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엄마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원제 : Maman)
엘렌 델포르주 | 그림 캉탱 그레방 | 옮김 권지현 | 밝은미래
(발행 : 2019/01/15)


오늘 소개할 책은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꿈과 희망을 가슴 깊이 품었던 이들, 자신의 삶을 잠시 접어둔 채 엄마로 거듭나며 또 한 번의 성장을 겪는 이들, 서로 다르지만 ‘엄마’로서는 똑같은 서른한 명의 여자 이야기를 담은 책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입니다.

차별이라는 폭행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받을 딸아이를 품 안에 있는 순간만이라도 지켜주고 싶은 엄마, 딸 때문에 의사의 꿈을 포기했던 엄마의 푸념을 듣고 자란 딸이 또 한 명의 엄마가 되며 자신의 아기에게 ‘너는 나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엔진이야’라며 두 사람의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이야기 등 ‘엄마’와 ‘여자’라는 존재의 간극에 선 서른한 명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입니다.

여성들,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과 딸아이가 너무도 소중한 아빠들, ‘엄마’라는 존재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욱 더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합니다.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나의 보물,
나의 보배,
나의 보석,
성벽 같은 내 품 안에서 편히 쉬렴.
이 무서운 세상에서 몇 년 만이라도
너의 요새가 되게 해 다오.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난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말끝에 붙은 세 개의 작은 점.
엄마는 말을 끝내는 법이 없지.
사실 엄마가 말하고 싶은 건,
“난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네가 생겼단다.” 이거야.
엄마는 공부를 포기하고 나를 길렀어.
엄마는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내 상처를 돌봤지.
엄마는 후회가 없대.
하지만 난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아.

네가 생겼어.
나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는데…”라고 말하지 않을 거야.
대신 “나는 너와 함께, 너를 위해서, 네 덕분에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라고 말할 거야.
너는 나에게 브레이크가 아니라 엔진이야.
너는 나에게 짐이 아니라 행운의 부적이야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아주머니, 좀 가리세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젖 안 뗐어?”
“떼쓰는 거네. 울게 내버려 둬.”
“아기랑 그렇게 붙어 있으면 네 생활은 어쩌고?”

사람들. 내가 묻지도 않은 조언들.
길을 잃게 만드는 말들.
네가 내 품 안에서 젖을 물면 모든 게 멈춘단다.
모든 게 잘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

떠들어 대든지 말든지.
나에게는 우리의 고요만이 들릴 뿐.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얼마나 대단한 모험인지!
너는 출발선에 있고, 나는 결승선에 다다랐으니.
너는 모든 걸 손에 쥐고 있고,
나는 바통을 넘겨
네 손에서 사라지니.
얼마나 대단한 모험인지!
얼마나 황홀한 모험인지!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안녕, 젊은 아빠.
추수 전에 떠나 버린 당신.
둘이었던 우리에서
자유로운 내가 되었지.

지금 우리는 다시 둘.
지평선에 황금빛 노을.
내 품 안에
잠든 미래.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내 배는 너의 집이었어.
너는 내 안에 살았지.
나는 젖이 부풀고 허리가 늘어났어.
공처럼 팽팽한 배를 더듬었지.
네 발길질도 느꼈어!
아이야, 나는 너를 내 살 속에 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이사를 갔어.
나는 텅 비었어.
내 살 속에 홀로 남았어.
나는 내 집을 다시 지어야 해.
점 하나하나, 피 한 방울 한 방울.
나는 내 모습을 본떠 다시 몸을 만들었어.
내 살을 다시 소유했어.
네가 내 배에 남기고 간 분홍색 선들 위에
나는 심장을 새겨 넣었어.
내 등에는 날아가는 새를.
내 팔에는 닻을.
온몸에는 별을 심었지.
너를 사랑해.
나는 자유로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는 내가 되었어.
새로운 나.
너와 함께하는 나.
아이야, 나는 너를 항상 내 삶 속에 품었어.
하지만 이제 너는 내 마음 속에 있단다.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어느 날 선생님께 여쭤봤어.
“기계를 발명하는 사람을 뭐라고 불러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지.
“엔지니어라고 부른단다. 남자다운 직업이지.”

여자는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럼 기계를 다루는 여자의 직업은 뭐지?
내가 찾은 건 정비사였어.
나는 정비사가 될 거야.

나는 정비사가 되었어.
기계를 다루지만 발명하지는 않아.
발명이 아니라 청소를 하지.
하지만 나는 엔지니어만큼 발명가의 소질이 있어. 자유롭기도 하고.
그렇게 나는 너에게 진짜 동화를 들려주기 시작했지.
“옛날 옛적 커다란 성에 여자 엔지니어가 살고 있었어.
그 엔지니어는 우주에 요정을 보내기 위해 기계를 만들었지.”
“옛날 옛적 여자 총리가 살았어.
그 총리는 왕자들이 일은 안 하고 전쟁놀이에 빠진 걸 보고 한숨을 쉬었지.”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자식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생명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이들은 당신이 받아들인 불꽃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엄마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조상의 지혜.
나에게는 새로운 말.
너희가 내 아들이 아니고 내 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너희는 독립적인 인격체야.
하지만 너희가 원한다면
너희 엄마로 남고 싶구나.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