왔어요. 개구리들이 자신을 멋지게 생각했을까 기대하면서요. 하지만 연못은 아주 조용했습니다. 여왕이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여왕의 상징이었던 왕관이 없어져 버렸거든요.

여왕은 자신의 왕관을 찾아오라 명령을 내렸지만 개구리들은 냉정하게 말했어요.

“네가 뭔데 우리한테 명령을 하는거야?”

“나는 너희들의 여왕님이시다!”

“왕관도 없는 주제에 여왕은 무슨 여왕!”

어쩌다 여왕님

개구리들이 여왕에게 진흙 덩어리를 던지며 그 간의 울분을 풀고 있을 때 누군가 배를 타고 연못으로 왔습니다. 놀란 개구리들은 모두 숨었어요. 그 사람은 연못 바닥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물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건져 돌아갔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구리 여왕의 왕관이었어요. 이제 여왕은 영영 왕관을 잃어버리고 말았네요.

그 후 개구리들이 사는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개구리들이 사는 연못은 예전 그대로 여왕도 없고, 자기가 먹을 파리는 스스로 잡으며 살아가는, 여름밤에 다같이 모여 노래를 부르는 그런 연못으로 돌아갔습니다.

때때로 연못 끝 다리 위에 연인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사이 좋아 보이는 한 연인의 여자 손가락에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었어요. 그 반지는 작고 반짝 거리는 왕관이랑 정말 많이 닮아 있었다네요. ^^


왕을  갖고 싶었던 개구리들이 멋진 황새를 자신들의 왕으로 추대하지만 날마다 황새에게 잡아먹힌다는 개구리 우화를 기억하시나요? 우화 속 개구리들은 모두 잡아먹히고 말지만 “어쩌다 여왕님”에 나오는 개구리들은 다행스럽게도 어쩌다 여왕으로 추대했던 여왕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모두 함께 지혜를 발휘 합니다. 대중의 힘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개구리를 여왕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개구리들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남은 개구리들은 평생을 개구리답게 살아가지 못하고 여왕 개구리와 그 신하들에게 파리를 잡아다 바치며 살아가야 했을 거예요. 그랬다면 그들이 예전에 누렸던 아름다운 여름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물 속에서 주워 온 왕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여왕이라 받드는 개구리 세상의 모습은 그 사람의 진정한 내면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재력이나 학력, 외모만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평온을 찾은 개구리들의 연못은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원래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여왕을 가져 보았던 개구리들의 세상은 이제 한층 성숙한 세상으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 다시 왕관을 쓴 개구리를 만나더라도 개구리들은 무턱대고 왕으로 생각하지는 않겠죠?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의 선택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며, 그 선택에 따른 책임감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어쩌다 여왕님” 속에는 웃음, 뜨끔, 씁쓸함, 반성, 그리고 우리 사는 세상과 비교해 절묘한 느낌까지….. 그림책 한 권에 다양한 이야기거리와 생각들이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한 연인의 사랑 싸움이 개구리의 세상을 그렇게까지 바꿔 놓았을 줄이야, 그 연인은 알고 있었을까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재치있게 마무리한 작가의 센스에 마지막 장을 덮으며 웃어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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