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희는 아기란다

춘희는 아기란다

변기자 | 그림 정승각 | 옮김 박종진 | 사계절
(2016/04/25)


히로시마 인근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 일본인 소녀 유미가 이사 옵니다. 유미는 학교 가는 길에 기저귀 빨래를 하고 있는 할머니를 만납니다. 낯선 노래를 흥얼거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빨래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유미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마음이 갑니다.

할머니의 아기 이름은 춘희, 나이가 마흔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저귀가 필요한 아기입니다. 할머니는 임신한 몸으로 무기 공장에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남편을 만나기 위해 히로시마로 찾아왔다 원자폭탄이 터져 남편을 잃고 뱃속의 아기는 피폭되었었다고 합니다. 춘희는 엄마 뱃속에서 피폭 당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평생을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합니다.

“전쟁 끝나고 아기 태어났어. 봄에 태어나서 춘희라고 이름 지었어. 춘희가 어서어서 크라고 할머니 열심히 일하면서 키웠다. …… 하지만 뱃속에 있을 때 원자폭탄 맞은 춘희는 못 자랐어. …… 아직도 아가야. 기저귀 해야 돼. 그래도 어여쁜 우리 아기. 언제나 빨래 널 때 자고 있는 춘희를 창문으로 지켜본다. 조선 노래 불러 주면서.”

유미에게 어눌한 말투로 자신이 겪은 피눈물 맺힌 삶을 들려주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함께 슬퍼해 주는 유미. 유미는 지금껏 들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슬픈 할머니와 춘희의 이야기를 가장 친한 친구 미도리와 토모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셋은 약속합니다. “이번 일요일에 춘희 아주머니 병원에 가서 할머니가 날마다 부르던 노래를 피리로 불어 드리자.”라고……

오늘도 세 아이가 연습하는 피리 소리가
저녁노을이 지는 바닷가에 울려 퍼집니다.
‘솔~솔~미파솔~ 라~라~솔~’
할머니의 고향 노래가.

고인이 된 변기자 작가는 재일조선인 2세로 우리나라의 동화와 그림책들을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정성을 쏟았던 분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차별과 소외의 대상이었을 작가가 제시한 평화는 할머니와 유미에게서 배우는 소통과 공감입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슬픈 이야기, 춘희 아주머니를 위한 유미의 피리 연주는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평화를 꿈꾸는 간절한 희망의 외침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