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수 있는 용기

자연에서는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고, 서로 같은 것은 하나도 없어.
모든게 특별하지.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 아름다운 거야.

우리도 자연의 일부야!
우리는 모두 특별하니까 모두 소중한 사람인거지.

강아지와 나란히 엎드려 물웅덩이를 들여다 보고 있는 여자 아이의 표정이 편안해 보입니다. 어려운 숙제를 하나 끝내고 났을 때의 그런 표정 같아요. 아마도 자연을 통해 모든게 특별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이런 여유로운 표정이 나오는 것 아닐까요?

아이 근처에서 아기 거북이와 개미가 나누는 대화는 의미심장합니다.

나는 무서워.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게 마치 어둠 속을 걷는 것 같아.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해 봐. 실패할 수도 있지만 도전하는 그 자체가 중요한 일이야.

오빠와 오빠 친구들과 해변에 놀러간 여자 아이는 모래성을 쌓기 위해 돌멩이를 모으러 갔어요. 색깔있는 돌멩이를 줍고 싶은 여자 아이와 달리 오빠들은 모두 똑같이 하얀 돌멩이만 줍기로 해요. 자기만 달라 보일까 걱정이 된 여자아이는 오빠들처럼 하얀 돌멩이만 줍습니다. 하지만 계속 궁금해요.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진짜 중요한 일일까’, ‘모두 똑같은 것이 맞는 일일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거든요. 모두 정해진 틀에 맞춰 사람들을 분류하고 사람들 또한 어딘가에 속하면 안심이 되겠지만 자유로울 수는 없겠죠.

나일 수 있는 용기

남들과 모든 게 똑같으면 누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어?

아이는 이제껏 오빠들을 따라 주웠던 하얀 돌멩이를 쏟아 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알록달록 예쁜 돌멩이와 조개껍데기를 한가득 주워 모래성을 쌓고 있는 오빠들에게 돌아갑니다. 우리 모두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갖지 못한 그 무엇을 서로 채워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예요.

아이는 너만 다른 걸 주워왔다며 놀림을 당할 까 두렵지만 용기를 내어 모아온 조개껍데기와 돌멩이를 내놓습니다. 어린아이라고, 여자 아이라고 시큰둥하게 생각했던 오빠들은 햐얀 돌멩이들 곁에 여동생이 주워온 알록달록 색색깔 조게껍질과 돌멩이로 만든 모래성을 바라보며 활짝 웃습니다. 오빠들이 만들었던 모래성을 훨씬 더 개성있는 모래성으로 변신시켜 주었거든요.


나일 수 있는 용기
나일 수 있는 용기
–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개성 있는 어린이가 되는 법

도메니코 바릴라 | 그림 엠마누엘라 부솔라티 | 옮김 유지연 | 고래이야기
(발행 : 2014/10/20)

우리는 모두 인정받고 싶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합니다. 누군가에게 비난 받고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죠. 하지만 모두 똑같은  틀 안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면 그것 역시 끔찍하긴 마찬가집니다.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면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 꿀 수 조차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진정한 나일 수 있기를 바란다면 나를 인정하고 용기를 내 시도할 수 있어야만 해요.

세상에 똑같은 것은 없으며 완벽한 것도 없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나와 다른 누가 채워주고, 다른 이의 부족함을 내가 채워줄 때 세상은 좀 더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고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정신과 의사이며 오랜 시간 심리 치료학자로 쌓은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문장 하나 하나가 한 권의 잠언집의 문구를 만나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게 생각되는 주제를 오빠들과 다른 돌멩이를 줍고 싶은 아이가 던지는 물음으로 시작해 보조출연하고 있는 개미와 아기 거북이가 던지는 문답식 답변으로 주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림책 “나일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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