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뱃속에서 화산처럼 뿜어져 나오는 깡통, 빈 병, 플라스틱 병, 뼈다귀, 바나나 껍질, 각종 쓰레기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그림책은 심각한 환경 오염을 경고하는 이야기 일까요?

즐리와 그리는 사이 좋은 친구였어요.(왼쪽 식탁을 잡고 있는 곰이 즐리, 오른쪽 식탁에 있는 곰이 그리예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리는 청소며 설거지 모든 일을 귀찮다며 즐리에게 미루기 시작했고 그 문제로 둘은 싸우기 시작했어요.

화가 난 즐리는 집 한가운데 금을 긋고 각자 구역을 청소하기로 했지만 그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즐리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집은 점점 더 엉망이 되었고 둘 사이는 점점 더 틀어지기 시작했죠. 모든게 귀찮아진 둘은 인스턴트 식품만 사들여 간편하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쓰레기는 점점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서로 책임을 떠밀다 보니 집은 더 엉망진창에 냄새까지 진동했지만  참았어요. 나만 손해보기는 싫었으니까요.

쓰레기가 산처럼 높아졌어요.
“왜 내가 치워야해?”
그리는 쓰레기 때문에 다니기 불편했지만 꾹 참았지요.

그런데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날, 빗물이 그리와 즐리의 집을 덮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떠내려가고 말았어요. 쓰레기 더미까지도요. 둘은 이제 속이 시원해졌어요. 쓰레기가 어디로 갔든 말든 집은 깨끗해 졌으니까요. 집이 깨끗해지자 다시 사이가 좋아진 그리와 즐리는 강에서 통통한 연어를 한 마리 잡아 왔습니다. 어찌나 큰 연어였는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둘은 연어를 요리 하기 위해 연어 배를 갈랐죠. 어마어마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상상도 못한채로요.

어떤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냐구요? 바로 위에서 본 그림의 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홍수 때문에 떠내려갔었던 그리와 즐리의 쓰레기가 연어 뱃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지 뭐예요. 이제 이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다시 홍수가 처리해 주기만을 기다려야 할까요? 또 불편하고 냄새가 나지만 꾹꾹 참으며 누군가 치워 주기만을 기다려야 할까요?

그림책은 마지막 면지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이상적인 방법, 꼭 확인해 보세요.


왜 내가 치워야 돼

글/그림 정하영 | 책속물고기

홍수에 말끔히 떠밀려 가는 바람에 눈 앞에서 사라진 쓰레기. 하지만 내 눈 앞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쓰레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내 눈 앞에서는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그 쓰레기는 어딘가 또 돌고 있다는 이야기죠. 우리가 지구라는 한 배에 탄 이상 쓰레기는 돌고 돌게 마련이니까요.

그림책 “왜 내가 치워야 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 문제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지 않는 이상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왜 내가?’ ‘왜 나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 날 때 우리의 세상은 좀 더 환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바로 ‘내가 먼저 할께!’ 하는 마음으로 나부터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장서는 바로 우리 때문에 말이죠!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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