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할아버지 집에서

할아버지 집에서 알록달록 예쁜 비가 내립니다.

지붕이 새는지 두 분은 여기저기 빗물 떨어지는 곳에 이런저런 모양들의 그릇과 물통들을 가져다 놓고는 예쁘게 내리는 비를 잔잔한 웃음과 함께 바라보고 계십니다. 다소곳이 우산을 쓰고 계신 할머니는 예쁜 빗방울을 보며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같고, 지팡이를 짚고 서계신 할아버지는 어딘가를 바라보고 계신 듯 합니다. 두 분 모두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이죠.

두 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할아버지 집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예쁜 비가 내리게 되었을까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시골에서 단 둘이 오순도순 살고 계시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좋아해서 항상 할머니를 따라 다닌대요. 집안일 농사일 돌보며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자 할아버지 집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가 틈틈이 구석구석 고장난 곳들을 손보긴 하지만 연세가 있으셔서 지붕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천정 여기저기서 빗방울이 또로록 떨어집니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빗방울 떨어지는 곳에 그릇들을 가져다 놓고는 무료한 표정으로 비를 바라봅니다.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서 오붓하게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잔잔한 사랑은 무채색입니다. 작고 낡은 할아버지 집에서 부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시골 풍경들까지 모두 갈색과 회색 톤입니다.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계시는 두 분의 삶을 그려낸 듯 합니다.

하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집에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깔들이 예쁘게 피어 오릅니다. 무슨 일이냐구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 활짝 웃음꽃 필 일이 뭐가 있겠어요? 손주 녀석들 말고!

여름방학을 맞아 내려 온 손주 녀석들 덕분에 할아버지 집에서 생기가 넘쳐 흐릅니다. 회색과 갈색 뿐이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골 농장이 파랑 빨강 노랑….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넘쳐나고, 담담하기만 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손주 녀석들이 내려와 있는 동안 할아버지는 아주 멋진 프로젝트를 생각해냅니다. 할머니를 위해서 말이죠. 창고에 쌓아둔 기와 조각들을 꺼내다 놓고 손자 녀석과 손녀 딸에게 예쁜 그림들을 마음껏 그리게 합니다. 녀석들은 신이 나서 그림을 그렸구요. 할아버지는 손주 녀석들의 예쁜 그림이 그려진 기와 조각들로 지붕에 새는 곳들을 한 장 한 장 덮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나갈 무렵 손주 녀석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알록달록한 색깔들은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린 예쁜 기와들이 지붕에 덮여 있었으니까요. 가을 걷이와 겨울 맞이를 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붕에 그려진 예쁜 그림들과 색깔들을 보며 지난 여름 북적북적하던 손주 녀석들 생각에 젖습니다.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 맞닿은 어느 날 첫 가을비가 내립니다. 할아버지가 지난 여름 비가 새는 곳에 기와 조각들을 덮어뒀으니 이젠 집 안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집안에 들어가 보니 여전히 비가 새네요. 그런데…… 비가 새긴 하는데… 알록달록 예쁜 비가 새네요. 아~ 할아버지가 꾸민 프로젝트는 바로 이거였군요. 손주 녀석들의 예쁜 그림들로 비가 새는 지붕을 고친 걸로만 알았던 할아버지의 프로젝트는 할머니에게 예쁜 비를 선물하는 거였습니다!

할아버지 집에서 알록달록 예쁜 비가 내립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잔잔한 무채색 사랑에 손주 녀석들이 달달함을 더해 드렸네요! ^^

지난여름 할아버지 집에서
회색 빗방울의 앞쪽 면지(왼쪽)와 알롯달록 예쁜 빗방울의 뒷쪽 면지(오른쪽)

그림책 “지난여름 할아버지 집에서”는 처음 책을 펼치면 회색 빛의 빗방울로 가득한 면지가 나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담담하고 잔잔한 일상 생활이 회색과 갈색 톤의 그림들로 그려지다, 손주 녀석들이 등장하면서 색깔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린 예쁜 그림 덕분에 알록달록 예쁜 비를 맞으며 지난 여름 손주 녀석들과의 추억에 젖어 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마지막 장을 넘기면 형형색색 예쁜 빗방울로 가득한 면지가 그림책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콜라주 기법으로 그린 그림을 디지털로 리터칭한 알바 마리나 리베라의 그림은 색감과 질감이 아주 독특한  “지난여름 할아버지 집에서” 는 느낌이 참 좋은,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그림책입니다.


지난여름 할아버지 집에서
지난 여름 할아버지 집에서

(원제 : En Casa De Mis Abuelos)
아리안나 스퀼로니 | 그림 알바 마리나 리베라 | 옮김 김미선 | 뜨인돌어린이
(발행 : 2014/02/07)

가온빛 추천 그림책

아리안나 스퀼로니는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작가이자 어린이책 편집자와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어에 아주 뛰어난 재능이 있는지 중국어를 포함해서 6개국어를 능숙하게 한다고 해요. 여러 나라 언어에 능통하다는 건 작가로서는 아주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아이들과도 쉽게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을테니까요.

쿠바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바 마리나 리베라는 원래는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였다고 합니다. 스페인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고 라가치상을 수상한 “이야기 기차”(사키 / 뜨인돌어린이 / 2011)와 “아빠를 만나러 가요”(로렌스 시멜 / 해와나무 / 2010) 두 권의 그림책이 국내에 소개되어었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그림책 :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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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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