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5/11/01
■ 업데이트 : 2021/06/28


지난 10월 28일(미국 시간)에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올해는 “꿈꾸는 꼬마 건축가”, “꼬마 영화감독 샬롯” 등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출간한 예술 그림책 시리즈로 국내에 소개된 프랭크 비바(Frank Viva)가 세 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 뉴욕타임스에서 발행하는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는 1952년부터 매년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그 해에 미국에서 출간된 책들 중에서 각 분야별로 10 권을 뽑아서 ‘올해의 책'(The 10 Best Books of This Year)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림책 분야에서 선정된 10권이 바로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입니다.

이번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들을 보면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빨리 보고 싶다! 열 권 모두!’ 입니다. 열 권의 그림책 모두 개성 넘치는 그림과 독특하고 기발한 소재의 이야기들이라 더욱 그런 듯 합니다.

※ 그림책 순서는 순위가 아니라 영문 제목의 알파벳순입니다.
※ 그림책 표지 이미지 출처는 amazon.com입니다. 각 책표지의 링크를 클릭하면 미리보기가 가능합니다.
“거리에 핀 꽃”외의 그림책들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amazon, Kirkus Review, goodreads 등을 참조해서 간단히 정리하였습니다.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Big Bear Little Chair

Big Bear Little Chair

글/그림 리지 보이드

“딸깍! 불빛을 비추면”, “안쪽 바깥쪽” 등의 그림책을 선보였던 리지 보이드는 올해 상복이 좀 있나봅니다. “딸깍! 불빛을 비추면”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거머쥐더니 새 그림책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었으니 말입니다.

“딸깍! 불빛을 비추면”은 재미난 아이디어로 어두운 숲 속에 숨어 있는 동물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안겨주었었고, “안쪽 바깥쪽”은 역시 기발한 구성으로 집 안팎의 다양한 모습과 차이, 계절이 변해가며 우리 주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아이들이 재미있게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책이었죠. 리지 보이드의 그림책들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아이들의 관찰력을 높여 주는 그림책’ 아닐까요?

이번에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된 “Big Bear Little Chair” 역시 리지 보이드의 관찰력 시리즈 중 한 권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Big’과 ‘Little’의 차이와 단순한 크기의 비교가 아닌 상대성에 대한 개념을 기발하고 예쁜 그림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그림책 “Big Bear Little Chair”, 어서 만나보고 싶네요.


산딸기 크림봉봉

산딸기 크림봉봉

(원제 : A Fine Dessert
: Four Centuries, Four Families, One Delicious Treat)
에밀리 젠킨스 | 그림 소피 블랙올 | 옮김 길상효 | 씨드북

“A Fine Desert”는 2015년에 나온 그림책들 중에서 가장 ‘맛있는’ 그림책이 아닐까요? ‘Blackberry Fool’이란 맛있는(못먹어봤습니다 😥 ) 디저트를 소재로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시대에 따라서 블랙베리를 구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레시피나 만드는 과정도 조금씩 변하지만 변함 없는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디저트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글을 쓴 에밀리 젠킨스는 “마시멜로와 퍼지퍼지”란 그림책으로 이미 오래 전에 국내에 소개된 작가입니다. “아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에서 예쁜 그림을 보여주었던 소피 블랙올은 이번 그림책에서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듯 합니다.

“산딸기 크림봉봉” 리뷰 보기


Funny Bones

Funny Bones

: Posada and His Day of the Dead Calaveras

글/그림 Duncan Tonatiuh

“Funny Bones”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사람인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José Guadalupe Posada)의 일대기를 다룬 인물 그림책입니다. 책표지 그림만 봐도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가 어떤 그림들을 그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는 칼라베라(calavera)라고 부르는 해골이나 두개골을 소재로 정치권과 상류층을 풍자하는 작품으로 유명한 멕시코의 민중 삽화가이자 판화가라고 합니다.

마야, 아스텍 등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멕시코 출신답게 작가 Duncan Tonatiuh는 멕시코 고대문명의 예술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고 있고, 특히 미스텍족이 남긴 Mixtec codex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구글에서 ‘Mixtec codex’라는 키워드로 이미지 검색을 해 보면 “Funny Bones”의 그림과 많이 흡사한 느낌입니다.

2015 Kirkus Prize의 파이널리스트에 오를만큼 수작으로 인정받는 그림책 “Funny Bones”, 독특한 그림과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의 칼라베라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한글판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레오, 나의 유령 친구

레오, 나의 유령 친구

맥 바넷 | 그림 크리스티안 로빈슨 | 사계절

가온빛지기들이 믿고 추천하는 작가 맥 바넷의 새 그림책입니다. 유령 소년 Leo와 그가 살고 있는 집으로 새로 이사온 상상력 넘치는 꼬마 Jane의 우정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Kirkus Review가 단 한 마디로 “Dazzling!”이라고 표현한 그림책 “Leo”, 빨리 보고 싶네요. ^^

그림을 그린 크리스천 로빈슨은 “검은 비너스, 조세핀 베이커”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레오, 나의 유령 친구” 리뷰 보기


Madame Eiffel

Madame Eiffel

: The Love Story of the Eiffel Tower

글 Alice Brière-Haquet | 그림 Csil

파리 하면 에펠탑 하고 바로 떠오를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에펠탑. 하지만 그 에펠탑에 담긴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 같습니다. “Madame Eiffel”은 폐렴에 걸린 아내에게 유일한 치료제인 신선한 공기를 얻기 위해 하늘 높이 탑을 쌓기로 결심한 에펠의 사랑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혼자가 아닌 날

혼자가 아닌 날

(원제 : The Only Child)
글/그림 구오징 | 미디어창비

숲 속에서 길을 잃은 한 아이가 거대한 수사슴을 만나면서 두 친구의 신비로운 숲속 여행이 시작됩니다. “혼자가 아닌 날”은 112페이지 분량의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책이라기보다는 그래픽 노블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 합니다.

Kirkus Review는 추천 연령을 ‘5 & up’으로 정하고 모든 연령대에 어필 가능한 그림책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Guojing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혼자가 아닌 날” 리뷰 보기


The Skunk

The Skunk

맥 바넷 | 그림 패트릭 맥도넬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맥 바넷의 그림책이 두 권이나 있습니다. 이번 그림책은 제인 구달의 이야기를 담은 “내 친구 제인”의 패트릭 맥도넬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맥 바넷은 상복이 있는 작가라기보다는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를 고르는데 아주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그림 작가들과 함께 그림책상들을 골고루 수상하는군요. ^^

책표지를 보면 나무 뒤에 숨은 스컹크 한 마리가 한 남자를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 역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표정입니다. 재미난 건 빨간 코를 가진 스컹크와 턱시도에 빨간 나비 넥타이를 맨 남자의 모습이 흡사하다는 사실.

아마존이나 Kirkus의 요약 설명만으로 이 그림책의 내용을 설명하기 힘들 듯 합니다. 아마존과 goodreads.com의 댓글들을 봐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야기 자체뿐만 아니라 스컹크의 정체에 대해서도 말이죠. 분명한 건 늘 기발하고 참신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커다란 재미를 안겨주었던 맥 바넷이 패트릭 맥도넬의 유머러스한 그림을 통해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엄마 아빠들까지도 절대 실망시키진 않을 거란 사실입니다. ^^


거리에 핀 꽃

거리에 핀 꽃

(원제 : Sidewalk Flowers)
기획  존아노 로슨 | 그림 시드니 스미스 | 국민서관

아빠와 함께 길을 걷던 아이가 길거리에 피어있는 꽃 하나를 따갑니다. 아빠를 따라 가는 길 내내 이렇게 아이는 주변에 소박하게 피어있는 꽃들에게 눈길을 주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따서 소중하게 손에 쥐고 걸어갑니다.

그렇게 꽃을 쥐고 걸어가는 아이 눈에 죽은 새, 누워있는 남자, 목줄이 걸린 개, 그리고 가족이 보입니다. 아이는 그 때마다 자신이 소중하게 들고 가던 꽃을 살포시 놓아줍니다. 꽃을 알아보고 꽃을 따가는 소녀만 빨간색으로 그려졌고,  그 밖에는 모두 무채색으로 그려진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꽃을 놓고 간 자리는 그 예쁜 마음이 퍼져 나간 것처럼 화사하게 물들어 갑니다. 나는 오늘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고 어떤 색깔로 물들였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하고 예쁜 그림책입니다.

“거리에 핀 꽃” 리뷰 보기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원제 : The Tiger Who Would Be King)
글 제임스 서버 | 그림 윤주희 | 옮김 김서정 | 봄볕
(발행 : 2021/05/06)

제임스 서버(James Thurber)는 194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한 미국의 유머 작가이자 만화가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작품 활동도 활발해서 1944년에 “아주 아주 많은 달”로 칼데콧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구요.

“The Tiger Who Would Be King”은 제임스 서버의 우화를 윤주희 작가가 그림으로 다시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서로가 왕이라 자처하면서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기 시작합니다. 지켜보던 숲속의 동물들도 모두 호랑이나 사자의 편이 되어 싸움은 점점 처절해집니다. 결국은 모두가 죽고 숲에 남은 것은 호랑이뿐입니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왕이 된 호랑이…… 홀로 남은 호랑이에게 왕좌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유머러스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윤주희 작가의 그림과 재해석으로 재탄생한 “The Tiger Who Would Be King”, 오늘 소개하는 열 권의 책 중 가장 기다려지는 그림책입니다.

STUDIO WOOM에서 이 그림책의 멋진 그림들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윤주희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더 다양한 그림들을 만나 보세요.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리뷰 보기


Tricky Vic

Tricky Vic

: The Impossibly True Story of the Man Who Sold the Eiffel Tower

글/그림 Greg Pizzoli

“수박씨를 삼켰어!”로 2014년에 닥터수스상을 받았던 그렉 피졸리가 이번엔 희대의 사기꾼 Robert Miller의 이야기로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로버트 밀러란 이름보다는 빅토르 뤼스티그 백작(Count Victor Lustig)으로 더 잘 알려져 있더군요. 에펠탑을 두 번이나 팔아 먹었다고 하니 ‘con artist’라는 영어식 표현대로 예술의 경지에 이른 사기꾼 아닌가 싶습니다.

책표지의 중절모를 쓴 주인공의 모습은 엄지손가락 지문입니다. 생기 넘치고 유머러스한 그림을 선보여 온 그렉 피졸리다운 아이디어 아닌가 싶습니다. 희대의 사기꾼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재미와 교훈을 안겨줄지 궁금해지는 그림책 “Tricky Vic”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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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
봄산
2015/12/22 09:15

정말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아름다운 소개 감사드려요.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어볼 수 있을지 마음이 막 서둘러지네요..

가온빛지기
Admin
2015/12/22 09:40
답글 to  봄산

좋은 책을 만나면 마음이 급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인 모양입니다.^^

반갑습니다. 봄산님…
그림책 좋아하시는 분들 만나면 더 없이 반갑고 기쁘답니다.

봄산
봄산
2015/12/23 00:10
답글 to  가온빛지기

아이쿠…제가 등록이 안되는 줄 알고 다시 했더니 2번이나 적히게 되었어요. 직접 취소하려니 여기 사이트가 익숙하지 않아서 잘 안되네요. 밑의 것은 지우셔도 되옵니다.

봄산
봄산
2015/12/22 09:19

아름다운 설명 감사합니다. 그림책 강의를 한 꼭지 듣고 가는 것 같아요~

가온빛지기
Admin
2015/12/22 09:41
답글 to  봄산

감사합니다.봄산님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시고 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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