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두려움은 참 다양한 형태로 찾아왔어요. 한밤중 화장실에 가고 싶어 깨어났던 밤, 새 학년이 되어 처음 학교 가던 날, 혼자 심부름 가던 길, 시험을 바로 코 앞에 둔 날… 어른이 되면 두려움 따위는 멀리 사라질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나이만큼의 또 다른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어요. 두려움, 이리저리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그렇기에 이제는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덤덤하게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너 오늘도 또 찾아왔구나…’

지나온 시간 동안 겪은 경험이나 자란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사람마다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이나 상황이 모두 달라요. 그렇기에 그때마다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 때문에 두려운지, 그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먼저 그것을 아는 것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블랙 독”“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두 권의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두려움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림책 속 두려움을 바라보면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가 느꼈던 두려움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쩌면 내가 그려낸 상상이 두려움을 스스로 거대하게 커버리도록 놓아둔 것은 아닌지를 말이에요.


블랙 독

블랙 독 (원제 : Black Dog)

글/그림 레비 핀폴드 | 옮김 천미나 | 북스토리아이

집 앞에 찾아온 검은 개 한 마리 때문에 호프 아저씨네는 한바탕 커다란 소동이 일어납니다. 호프 아저씨가 보기에 검은 개는 호랑이만 해 보였어요. 호프 아주머니가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검은 개는 코끼리만 하게 보였어요. 애들라인이 볼 때는 티라노사우루스만 하게 보였고 모리스가 본 검은 개는 빅 제피만 해 보였어요. 놀란 가족들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검은 개는 점점 더 커지다 마침내 집채만큼 커다래집니다.

놀란 가족들이 허둥지둥 서둘러 이불 밑으로 숨었어요. 그때 이 상황을 지켜보던 막내가 다짜고짜 현관문을 열었어요. 그리곤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블랙 독

블랙 독

무시무시해 보이는 검둥개를 마주한 막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아, 너 덩치가 진짜 크구나!
그런데 여기서 뭐하는 거니, 덩치야?”

막내가 나를 잡아보라면서 총총거리며 달리자 검둥개가 막내를 쫓아갑니다. 노래까지 부르며 달리는 막내를 따라 연못을 지나 놀이터를 돌고 집 앞으로 다시 돌아오는 동안 검둥개는 조금씩 조금씩 작아졌어요. 마침내 고양이 문을 통과해 집안으로 쏙 들어간 막내를 따라 검둥개도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블랙 독

가족들이 검둥개를 직접 맞닥뜨리고 보니 생각만큼 어마어마하게 크지도 무시무시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검은색 떠돌이 개 한 마리였을 뿐.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는다고들 하죠. 이 그림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의 실체를 ‘검둥개’의 이미지로 시각화해 보여줍니다. 가족들의 상상 속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치 커진 검둥개는 두려움을 직접 마주하러 나간 막내 덕분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또는 경험하지 못한 것, 지난 경험이 마음속에 그대로 고착화되어 버린 것 등 두려움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놀라 허둥대며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들어가 숨어버린다면 우리는 영원히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할 거예요.

막내가 용기 내어 밖으로 나가 마주한 검은 개, 온순해졌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우리 곁에 항상 머무르는 두려움이 그렇듯이요. “블랙 독”은 영원히 두려움과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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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원제 : La Chambre du Lion)
글/그림 아드리앵 파를랑주 | 옮김 박선주 | 정글짐북스

사자가 잠시 방을 비운 사이, 누군가 조심스레 사자의 방을 찾아옵니다. 소년이 찾아오는 소리에 구석에서 잠을 자던 생쥐가 놀라 달아났어요. 소년은 또 다른 소년이 방으로 들어오자  허둥지둥 침대 아래 숨었어요.

이렇게 사자의 방을 찾아온 이들은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에 덜컥 겁을 집어먹습니다. 사자의 방 이곳저곳에 숨고는 혹시나 사자가 돌아온 건 아닐까 두려움에 벌벌 떱니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이윽고 사자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정작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사자는 자신의 방이 어딘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에 두려워집니다.

사자가 커다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벌벌 떨고 있을 때 맨 처음 달아났던 생쥐가 돌아왔어요.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한 방을 휘둘러 본 생쥐는 이불 위에 편안하게 누워 그대로 잠이 듭니다. 무시무시한 사자 바로 위에서요.

사자가 무서워 숨어있는 이들 앞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사자의 모습이 이 그림책의 커다란 반전입니다. 온갖 위협적인 존재들에게 둘러싸였음에도 편안하게 잠든 생쥐 역시 반전 포인트죠. 실체도 없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벌벌 떠는 사자, 잠재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덕분에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생쥐, 두려움은 이런 묘한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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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맞설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용기라 부릅니다.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손길, 수많은 실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열정, 거짓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정의로움… 이 모든 것은 용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에서 시작됩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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