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 색깔을 사랑한 박쥐

루푸스 색깔을 사랑한 박쥐

(원제 : Rufus)
글/그림 토미 웅거러 | 옮김 이현정 | 현북스
(발행일 : 2016/03/10)


낮 동안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동굴 밖으로 나와 사냥에 나서는 박쥐 루푸스는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자동차 극장을 지나치다 총 천연색 영화를 보고 마음을 빼앗깁니다.

이제껏 잿빛과 먹빛 뿐인 밤의 세계에 살던 루푸스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낮의 세상을 보기 위해 아침까지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었어요. 온갖 빛깔로 가득한 아름다운 낮 세상을 접한 루푸스는 누군가 두고간 물감으로 온몸을 색색깔로 칠하고는 햇빛 속으로 날아 올랐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루푸스의 모습을 보고  총을 쏘아 댔어요. 상처 입은 루푸스가 떨어진 곳은 나비 채집 학자 타르투로 박사님의 튤립 꽃밭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루푸스는 박사님의 정성어린 간호로 상처를 회복하고 박사님과 함께 살게 됩니다.

어느 날 박사님과 흑백 영화를 보던 루푸스는 흑백뿐이던 자신의 동굴이 문득 그리워졌어요. 동굴 밖 세상이 마음에 쏙 들긴 하지만 가족과 친구가 있는 자신의 고향이었으니까요. 결국 루푸스는 동굴로 다시 돌아갔어요. 그리고 종종 밤이 찾아오면 박사님을 찾아가 함께 나방 사냥을 나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했답니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루푸스의 모험. 위험을 감내하면서 찾아간 그곳에서 루푸스는 상처를 입었지만 좋은 친구를 사귀면서 그 상처를 극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지내왔던 세상의 소중함 역시 깨닫게 되죠.

색깔을 사랑한 박쥐 루푸스가 되돌아간 밤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일 거예요. 루푸스는 밤은 밤의 세상대로, 낮은 낮의 세상대로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조금은 무모해 보였지만 이런 모험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루푸스는 영원히 색깔이 존재하는 낮의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꿈꾸고 동경하며 살았겠죠. 정반대의 세상을 경험한 루푸스가 배운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눈입니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란 달빛 아래 행복한 날갯짓을 하는 루푸스의 표정이 한없이 편안해 보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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