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섬

얼핏 보면 생일축하 고깔을 쓰고 축하 폭죽에서 튀어 나온 색실들에 휘감긴 채 알록달록 선물 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는듯한 새 한 마리.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새의 표정에서 즐거움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나치던 시선을 멈추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 위에서 플라스틱 끈에 휘감긴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새의 모습입니다.

작은 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람들이 쓰다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 강을 따라 바다로 조금씩 흘러오기도 하고, 태풍이나 해일이 일으킨 거센 파도를 타고 엄청나게 몰려 오기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쌓이던 것이 어느 순간 바다 위에 하나의 섬처럼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섬이 진짜 섬인 줄 알고 몰려드는 새들과 다양한 동물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지만 먹어선 안되는 것들을 먹거나 떠내려 온 그물 같은 것들에 휘감겨서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알록달록한 것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가끔 사람들이 몰려와서 그것들을 치우려고 하지만
섬은 금세 다양하고 더 많은 것으로 채워지지요.

내가 사는 이 섬은
바다 한가운데에 새로 생겨난 플라스틱 섬이에요.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800 만톤으로 추산되며 최소값으로 추정하더라도 480 만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1년간 전세계에서 잡아들이는 참치가 약 500 만톤이라고 하니 참치의 빈 자리를 플라스틱 쓰레기로 그대로 채우는 꼴입니다. ‘알록달록한 것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는 작가의 말이 딱 들어맞는 듯 합니다.(참고 기사 : ‘세계의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장이다’ / 허핑턴포스트 2015/02/15)

플라스틱 섬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위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새가 태어난 바다 위 작은 어느 섬. 그 섬에서 어릴적 바라 보던 바다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하늘과 맞닿아 끝도 없이 푸르게 펼쳐진 바다, 때로는 거칠게 일렁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잔잔한 모습으로 자신을 감싸주던 포근한 바다.

플라스틱 섬

그랬던 바다가 조금씩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작은 새의 눈망울 속에 슬픔이 가득했던 것은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들때문입니다. 눈에서 사라지고 나면 결국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게 될테니까요.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그림책 “플라스틱 섬”.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 속에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서 사라져 가는 것들, 우리에게서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말입니다.

그것은 그림책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환경일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일 수도, 한 때는 둘도 없이 친했던 옛 친구일 수도, 오늘도 말 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그 누구일 수도 있을겁니다. 세상 살이에 적응하느라 버둥거리며 하루하루를 견디듯 살아가는 사이에 우리 자신도 모르게 잊혀져가고 있을지도 모를 그 무언가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 “플라스틱 섬”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섬
책표지 : Daum 책
플라스틱 섬

글/그림 이명애 | 상출판사

담백함 속에 배어 있는 깊은 여운이 느껴지는 수묵화 그림을 보며 모두들 짐작하신대로 이명애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아이들 책에 그림을 그렸고 “플라스틱 섬”은 이명애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해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과 현상을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소통하며 공감하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이 그림책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담은 첫 번째 그림책 “플라스틱 섬”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점은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지금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지 않을까요? 이 그림책을 본 아이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로 만든 두 번째 그림책을 기대해 봅니다.


※ 수묵화와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또 다른 그림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