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울적아

안녕, 울적아

(원제 : Mr. Huff)
글/그림 안나 워커 | 옮김 신수진 | 키다리
(발행일 : 2016/09/10)


곧 비가 쏟아 질 것 같은 어느 날, 아침부터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좋아하는 양말을 찾을 수가 없고 우유를 엎지르고 시리얼은 퉁퉁 불어 버리고……

안녕, 울적아

짜증스런 마음으로 빌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커다란 회색빛 구름처럼 생긴 울적이가 다가와 빌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빌이 외면하면 할수록 울적이는 점점 커다랗게 자라났어요. 입은 꾹 다물고 슬퍼 보이는 눈을 가진 울적이의 표정은 빌과 꼭 닮아있습니다. 빌은 울적이가 제 발로 사라지기를 기다렸지만 녀석은 빌 주변을 맴돌며 도통 떠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울적이가 없어진다면 기분이 훨씬 좋아질 것 같은데…… 빌은 울적이를 모르는 척 없는 척 무시하기도 하고 애써 용기를 내 쫓아보려고도 했어요. 결국울적이에게서 도망치던 빌이 화가나 없어지라고 소리치며 눈물을 흘리리자 울적이도 똑같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때 빌은 울적이의 눈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제서야 빌은 울적이를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손을 잡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울적이 표정도 빌의 표정도 어느새 조금씩 환해졌어요. 그동안 시끄럽다 생각했던 거리가 오늘은 달라보입니다. 빌의 마음이 가벼워질 수록 울적이는 점점 작아지고 투명해졌어요.

다음날 아침 빌이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창밖은 흐렸지만 곧 해가 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빌을 줄곧 따라다녔던 울적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이제 빌의 곁을 영영 떠난 걸까요? 울적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밝고 명랑하고 기쁘고 행복한 감정 뿐 아니라 우울하고 슬프고 화가나는 감정도 우리 안에 모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랍니다. 그동안 슬프고 우울한 감정들 혹시 모르는 척 외면하거나 화를 내면서 마냥 덮어두고 지내진 않았나요? 한 번쯤 내 마음 속 회색빛 우울한 감정을 꺼내 마주해 보세요. 빌이 울적이 눈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처럼 말이죠.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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