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와 나

롤라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예요.

나는 시골에서 가족들과 정답게 살고 있었어요. 학교 생활도 성실했고요. 하지만 롤라는 몸도 약하고 외로워 보였어요. 그런 롤라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영원히 롤라 곁을 지키기로 마음먹었어요.

영화를 보다가 가끔씩 롤라가 나한테 기댄 채 살짝 잠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롤라가 깰까봐 동상처럼 꼼짝 않고 앉아 있어요. 솔직히 힘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이 너무 달콤해서 힘든 것도 잊어버려요.

바다 내음을 실은 저녁 바람이 기차역까지 불어왔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롤라가 말했어요. 지금껏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보낸 적은 없었다고요. 짭조름한 바다 내음, 얼굴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 살갗을 간질이는 따가운 햇살,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대요. 내가 같이 있어줬기 때문이래요.

롤라는 몇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동차 사고로 시력을 잃었어요.

겨울이 저물어 가던 어느 날, 내가 다니는 안내견 학교로 롤라가 찾아왔어요. 롤라를 보는 순간 나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롤라 역시 그랬고요. 눈으로 나를 볼 수는 없었지만 롤라는 내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어요. 롤라가 다가와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고, 나는 롤라의 손에 코를 비볐어요.

집에 도착하자 롤라가 내 조끼와 목줄을 풀어 주며 속삭였어요.
“널 따라갈게. 내 앞을 비춰 줄 거지?”

그날부터 내 이름은 스텔라가 되었답니다. 그건 별이란 뜻이에요.

책표지의 “롤라와 나”라는 제목과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소녀와 까만 강아지 한 마리. 당연히 ‘나’는 소녀고, ‘롤라’가 까만 강아지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그리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갑니다. 소녀가 화자가 되어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일상을 잔잔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지 글과 그림이 잘 맞지 않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니, 글과 그림이 맞지 않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는 화자가 소녀가 아니라 강아지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롤라와 ‘내’가 바닷가에 다녀 오던 날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롤라’는 강아지가 아니라 지금껏 ‘나’인줄로만 알았던 소녀의 이름입니다. 여지껏 사람인 양 소녀와 함께 보내는 나날들을 들려준 건 바로 까만 강아지였구요. 롤라는 몇년 전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던 ‘나’를 만나게 되었고, 그날 롤라가 ‘나’에게 붙여 준 이름은 별이란 뜻의 ‘스텔라’입니다.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소녀 롤라는 어둠 속에 갇혀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지금껏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며 살아왔던 주변의 수많은 풍경들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롤라에게 안내견 스텔라는 별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별처럼 롤라를 밝은 세상으로 인도해 주는 별 말입니다.


롤라와 나
롤라와 나

(원제 : Lola e Io)
키아라 발렌티나 세그레 | 그림 파올로 도메니코니 | 옮김 길상효 | 씨드북
(발행 : 2015/04/05)

은은하면서도 깊고 풍부한 색감으로 안내견 스텔라의 인도에 따라 어두운 마음의 그늘 속에서 밝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설 수 있게 된 시각장애인 소녀 롤라의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책 “롤라와 나”,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따뜻한 시선과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에서 롤라와 스텔라가 처음 만난 곳은 스텔라가 다니는 학교였습니다. 강아지가 무슨 학교에 다니냐구요? 시각장애인 안내견들은 일반 개훈련소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키는 안내견학교에 다닌답니다. 보통 10 마리 중 4 마리 정도만 졸업을 해서 시각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게 된대요.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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