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의 말씀
책표지 : Daum 책
천만의 말씀

글/그림 스즈키 노리타케 | 옮김 김숙 | 북뱅크
(발행 : 2016/12/05)


그림책 표지의 사자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자기에게 없는 건 잘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힘든 건 있지.
그래도 우리, 좋아하는 거 하나쯤은 있잖아?
나는 나라서 좋아! 너는 너라서 멋져!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최고의 장점이 있는가 하면 부끄럽게 여기는 단점도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죠.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나,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나. 나는 나라서 멋지다는 것, 너는 너라서 멋지다는 것, 알고 있었나요?

천만의 말씀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 홀로 창가에 앉은 아이가 넋두리처럼 말했어요.

나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아이.
나만 할 수 있는 거,
나한테만 있는 훌륭한 점,
그런 건 하나도 없는 그저 보통 아이.

코뿔소는 좋겠다.
갑옷같이 생긴 멋진 가죽이 아주 근사하니까

마침 지나가다 아이의 말을 들은 코뿔소는 ‘천만의 말씀’이라며 이렇게 말했어요. 갑옷 같은 가죽을 두르고 다니려면 뭐든 많이 먹어야 해서 너무 힘들다구요. 차라리 토끼처럼 가볍게 깡충깡충 뛰어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구요.

천만의 말씀

그럼 토끼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 ^^ 토끼는 아무 때나 깡충깡충 뛰어야 해서 정신이 없다며 바닷속을 스르르 헤엄치는 고래가 부럽다고 하고, 고래는 몸집이 너무 커서 자신이 헤엄치고 있는지 멈춰 있는지 구분이 안된다며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기린이 부럽다고 했어요. 목이 너무 길어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기린은 하늘을 나는 새들이 부럽다네요.

등장하는 동물들은 저마다 앞서 말한 친구들이 자신을 부러워 하는 점 때문에 정작 자신들은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하며 그 점 때문에 또 다른 친구가 부러운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인간 아이들처럼 책이나 슬슬 읽으면서 뒹굴뒹굴 지내면 좋겠다는 말이 맨처음 코뿔소를 부러워했던 아이에게 돌아왔습니다.

코뿔소 같은 갑옷도 없고, 토끼처럼 뛰지도 못하고, 고래처럼 크지도 않고, 기린처럼 목이 길지도 않고, 새처럼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사자처럼 강하지도 않은, 밤이 되었으니 빨리 잠자리에 들라는 엄마 말을 들어야 하는 평범한 인간의 아이가 부럽다니…… 그 사람의 처지가 되어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모양입니다.

천만의 말씀

자신에게 없는 건 잘 보이지만
있으면 있는 대로 요모조모 힘이 드는 법이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멋진 말입니다. 본디 만물은 가장 취약했던 부분을 진화 시켜 현재에까지 이른 것 일테니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서 바라보면 단점은 장점으로 또 장점은 단점으로 보이는 것 아닐까요? ^^

그러니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탓하며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을 잘 갈고 닦아 이대로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지. 있으면 있는 대로 요모조모 힘이 드는 법이니까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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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이은주
2018/03/10 23:07

아이들과 장점과 단점에 대해 수업해보려고 관련있는 그림책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정말 적합한 책을 찾았네요. 좋은 그림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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