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

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

(원제 : Bug In a Vacuum)
글/그림 멜라니 와트 | 옮김 김선희 | 여유당
(발행일 : 2016/04/20)


집 안으로 날아 들어간 파리 한 마리, 목욕탕을 지나 부엌으로 날아올랐다가 방을 이리저리 돌고는 지구본에 잠시 앉아 쉬고있던 파리는 한순간 청소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어요.

먼지 자욱한 어둡고 음산한 청소기 안에서 깨어난 파리는 처음엔 이 곳이 참 멋지다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회피하고 부정했습니다. 혹시나 깜짝 파티가 아닐까 하는 기대도 했구요. 꿈이라 생각하면서 확 꼬집으면 깨어날 거라고 외치기도 했죠. 차츰 시간이 지나자 파리는 앞으로 착하게 살테니 제발 꺼내 달라고 부탁도 하고 친구랑 약속이 있어 빨리 가봐야 한다면서 청소기에게 애원을 해봅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파리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탄산음료 뚜껑을 방패 삼고 헌 면봉을 무기로 삼아 공격을 시도했어요. 물론 파리의 공격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어요. 그러자 스스로 절망에 빠져 우울해하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삶은 엉망이고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긴 틀렸다면서 눈물을 흘렸죠. 그리곤 깨끗이 단념을 하겠다면서 항복을 선언합니다.

파리는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기로 했어요.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니 자신이 가진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자 파리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어둡던 청소기 속으로 한줄기 환한 빛이 비쳐들어왔거든요.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문처럼 말이죠. 파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이 책은 “인생 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책에서 언급한 ‘슬픔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5단계’를 파리를 주인공으로 재구성한 그림책이에요. 이 책의 부제목도 ‘슬픔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5단계’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삶의 커다란 변화에 부딪히게 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부정-분노-타협-절망-수용 순으로 감정의 경험을 겪게 된다고 언급했어요. 물론 이 순서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해요. 이 그림책에서도 파리는 분노 이전에 타협 단계를 거쳤죠.

“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심리학적 주제를 청소기에 갇힌 파리가 겪는 심리 변화 상태에 비유해서 조금은 쉽고 가볍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마무리 역시 희망적 메세지를 담아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파리가 어두운 청소기 안에서 거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 뿐만 아니라 파리를 쫓던 강아지와 강아지가 사랑한 털실 인형, 청소기 속에 빨려 들어간 소품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 “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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