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12/19
■ 업데이트 : 2015/12/13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루시가 사는 파인 그로브 마을은 매년 한 가족씩 돌아가며 교회에 놓을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루시네 가족 차례랍니다. 그래서 어느 봄날 루시와 아빠는 파인 그로브 계곡에서 가장 험한 바위산 꼭대기에 있는 멋진 전나무를 미리 골라 표시를 해둡니다.

여름이 되자 아빠는 군대에 불려갔어요. 바다 건너에서 전쟁이 벌어졌거든요. 그리고 가을엔 아빠에게서 반가운 편지가 왔습니다. 크리스마스엔 집에 돌아온다고 말이죠. 전쟁이 완전히 끝났대요. 그날 이후 루시는 매일같이 기차역에 나가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이윽고 겨울이 오고 이제 하루만 지나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됩니다. 그런데, 아빠는 아직 돌아오질 않았어요. 교회 목사님은 엄마와 루시를 찾아와서 다른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시키는게 어떻겠냐고 상의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정중히 거절합니다.

올해는 우리 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치는 해예요.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나무를 골라 놓았답니다.

그날 밤 엄마는 루시를 데리고 바위산으로 향합니다. 지난 봄 루시와 아빠가 골라둔 전나무를 베러 간거예요. 엄마는 아빠의 도끼로 커다란 전나무 밑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도끼 자국에 톱을 물려 놓고 루시와 함께 톱질을 했습니다. 마침내 베어낸 전나무를 썰매에 싣고 루시와 엄마는 즐거이 노래를 부르며 돌아왔어요. 어느새 새벽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루시는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교회 종탑 벽에 세워 놓고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엄마와 루시가 준비한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덕분에 교회의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도 아주 멋지게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엄마와 루시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교회 문을 막 나서려는데 아까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던 성 니콜라스 할아버지 분장을 한 아저씨가 루시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한테 줄 선물이 하나 더 있단다. 루시.”

성 니콜라스 할아버지 곁에 군인 복장을 한 아저씨가 서 있었어요.

“어디 보자, 우리 예쁜이!”

아빠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빠가 루시와 엄마를 한꺼번에 껴안았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사랑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약속했던 제 날짜에 도착하지 않는 아빠, 추운 겨울 날 험한 바위산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전나무를 엄마 혼자 베러 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겁니다. 그래서 이웃들의 배려를 담아 목사님이 다른 가족에게 이번 차례를 양보하라는 제안도 조심스레 했던거구요.

하지만, 엄마와 루시는 아빠가 점찍어 뒀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이번 크리스마스에 꼭 마을 사람들과 교회를 위해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빠가 전쟁터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요.

추운 겨울날 밤을 꼬박 새워가며 엄마와 루시가 험한 바위산을 오르고, 여린 손으로 높다란 전나무를 베어냈던 것은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엄마와 루시의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아빠의 약속을 지켜냄으로써 엄마와 루시는 아빠를 지켜주고 싶었던 겁니다.

아빠의 사랑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아빠는 약속을 꼭 지키고 가족에게 무사히 돌아올거라는 그 믿음이 마을 사람들에겐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엄마와 루시에겐 사랑하는 아빠를 선물한 것 아닐까요?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원제 : The Year Of The Perfect Christmas Tree)
글로리아 휴스턴 | 그림 바버러 쿠니 | 옮김 이상희 | 베틀북
(발행 : 2004/12/15)

글을 쓴 글로리아 휴스턴은 이 글의 배경이 되는 노스캐롤라이나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림책 안쪽 표지에 ‘우리 엄마 루스 그린 휴스턴께’라는 헌사가 있는 걸 봐서는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주인공인 루시가 바로 글로리아 휴스턴의 어머니가 아닐까요? 아마도 어머니의 어릴 적 경험을 전해 듣고 이 글을 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바버러 쿠니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글로리아 휴스턴의 옛 이야기에 깊은 서정미를 담아 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크리스마스 그림책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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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
봄산
2015/12/23 00:16

아..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츄리를 꾸민다고 해서 아빠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어도 사람이 무엇인가를 두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하늘을 움직였나보네요. 내용도 읽고 싶은데 바바라 쿠니 그림이라하니 무척 호감이 가요.

가온빛지기
Admin
2015/12/23 09:21
답글 to  봄산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중 손에 꼽는 수작입니다.
글로리아 휴스턴의 잔잔한 글도 좋지만 글의 깊이를 더욱 살려주는 바바라 쿠니의 그림이 일품이죠. ^^
봄산님, 편안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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