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어느 한 마을. 마을엔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신의 용기를 어서 빨리 뽐내고 싶은 소년들 한 무리가 모여 있습니다. 잠시 후 이들은 용감한 전사로 인정 받기 위한 부족의 통과의례를 거치기 위해 초원으로 달려 나갈 겁니다. 홀로 사자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소년에게만 마을을 지키는 명예로운 전사가 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둥, 둥, 둥…… 북소리는 미래의 전사들의 가슴을 묘하게 요동치게 하고, 그들 중에 이야기의 주인공인 야쿠바도 끼어 있습니다. 이윽고 소년들은 초원을 향해 달려 나갑니다. 야쿠바 역시 용감하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뜨거운 뙤약볕과 거친 야생의 환경을 견뎌내며 걸어야 했고, 가슴 속 한 켠에서 쉬지 않고 움찔거리는 두려움과 싸우며 걸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기다림 뒤에 야쿠바는 드디어 사자와 맞닥뜨립니다.

온 몸을 잔뜩 긴장시킨 채 있는 힘을 다 해 창을 꼭 쥐고 사자에게 달려 들려는 순간 사자에게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순간적으로 멈춰 선 야쿠바. 사자는 그런 야쿠바를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본 게 맞다.
난 피를 흘리고 있어.
사나운 적수를 만나 밤새 싸웠거든.
힘이 바닥났으니
넌 손쉽게 날 해치울 수 있겠지.
자, 둘 중 하나다.
비겁하게 날 죽인다면
넌 형제들에게 뛰어난 남자로 인정받겠지.
만약 내 목숨을 살려 준다면
넌 스스로 고귀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는 거야.
대신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받겠지.
어느 길을 택할지 천천히 생각해도 좋아.
날이 밝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야쿠바가 만난 사자는 다른 사자와의 싸움으로 인해 많이 다친 상태였던 겁니다. 사자의 말대로 상처 받은 사자를 만난 건 야쿠바에게 좋은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힘 안들이고 사자를 해치운 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전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엔 오로지 야쿠바와 사자 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환호로 그를 반기고 밤새도록 춤을 추며 그의 용맹함을 칭송할 겁니다.

야쿠바는 창을 모으고
지쳐 쓰러진 사자를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마을로 향했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면 어떤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올지 그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쿠바는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병든 사자와의 싸움에서 얻은 승리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에게 당당한 용사이고 싶었습니다.

야쿠바와 사자

빈손으로 나타난 야쿠바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함께 떠났던 친구들은 모두 마을을 지키는 전사가 되었고, 야쿠바에게는 마을 외딴 곳에서 가축을 돌보는 일이 주어졌습니다.

마을의 가축을 습격해 오던
사자들의 발걸음이 끊긴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야쿠바의 진정한 용기에 대한 보답으로 사자는 야쿠바가 돌보는 가축에게는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그림책은 막을 내립니다.

흑과 백, 그리고 굵고 거친 선으로만 그려진 그림은 오히려 더욱 강렬합니다. 날 것 그대로의 야생이 느껴지고, 삶의 무게가 짓누르는 상황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한 소년의 마음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야쿠바가 소를 몰고 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그림 속 야쿠바의 표정은 우리 삶을 그대로 담아낸 듯 합니다.

야쿠바의 선택은 분명히 용기있는 행동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며 야쿠바가 견뎌내야 할 마음의 짐이 너무 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자가 더 이상 야쿠바의 마을에 출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보상받기 힘든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요? 만약 야쿠바가 여러분의 아이였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라고 조언을 하겠습니까? “야쿠바와 사자”의 작가가 짧은 우화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화두는 바로 이 것 아닐까요?


야쿠바와 사자
책표지 : 길벗어린이
야쿠바와 사자 – 용기 (원제 : Yakouba)

글/그림 티에리 드되 | 옮김 염미희 |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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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바와 사자”는 국내엔 1편 ‘용기’, 2편 ‘신뢰’라는 부제로 함께 출간되었지만 원래 원작은 1편은 “Yakouba”라는 제목으로 1994년에, 2편은 “Kibwé”라는 제목으로 2007년에 각각 출간되었습니다.

2편 “야쿠바와 사자 – 신뢰”는 야쿠바가 살려주었던 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자 무리의 왕이 된 키부에가 왕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지혜로운 행동으로 자신을 살려 준 야쿠바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스토리입니다. 전작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함께 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