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5/05/20
■ 업데이트 : 2015/10/06


이빨 사냥꾼

누군가 나를 쫓아 옵니다. 나는 겁에 질려 도망쳤지만 그들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어요. 의식이 가물가물해진 내 눈 속에 나를 쫓아오던 사냥꾼들의 모습이 들어왔어요. 코끼리 모습을 한 그들은 나에게서 이빨을 뽑아 갔어요. 뽑혀진 이빨들은 큰 시장으로 갑니다. 시장 안은 여기저기서 모여든 수많은 이빨들로 가득차 있었어요. 가격이 매겨진 이빨을 코끼리 얼굴을 한 누군가가 사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빨로 수많은 예술품과 장식품들을 만들어 내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우리들의 이빨은 쇼윈도우 앞에 멋지게 진열되었습니다.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무서워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어요.
그 때 어른들이 돌아 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것은 아이가 꾼 꿈입니다. 아이는 어른들이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서야 간신히 일어났어요. 하지만 이것은 꿈일까요, 현실일까요? 돌아온 어른들의 어깨 위에는 하얗게 빛나는 코끼리들의 상아가 하나씩 들려있었거든요.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줘야 겠어요.
이상하고 무서운 이빨 사냥꾼 이야기를……

아이가 꾼 요상하고 무서운 꿈, 아이의 꿈 속에 나타나 아이의 이를 뽑아다 파는 무시무시한 이빨 사냥꾼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끼리입니다. 코끼리들은 시종일관 아무 표정이 없어요. 또한 그들의 상징인 상아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아무 표정 없는 눈빛으로 사람들의 이를 뽑아가고 그것을 내다 팔고, 그것으로 또 다른 것들을 만들어 내죠.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은 굳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기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잃어야만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아이의 꿈일 뿐입니다. 금방 잊혀져버릴 꿈이지만 상아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인간들에게 목숨을 잃고 있을 코끼리에게 이것은 꿈이 아닌 생생한 현실입니다.


이빨 사냥꾼

★ 이빨 사냥꾼

글/그림 조원희 | 이야기꽃
(2014/11/20)

가온빛 추천 그림책

밀렵꾼들은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를 죽입니다. 그렇게 희생당하는 코끼리의 수는 지난 4년간 12만 마리가 넘었다고 합니다.

“얼음 소년”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이야기했던 조원희 작가는 이 그림책 “이빨 사냥꾼”을 통해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코끼리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주 먼 훗날까지 코끼리가 살아남는다면 어쩌면 코끼리는 진화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아를 없애는 방법으로요. 그때가 되면 어쩌면 정말로 이빨 사냥꾼과 같은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그건 너무 억지스러운 상상일까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