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곰과 나뭇잎

가을이 깊어 갑니다. 가을 숲 속, 빨갛고 노란 단풍잎들, 알록달록 온 세상을 물들였던 나뭇잎들이 가을 바람에 잎을 떨구어 냅니다. 나무 뒤에 숨어서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가만 응시하고 있는 아기 곰의 눈빛은 조심스러우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 궁금한 마음이 모두 담겨 있는 듯 합니다.

아기곰이 태어난 첫 해, 아기 곰은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마냥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 던 어느 날 떨어진 나뭇잎 한 장을 발견해요. 아기 곰은 나뭇잎이 걱정 되어 물었어요.

“괜찮니?”
아기 곰은 나뭇잎이 걱정스러웠어요.

아기곰의 “괜찮니?”라는 말 참 좋죠? ^^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곧이어 빨간 나뭇잎, 노란 나뭇잎, 그리고 온 섬에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을이 온 거예요. 세상에 처음 태어나 신기하고 예쁜 것들만 보았던 곰에게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이 마냥 걱정스러웠겠죠. 그래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나뭇잎이 떨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기 곰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되돌려 놓으려 애썼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요?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는걸요. 아기 곰은 곧 낙담을 한 채 나무 아래 가만 앉아 그저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자꾸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해요. 아기곰은 굴을 하나 찾았고 떨어진 나뭇잎을 한아름 주워 푹신하게 깔고는 잠이 들어버렸어요. 그리곤 하얀 눈 내리는 겨울 내내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봄이 되자, 아기 곰은 깨어났고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햇살 아래 나뭇가지에 새순이 파릇파릇 솟고 있었거든요.

“반가워!”
아기 곰이 소리쳤어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아기곰은 즐겁고 행복한 기분과 함께 낯설고 두려운 감정도 경험합니다. 모든 것이 첫 경험이듯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실패와 좌절을 겪어봅니다. 긴 겨울잠을 끝내고 다시 깨어난 아기곰은 시간에게서 배운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강인하고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을 거예요. 바로 시간이 준 선물입니다.


아기 곰과 나뭇잎
아기 곰과 나뭇잎

(원제 : Leaves)
글/그림 데이비드 에즈라 스테인 | 옮김 장미란 | 시공주니어
(발행 : 2013/06/15)

저자 데이비드 에즈라 스테인은 이 그림책 “아기 곰과 나뭇잎”으로 2008년 에즈라 잭 키츠 신인 작가상을 수상했고 이후 2011년 “아빠 더 읽어주세요”라는 그림책으로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습니다. 재치 넘치는 그의 그림책들은 책 속에 따뜻함을 함께 담고 있어요.

세상에 처음 태어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아기 곰의 모습을 통해 그 기쁨과 설레임, 두려움까지도 잘 표현해준 그림책 “아기곰과 나뭇잎”. 잔잔한 여운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아이들 인생에도 세상 모든 것이 기쁘고 설레고 행복함으로 가득차 있고 두려움 역시 잘 이겨내 멋지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함께 담아봅니다.

음…그리고 “괜찮니?”라는 안부 문자나 전화,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가끔 한 번씩 해야 겠어요.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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