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원제 : The Tale Of The Cage)
로둘라 파파 | 그림 셀리아 쇼프레 | 옮김 김혜진 | 한솔수북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통의 새장이 여느 새장과 다른점은 어떤 새도 그 새장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 새장은 직접 새를 찾아 나서기로 했어요. 새장은 자신에게 들어와서 살면 늘 맑은 물과 모이가 있어 배고프지 않고 안전할 거라면서 만나는 새들마다 물어보았지만 새들은 새장에 들어가 살길 원하지 않았어요. 새장은 제비, 참새, 나이팅게일, 공작, 올빼미를 차례대로 찾아갔지만 모두 각자의 이유로 새장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늙은 올빼미는 자신을 찾아온 새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먹이가 없거나 두려움과 추위에 떨더라도 새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자유라구요. 새장 안에 사는 새들이 하루종일 노래 부르는 것은 단지 슬픔을 잊기 위해서라는 말과 함께요.

올빼미의 말을 들은 새장은 자신의 문을 떼어내 멀리 멀리 던져 버리고 새장 안에 곡식과 맑은 물을 채워놓고 숲속에서 날마다 새들을 기다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새장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어요. 시간이 흘러 추운 겨울이 왔을 때 먹이를 찾을 수 없었던 새들은 새장으로 몰려들었고, 더운 여름이 다가오자 맑은 물을 마시기 위해 또 새장을 찾아왔어요. 모두들 문이 없는 신기하고 멋진 새장을 좋아했어요. 그렇게 새장은 한두 마리가 아닌 아주 많은 새들이 마음껏 드나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장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좋으니까, 내가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로 상대를 나만의 방식으로 가두고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그림책은 들려줍니다. 새를 사랑했지만 문을 떼어내는 것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은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그림책 끝머리에 나온 질문이 다분히 철학적이네요.

‘문이 없는 새장을 새장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 대답은 여러분에게 맡길게요.

문이 없는 새장은 새장일까요? 새장이 아닐까요? ^^과감하고도 화려한 그림이 새장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사색적인 이야기를 잘 받쳐주는 이 그림책은 사랑과 우정에 관해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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