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원제 : Nine Days To Christmas)
마리 홀 에츠, 오로라 라바스티다 | 그림 마리 홀 에츠 | 옮김 최리을 | 비룡소
(발행 : 2002/12/07)

※ 1960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지난 번 “포인세티아의 전설”이 멕시코가 원산지인 포인세티아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라면 오늘 들려드리는 “크리스마스까지 아홉밤”은 멕시코의 크리스마스 축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은 마리 홀 에츠가 1960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작품으로 마리 홀 에츠와 그의 절친 오로라 라바스티다가 함께 글을 써 완성한 그림책입니다. 마리 홀 에츠는 이미 “숲 속에서”로 1945년에, 그리고 1956년엔 “나랑 같이 놀자”로 두 차례나 칼데콧 명예상을 받았고,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으로 마침내 칼데콧 메달까지 받았으니 모두 세 차례나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가 되었네요.

독특한  크리스마스 문화를 가지고 있는 멕시코의 크리스마스 축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세시가 사는 멕시코에서는 크리스마스 아홉 밤 전부터 매일 밤 각각 다른 집에서 포사다가 열립니다. 포사다는 멕시코의 크리스마스 축제로 요셉과 마리아, 당나귀 인형을 들고  많은 사람들이 포사다를 여는 집 마당을 돌며 노래를 부르는 행사예요. 포사다가 열리는 집에는 다양한 모양의 점토 인형을 높이 매달아 놓고 긴 종이 막대기로 쳐서 점토 인형을 깨뜨리는 피냐타 놀이를 합니다. 피냐타가 깨지면 그 속에서 맛있는 것들이 쏟아진답니다. 마치, 우리의 운동회 날 박 터뜨리기와 비슷한 놀이예요.(피냐타가 터지면 맛난 것이 쏟아지고, 박이 터지면 색종이 가루가 쏟아지며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었죠.^^)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세시 엄마는 이번에 세시를 위한 첫 번째 포사다를 열기로 했어요. 세시는 자신만의 피냐타를 갖게 된다는 사실에 마냥 설레여 하며 포사다가 시작되는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남은 날을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렸어요.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느 날 드디어 엄마가 세시를 불렀어요. 멕시코 재래시장에 가서 세시가 직접 피냐타를 고르게 할거래요. 세시는 가장 좋아하는 인형 가비나를 안고 시장으로 향하며 가비나에게 말했어요.

“나는 피냐타를 갖게 될 거야. 가비나! 그리고 피냐타를 사러 시장에도 갈 거야!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냐타를 고를 거야! 그리고 그건 가비나 너의 것이기도 해. 나랑 함께 시장에 가고 싶지?”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피냐타 가게에는 정말로 다양한 피냐타들이 매달려 있었어요. 세시는 이런 저런 피냐타 사이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갈등을 하던 중에 가장 멋진 피냐타를 만나게 되었어요. 저기 보이는 수많은 피나탸 중에 세시의 마음을 움직인 피냐타는 어떤 것일까요?

“와! 정말 예뻐.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피냐타야!”

세시는 아기 예수를 찾아가는 동방박사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별 피냐타를 골랐답니다.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포사다의 날 아침, 세시는 피냐타를 오렌지, 달콤한 레몬, 사탕, 설탕 지팡이들로 가득 채웠어요. 엄마는 포사다에 쓸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아빠와 오빠는 피냐타 놀이를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오빠는 눈가리개를 한 아이들이 피냐타를 치려고 하면 줄을 위 아래로 흔들며 아이들을 약 올리라고 알려주었어요.

하지만 세시는 이제껏 포사다만을 기다리며 설레여 했던 것과 달리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아이들이 세시의 피냐타를 쳐서 깨뜨리는 것이 싫었거든요.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날이 어두워지자 세시는 포사다 옷을 입고 포사다 행렬을 이끌어 집으로 들어갔어요.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예수의 가족 노래를 부르면서 세시를 따라갔어요.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커다란 막대기를 들고 피냐타를 깨뜨리는 크리스마스 파티 마지막 행사 생각에 모두들 잔뜩 들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하지만 세시는 눈물이 날 것 같아 나무 뒤에 숨어 오빠에게 말했어요.

“애들이 피냐타를 못 치게 해! 내 피냐타가 깨지면 안 돼!”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렸어요. 세시의 피냐타가 깨졌거든요. 세시도 눈치 챘지만 차마 깨진 피냐타를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그 때 나뭇가지 사이에서 세시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울지 마, 세시. 나를 봐! 한 작은 소녀가 첫 번째 포사다에서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나는 이제 진짜 별이 된 거야.’

세시가 쳐다보자 별은 하늘로 날아갔어요. 세시는 이제 마음이 풀렸습니다. 사람들이 깨뜨린 건 그저 항아리일 뿐이고, 이제 세시의 피냐타 별은 진짜 별이 되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 별을 깨뜨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 별은 세시와 세시가 가장 아끼는 인형 가비나의 별이 될거라 생각했죠.

크리스마스까지 아홉 밤 

“가비나,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위해 이 세상에 새 별을 보낸 거야. 봐, 저 별이 우리 별이야!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이지?”

아동심리를 공부한 심리학자답게 마리 홀 에츠는 그림책 속에서 어린 여자 아이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요. 자신을 위한 포사다를 준비하며 설레여 하는 마음, 자신의 첫 번째 피냐타가 깨져 버리길 원하지 않는 애틋한 마음, 그리고, 자신의 피냐타가 친구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물하고 하늘 높이 올라가 밝게 빛나는 별이 되었다고 믿는 순수한 마음 등 포사다가 열리는 날까지 세시 홀로 겪는 심리 변화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흑백의 모노톤으로 그려진 그림에  부분적으로 노랑, 핑크, 주황색 등의 화려한 색상을 사용해 축제의 들뜨고 흥겨운 분위기를 잘 살려낸 그림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특히나 밤의 포사다 축제 그림은 그 설레임과 흥겨움이 형광색상으로 인해 정점을 찍고 있어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