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와 생쥐

커다란 집에 살고 있는 메리와 메리의 집 안에 있는 작은 집에 사는 생쥐는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메리네 가족 다섯, 생쥐네 가족도 다섯, 돌담 옆 학교에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는 메리, 나무 속 학교에 다니며 다양한 것을 배우는 생쥐. 하지만 둘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른 채 한 집에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저녁을 먹은 메리가 식탁을 치우다 포크를 툭 떨어뜨렸어요. 생쥐도 식탁을 치우다 숟가락을 톡 떨어뜨렸구요. 몸을 낮춰 포크를 줍던 메리와 숟가락을 줍던 생쥐는 처음으로 눈이 마주칩니다. 메리의 부모님은 생쥐를 보면 무조건 피하라 말씀하셨어요. 생쥐의 부모님도 사람을 보면 무조건 피하라고 말했구요. 하지만 둘은 서로의 존재를 부모님께 비밀로한 채 날마다 포크를 툭, 숟가락을 톡 떨어뜨리며 슬며시 인사를 했죠.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메리와 생쥐는 집을 떠났고 서로를 그리워 하며 보냈습니다. 시간이 더 많이 흘러 메리는 결혼을 했고 줄리의 엄마가 되어 커다란 집에 살게 되었어요. 생쥐 역시 결혼을 해서 샐리의 엄마가 되어 가족들과 커다란 집 안에 조그만 집을 짓고 살았어요.

어느 날 밤 메리의 딸 줄리는 침대에서 떨어진 책을 집다 샐리의 집을 보게 되었어요. 생쥐의 딸 샐리도 떨어뜨린 책을 집다 줄리와 눈이 마주쳤지요. 이제 메리의 딸 줄리와 생쥐의 딸 샐리는 밤마다 책을 툭, 톡 떨어뜨리곤 한답니다. 그 옛날 엄마들이 그랬었던것처럼 말이죠. 둘은 날마다 서로를 보고 손을 흔들며 방긋 생긋 웃었어요.

자기 가족만 살고 있다고 생각한 공간에 또다른 가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설레였을까요? 나와 너 둘만의 비밀이란 사실은 짜릿함까지 동반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줄리는 드디어 용기를 냈어요. 살금살금 샐리네 집 앞으로 갔고 무릎을 구부렸어요.  샐리도 용기를 내 집 밖으로 발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대요.

“안녕, 잘 자!”

나만의 비밀친구, 대를 잇는 우정

줄리와 샐리의 엄마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그리워했던 옛 친구의 딸과 내 딸이 이렇게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을요. 엄마들보다 좀더 용기를 내 이렇게 가까이에서 서로에게 인사까지 한다는 사실을요.

엄마들도 어렸을 때 엄마의 엄마 아빠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 저녁때면 그 친구를 만나고 싶어 어른들 모르게 일부러 숟가락과 포크를 떨어뜨렸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줄리와 샐리, 두 딸들도 알고 있을까요?

같은 공간 속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두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어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와 생쥐 사이의 대를 잇는 순수하고 맑은 우정 이야기는 우리 집 어디선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비밀스런 소인국 이야기를 상상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네요. 지붕 천장 위 어느 공간이나 마루 밑 깊은 곳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요정 아이가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예요. 음,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혹시 나처럼 어린 시절 요정 이야기를 상상하셨던 것은 아닐지 문득 궁금해지는 걸요. ^^


메리와 생쥐
메리와 생쥐

(원제 : Mary And The Mouse, The Mouse And Mary )
비버리 도노프리오 | 그림 바바라 매클린톡 | 옮김 김정희 | 베틀북
(발행 : 2008/03/10)

“메리와 생쥐”의 일러스트를 맡은 바바라 매클린 톡은 ‘아델과 사이먼’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그녀의 그림들은 고풍스러운 느낌과 그림 곳곳에 찾아보기 놀이를 하듯 다양한 볼거리들을 숨겨놓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 그림책 “메리와 생쥐”에선 사람들이 흔히 쓰던 물건들이(폐품을 비롯해서) 생쥐의 집에서는 어떻게 변해있는지 살펴 보는 것도 독특하게 설정된 스토리와 함께 큰 재미입니다.

메리와 생쥐의 그 다음 이야기는 속편인 “샐리와 아기 쥐”로 이어집니다. 엄마들의 우정을 딸들이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한 분들은 꼭 함께 보세요~ ^^

메리와 생쥐


“메리와 생쥐”의 원제는 ‘Mary And The Mouse, The Mouse And Mary’입니다. 2007년에 출간되었고 글을 쓴 비버리 도노프리오와 그림을 그렸던 바바라 매클린톡은 7년만에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서 2014년 3월에에 속편 격인 ‘Where’s Mommy?’를 내놓았습니다. 한글판도 원서와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14년 4월에 “샐리와 아기 쥐”라는 제목으로 출간 되었습니다.

그런데 “메리와 생쥐”만 출간되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속편 격인 “샐리와 아기 쥐”를 번역해 출간하면서 실수 아닌 실수를 한 듯 합니다. 누가요? 출판사가 말이죠 ^^원서에서 사람 모녀의 이름은 엄마는 ‘Mary’, 딸은 ‘Maria’고, 생쥐 모녀는 엄마 쥐는 ‘Mouse’, 딸 쥐는 ‘Mouse Mouse’로 전작과 후속작 모두 같습니다. 하지만 베틀북에서 내놓은 두 그림책의 한글판들은  7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옮긴이나 편집자들이 바뀌어서인지 주인공들 이름이 뒤엉켜 버렸습니다.

엄마엄마 쥐아기 쥐
Mary And The Mouse, The Mouse And MaryMaryMariaMouseMouse Mouse
Where's Mommy?MaryMariaMouseMouse Mouse
메리와 생쥐메리줄리생쥐샐리
샐리와 아기 쥐메리샐리생쥐아기 쥐

원서에는 나오지 않는 ‘줄리’나 ‘샐리’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까지는 그럴수도 있다 치더라도 위의 표에서 보듯이 전작에서 아기 쥐의 이름으로 썼던 ‘샐리’라는 이름은 속편에서는 여자 아이의 이름이 됐고, ‘샐리’였던 아기 쥐는 그냥 ‘아기 쥐’가 되어 버렸습니다.

전작과 후속작을 들여온 출판사가 다르다면 모를까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작가들의 연작을 이런 식으로 내놓은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7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있었으니 전작을 본 아이들이 속편도 볼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전작과 후속작 모두 판매중이면서 두 권을 함께 사서 볼 아이들은 미처 생각 못한 걸까요?

아이들은 제 맘에 쏙 드는 그림책은 손에서 놓지를 않죠. 보고 또 보고, 엄마 아빠 따라 나들이나 외식 갈 때 조차 꼭 챙겨서 나가기도 하구요. 그리고, “메리와 생쥐”, “샐리와 아기 쥐” 두 그림책 모두 아이들에게 이런 사랑을 받을만큼 재미있고 예쁜 그림책이구요. “메리와 생쥐”를 좋아했던 아이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샐리와 아기 쥐”를 펼쳤다가 느낄 혼란스러움을 이 책들을 만든 분들이 헤아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볼 책을 만드는 분들 만큼은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을 절대 잊지 않기를 말이죠.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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