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선생님
책표지 : Daum 책
이오덕 선생님

원작 이오덕 | 만화 박건웅 | 고인돌
(발행일 : 2016/09/15)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숨겨진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에게 잊혀져가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이야기들을 만화로 그리고 있는 박건웅 작가가 이번엔 우리 모두의 참 스승이신 이오덕 선생님 이야기를 펴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참교육 교실을 만화로 생생하게 담아낸 “이오덕 선생님”입니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소통해야만 하는 엄마 아빠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꼭 한 번 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이오덕 선생님

만화는 아이들이 각자 타고난 품성과 자신의 꿈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을 담은 시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맴맴 매미 소리가 한창인 시골 풍경 속에 곧게 뻗은 길 저 멀리서 누군가 아이들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옵니다. ‘얘들아~’하고 아이들을 부르는 순박한 모습, 바로 이오덕 선생님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이들’입니다. 선생님은 방과 후 청소 시간에 여자 아이에게 짖궂게 장난치던 사내 아이를 붙들어다 앉혀 놓고 벌 대신 나머지 공부를 시킵니다.

안되겠구나!
그냥 갈 수 없으니 벌공부를 하자꾸나.

‘벌공부’란 말 참 예쁘네요. 선생님과 단 둘만 남아서 억지로 벌공부를 하던 그 아이는 공부엔 영 소질이 없어 보입니다. 이내 좀이 쑤시고 엉덩이가 박이는지 이리저리 움찍거리고 하품을 해대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봅니다. 어떤 과목이 제일 좋은지, 음악과 미술 중에는 어느 게 더 좋은지, 가족은 어찌 되는지…… 꾸벅꾸벅 졸면서 간신히 대답하던 아이는 이제 그만 집에 가도 좋다는 선생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언제 졸았냐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쏜살같이 달려 나갑니다.

텅 빈 교실에 홀로 남은 선생님은 가지런히 놓여진 책상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들

지금은 4시 5분 전……
아무도 없는 교실에는 때묻고 찌그러진 책상들 60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꼭 아이들이 귀엽게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뒷면에는 오늘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는데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온갖 모습들이
재미있는 선과 색으로 아름답게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못해서 시간마다 꾸지람을 듣는 아이들은
학교 생활이 얼마나 괴로울까요?
하루하루가 무거운 짐이 되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마음을 누르고……
그래서 천진한 품성마저 삐뚤어지기가 보통이지요.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체육시간을 좋아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지고
해방의 시간으로 다가올까요?

아이들은 대체로 미술시간을 좋아합니다.
크레용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제 마음대로 이야기하면서
그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남의 흉내 안 내고 제 마음대로 그리면
무엇을 어떻게 그려도 칭찬을 받으니까 그렇겠지요.
글짓기 같이 글씨의 저항이 없는 것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공부 시간에 꾸중만 듣는 아이가
청소 시간에 크게 활동하거나 장난을 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내일 아침이면 또 다시 온갖 희망과 슬픔을 안고
60명의 어린 생명들이 이곳을 찾아올 것입니다.
교사라는 위치가 새삼 두려워집니다.
이렇게 괴로운 시대에 내가 어처구니 없는 기계가 되어
내가 어린 생명을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 나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내일 아침이면 또 다시 각자의 희망과 슬픔을 안고 교실을 찾아올 아이들을 생각하면 교사라는 위치가 새삼 두려워진다는 선생님의 말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위와 같은 형식으로 서로의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선생님이 쓰신 글들을 잘 녹여내어 보여줍니다. 모두 열세 개의 에피소드와 일곱 편의 시가 담겨 있고, 마지막 에피소드 ‘만남’은 권정생 선생님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의 뒷부분엔 여덟 페이지에 걸쳐 선생님의 삶이 시간 순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그 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선생님의 교육 철학 그대로 아이가 중심인 삶을 보여주고 있는 한 장의 그림입니다. 사방에서 제각기 이리저리 뛰노는 아이들, 나무위로 악착같이 기어오르거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들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 이오덕 선생님이 꿈꾸는 세상, 그의 생각을 만화로 펴낸 박건웅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세상, 바로 아이들이 중심이고 아이들이 주인공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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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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