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난 그림책 표지

색다르게 보는 그림책 : 재미있는 표지 이야기

책표지는 독자가 책과 가장 먼저 만나는 부분입니다. 제목, 지은이 등의 정보도 중요하지만 일단 독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끌수 있느냐 없느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표지를 구성하는 작업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림책 표지는 그림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면서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단번에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장면을 골라 싣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표지 그림으로 돌아와 의미들을 세세히 살펴보면 읽기 전에 놓쳤던 새로운 단서나 복선, 힌트가 보이곤 한답니다.

앞표지 뒤표지 따로 보아도 좋지만 그림책 표지를 좌우로 활짝 펼쳐서도 보세요. 어떤 것들을 발견했나요? 읽기 전과 후가 다르게 느껴지나요? 아이들과 그림책 표지를 보며 이야기도 한 번 나눠보세요.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의외로 엄마 아빠가 놓친 부분을 아주 잘 포착하곤 한답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림책 표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림책 표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실래요?


못다한 이야기를 뒤표지에 담은 그림책들

동동이와 그 아이는 친구가 되었을까?

알사탕

언제나 혼자였던 동동이는 마법의 알사탕을 먹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게 되고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공원에서 처음 만난 아이에게 ‘나랑 같이 놀래?’하고 먼저 물어보면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는데요. 동동이와 그 아이는 같이 놀았을까요?

이렇게 그림책을 펼쳐 뒤표지를 살펴보면 동동이가 친구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동동이네 아파트 입구에 나란히 놓인 동동이의 킥보드와 새로 사귄 친구의 스케이트보드는 두 아이가 오늘 동동이네 집에서 같이 놀고 친구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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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아빠의 운명은?

오리 아빠

길에서 주운 알을 사랑과 정성으로 품어준 오리 아빠, 그런데 알에서 태어난 것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 오리가 아닌 무시무시하게 생긴 커다란 악어였어요. 오리 아빠와 악어 아기라는 말도 안 되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오리 아빠를 쫓아가는 커다란 악어의 모습이에요. 오리 아빠가 뜻밖의 악어 등장에 놀라 도망가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부모와 자식처럼 아빠가 앞서가고 아이가 뒤따라가는 것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뒤표지에 나온 ‘꽥!’이라는 외마디 비명이랍니다. ‘꽥!’은 오리 아빠가 지른 최후의 비명일까요? 못된 악어 아들의 버릇을 고치기 위한 오리 아빠의 엄격한 훈육의 소리일까요? 열린 결말로 읽는 이에게 다양한 생각을 남겨주는 그림책 “오리 아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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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중요한 문제

탈모가 고민인 네모 씨가 병원에서 처방 받은 것은 격렬한 운동을 삼가고 뜨거운 목욕도 하지 말고 기르는 강아지도 멀리하고 채소화 해조류 위주의 식단, 시간 맞춰 약 먹기 였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네모 씨의 머리는 더 많이 빠지게 됩니다.

결국 네모 씨가 선택한 것은 그동안 금지되었던 것들을 편하게 해버리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었어요. 스트레스의 근원이었던 머리를 모두 밀어 버리자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죠. 시원하게 머리를 밀고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고 사랑하는 강아지를 꼭 안고 세상 편하게 잠든 네모 씨가 등장하는 뒤표지 그림을 보다 보면 그림책을 읽는 내내 꽉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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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표지가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된 그림책

표지를 좌우로 쫙 펼치면 하나로 연결되는 그림책 표지는 아주 흔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표지를 펼쳐 보면 의외의 힌트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있답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

메리

동네에서 키우는 모든 개들에게 할머니들이 똑같이 ‘메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는 재미난 에피소드에서 시작된 그림책 “메리”, 그림책 표지 그림에는 떠돌이 개가 할머니네 흰둥이 메리를 찾아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떠돌이 개는 꽃 냄새에 끌려 메리네 집까지 온 걸까요? 순둥순둥 착하고 예쁜 메리의 매력에 끌린 것일까요? 대문 밖 남자 친구의 존재를 모르는 메리는 할머니를 보고 반갑다고 꼬리를 살랑살랑거리고 있습니다. 착한 이들이 살아가는 따스한 세상을 감동적으로 그린 그림책 “메리”의 뒤표지를 보면 메리네 집 주변을 어슬렁대는 메리의 남자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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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에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상한 집

거꾸로 된 이상한 집이 등장하는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책 “이상한 집”입니다. 이런 집에는 누가 살까요? 그림책을 펼쳐 이야기를 보기 전에 이렇게 표지를 쫘악 펼쳐 보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뒤표지에 물구나무 선 이를 보면 거꾸로 기울어진 이상한 집에 사는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죠. ^^ 이렇게 힌트를 살짝 알고 보면 다음에 등장하는 이상한 집에는 누가 살지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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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표지 그림을 별도로 작업한 그림책들

그림책 표지는 그림책의 본문 그림 중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면서 독자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는 장면을 고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표지 그림을 별도로 작업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그림책 속에서는 볼 수 없는 또 한 장의 그림, 독자 입장에서는 그림 한 장을 덤으로 선물 받는 느낌이죠.

대가 존 버닝햄의 집착? 고집?

우리 집 생쥐네 집

글자 사이에 즐겁게 놀고 있는 생쥐 가족의 모습으로 공존과 평화의 메시지를 그림책 표지에 담고 있는 그림책 “우리 집 생쥐네 집“, 존 버닝햄은 자신의 대부분의 그림책 표지 그림을 따로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나 존 버닝햄은 자신의 그림책 표지에 잊지 않고 멋진 친필 사인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번거롭지만 그림책 표지를 따로 그리고 거기에 일일이 자신의 서명을 남기는 존 버닝햄, 그림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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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이 머금은 놀라운 이야기
대추 한 알

유리 작가도 그림책 표지 작업을 따로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발표했던 “돼지 이야기”, “대추 한 알” ,“수박이 먹고 싶으면” 모두 그림책 본문과는 다르게 별도로 작업한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습니다.  유리 작가의 그림책들을 보고 있자면 한 장면 한 장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이고 고민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대추 한 알이 익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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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 보면 더 재미있는 표지 그림

앞표지에 앞모습, 뒤표지에 뒷모습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싸움의 실체와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그림책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앞표지에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 모습이 나오고, 뒤표지에는 그런 아이의 아이의 뒷모습이 나와 독특한 느낌이 듭니다. 그림책을 닫는 순간 아이가 한 사람으로 합쳐지는 느낌이 들도록 그림책 표지를 표현했어요.

앞표지엔 그림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앞모습을, 뒤표지에는 뒷모습을 그린 그림책에 어떤 그림책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세요. 제가 찾은 그림책은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외에도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곰돌이 팬티”, “새색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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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산딸기 크림봉봉”의 역사

산딸기 크림봉봉

산딸기 크림 봉봉이 처음 만들어진 1710년대부터 2010년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림책에 출연한 네 명의 아이가 뒤표지에 다시 나와 한눈에 산딸기 크림봉봉의 역사를 볼 수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만드는 사람이나 디저트를 만드는 도구, 재료를 구하는 곳은 바뀌었지만 그 맛은 그대로 유지되어 온다는 디저트의 맛있는 역사를 그림책으로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 “산딸기 크림봉봉”, 그림책을 다 읽고 한 장 요약된 뒤표지 그림을 보면서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내려온 음식의 오랜 역사를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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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코드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감기 걸린 물고기

평범한 바코드에 물고기 그림을 입혀 바코드를 바닷속 생명체로 변장 시킨 박정섭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입니다.

박정섭 작가의 그림책 “검은 강아지” 뒤표지에도 바코드가 자동차로 변신해 그림책 배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요. 특히 “검은 강아지” 표지 그림에는 박정섭 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 식당뿐만 아니라 작업에 함께 참여한 이들의 작업실(음악을 담당한 슌,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최미혜, 김명은 작가의 작업실)도 깨알같이 그려져 있으니 꼭 한 번 찾아 보세요. 이 그림책 이후 저는 늘 뒤표지 바코드도 꼭 살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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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뒤표지로 다 모여!

에릭 칼과 친구들의 친애하는 동물들14명의 그림책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과 그 동물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재미있게 그려 한 권으로 엮은 그림책 “에릭 칼과 친구들의 친애하는 동물들”, 앞표지에는 작가들이 소개한 동물들 각각의 특징을 섞어 에릭 칼 특유의 재미난 동물을 그려 넣었고 뒤표지에는 그림책에 참여한 작가들의 동물들을 한 장에 모두 보여주고 있어요. 표지만 보고도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과 거기 얽힌 사연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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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

구덩이
“구덩이”는 독특하게 위로 넘기는 구성입니다. 앞표지 그림(아래 그림)은 주인공 히로가 깊게 판 구덩이에 들어가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이에요. 어두운 구덩이 안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여느 때보다 훨씬 파랗고 훨씬 높아 보였어요. 뒤표지 그림(위 그림)은 한참만에 구덩이 밖으로 나온 히로가 내려다 본 구덩이의 모습입니다.

동그란 구덩이는 똑같지만 아래에서 위를 보느냐 위에서 아래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여요. 아주 단순한 표지 그림이지만 그림책을 읽고 나면 히로의 시각에서 보이는 구덩이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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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그림책 표지를 싸는 겉싸개 (Dust Jacket)를 독특하게 이용한 경우도 있어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선”은 스케이트를 타는 그림이 그려진 겉싸개를 벗기면 수많은 선 자국이 그려진 표지 그림이 나옵니다. 겉싸개의 오른쪽 일부는 코팅된 종이로 얼음처럼 매끈하게 표현했고 왼쪽은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를 사용해 촉감을 살려 표현했죠. 책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겉싸개를 이용해 그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선”, 그림책 공간을 하나의 무대처럼 살려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수지 작가의 특색이 아주 잘 나타나 있는 그림책입니다.

2018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과 2017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을 수상한 “바닷가 탄광 마을” 역시 겉싸개를 별도로 활용한 그림책입니다. 해 질 녘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깊은 어둠 속에서 일하는 아빠를 생각하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겉싸개를 벗기면 밤이 찾아온 바닷가 풍경이 나타나는 표지 그림이 나오죠. 이어지는 두 그림으로 작가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말고 세세하게 살펴보세요. 그림책 한 권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 다양한 시행착오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는 그림책 작가들의 수고가 느껴질 거예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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