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빠진 병아리

그림책 “인터넷에 빠진 병아리”의 한 장면입니다. 귀여운 병아리와 능글맞은 여우의 잘못된 만남은 과연 어떻게 시작된걸까요?

어느 농장에 병아리가 한 마리 살았어요. 문제는 이 병아리가 보통 병아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밤마다 농장 주인 아저씨가 잠이 들면 병아리는 몰래 서재로 숨어 들어요. 서재엔 컴퓨터가 있었거든요. 아마도 병아리는 인터넷에 중독 된 것 같아요. 여기저기 웹사이트들을 돌아 다니기도 하고, 자기는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주문하기도 하면서 밤새도록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하는 병아리. 가냘픈 날개로 키보드를 두들기거나 몽롱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모습은 그림책을 보는 사람들을 빵~ 터지게 만드네요. ^^

농장에서 함께 사는 다른 동물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기도 하고, 자기는 탈 수도 없는 오토바이를 사기도 하고… 병아리의 작은 날개가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갖고 싶었던 물건을 받은 동물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주문한 기억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택배 상자에 주인 아저씨는 넋이 나가곤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주문해 준 물건들을 받고 신나 하는 동물 친구들이 정작 자신과는 함께 놀아 주지 않자 병아리는 ‘친구도 인터넷에서 구하지 뭐~’ 하면서 공들여 찍은 프로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립니다. 그리고 드디어 온라인을 통해 멋진 친구와 연결된 병아리는 잔뜩 멋을 내고 친구 병아리를 만나러 나갑니다.

병아리는 과연 멋진 친구를 만나게 될까요?

못하게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해 줄까 궁금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은 ‘컴퓨터나 인터넷, 그리고 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안좋다’ 뭐 이런 이야기들 아닐까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작가의 경고는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 아빠를 향한 게 아닐까요?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나쁜 것, 해로운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 아빠가 강제로 못하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절대로 그 것을 못하는 건 아니죠. 아이들이 자라면서 생활 반경이 넓어질수록 엄마 아빠의 간섭이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니까요. 인터넷과 게임이 해롭다고 정해진 시간 외에는 아예 인터넷 공유기를 빼서 엄마가 보관하는 집도 봤습니다.(물론 이 집 아이의 경우는 게임에 중독된 중3이긴 합니다.) 제 생각엔 과연 그 집 아이가 인터넷이나 게임을 안할까요? 일반적인 친구네 집은 인터넷 공유기가 장농에 들어가 있지 않잖아요. 거리에 나가면 널린 게 PC방인걸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것이겠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림책에서처럼 아이들을 위험한 환경에 노출시킬 수야 없겠죠. 아이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 아빠가 염려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겁니다. 엄마 아빠도 컴퓨터니 게임이니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씩씩하게 뛰어 놀며 운동도 하고, 틈틈이 좋은 책도 많이 읽고, 컴퓨터도 익숙하게 다루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 말이 안통하지 않을만큼은 그 또래 아이들의 유흥도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최고 아닐까요?

설마 내 아이에게 성악설을 적용하고 계시진 않겠죠? 지금 당장 못하게 하는 게 간편하고 효과적일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나 아이의 정서면에서나 그 방법이 결코 최선은 아닙니다. 엄마 아빠가 조금만 참고 기다려 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 모두 스스로 자기 생활을 조절해 나갈 수 있게 될겁니다.

우리 아이 믿고 기다려 주자구요! ^^


인터넷에 빠진 병아리
책표지 : 담푸스
인터넷에 빠진 병아리(원제 : Chicken Clicking)

진 윌리스 | 그림 토니 로스 | 옮김 이형도 | 담푸스

깜찍한 반전이 매력적인 그림책 “인터넷에 빠진 병아리”는 ‘치킨 리틀(Chicken Little)’이란 전래 동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귀여운 동물 친구들의 익살스러운 모습들과 깜짝 반전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굳이 잔소리 하지 않고도 따끔한 교훈을 전해줄 수 있는 아주 쿨~한 그림책 “인터넷에 빠진 병아리”. 어쩌면 아이가 아닌 우리 엄마 아빠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르니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 보세요! ^^


치킨 리틀(Chicken Little)

‘Chicken Licken’, ‘Henny Penny’ 등으로도 불리지만 ‘치킨 리틀’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전래 동화라고 합니다. 2006년에 개봉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도 내용상 그 뿌리는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래 동화 ‘치킨 리틀’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길을 가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에 머리를 맞은 ‘치킨 리틀’은 하늘이 무너질거라는 불안과 공포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재앙이 일어났다고 소리치며 다니게 되고, 거기에 동요된 동물들은 두려움에 떨며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려야 한다며 치킨 리틀과 함께 왕에게로 가다가 여우를 만나게 됩니다. 여우는 ‘하늘이 무너져도 자신의 동굴에 숨으면 안전할 것이라’는 말로 동물들을 꾀어내서 자신의 동굴 속으로 유인한 뒤 모두 잡아먹어버립니다.

치킨 리틀은 언제나 자신들을 노리는 여우의 말을 평소였다면 믿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여우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 버리고 말죠. 결국 근거 없는 불안으로 인해 이성을 잃고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여우에게 잡아 먹히게 된 셈입니다.

작은 실수나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해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다’ 라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포기하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포기를 하게 되면 그나마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그것은 더 큰 고난과 재앙을 가져오기 마련이니까요.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치킨 리틀 신드롬(Chicken Little Syndrome)’이라고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