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호박의 꿈

못생긴 호박의 꿈

삼형제 | 그림 남성훈 | 코끼리아저씨
(발행일 : 2016/04/25)


눈 내리는 겨울 밤, 바느질 삼매경에 빠져있는 할머니와 함께 안방을 지키는 누런 호박이 보입니다. 할머니가 잘 모셔놓은 듯 선반에 올라가 있는 커다란 누런 호박은 시골 할머니 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라 그런지 더욱 정겹게 느껴지네요.

봄 햇살이 눈부신 이른 봄 텃밭에 나간 할머니는 부드러워진 흙을 일구어 씨앗을 심었어요. 텃밭 한쪽에서 호박 줄기가 새순을 뻗어가며 푸른 잎을 피울 때 텃밭 구석자리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가시덤불 아래에서도 호박꽃 하나가 피어납니다. 가시덤불 아래서 자란 호박은 하필이면 구석진 자리에서 자라게 된 것이 싫어 투덜거렸어요. 호박은 가시를 피하려고 몸을 뒤척이다 보니 울통불퉁 못생긴 모습이 되고 말았죠.

찬바람 부는 가을이 시작되자 할머니 텃밭에는 탐스런 수박도 호박도 모두 사라지고 말라비틀어진 넝쿨들만 남게되었어요. 하지만 가시덤불 아래 남몰래 자란 호박만은 구석진 곳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둥근 보름달 처럼 노랗고 탐스런 호박이 되어서 말입니다. 첫서리 내리던 날 할머니는 가시덤불에서 자란 호박을 보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는 모르겠지만 난 언제나 너를 지켜 보았단다.”

보아주는 이 없이 홀로 외롭게 자란 호박은 찬바람 부는 매서운 겨울 안방 선반 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렇게도 원했던 할머니의 눈길을 날마다 느낄 수 있게 된 호박은 밤새 쌓여가는 눈처럼 자신의 꿈도 함께 쌓아갑니다.

겨울이 깊어져 가네요.
할머니는 따로 모아두었던 호박 씨앗을
항아리에 담아둡니다.
다시 시작되는 봄날의 새로운 모험을 기다리며
편안히 잠이 듭니다.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 후미진 텃밭 구석 가시덤불 아래에서 할머니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며 자라난 작고 볼품 없는 호박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못생긴 호박의 꿈”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이들의 마음을 응원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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