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황금 고리

세상 모든 것의 어머니인 모마님이 이 세상을 처음 만들었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모마님은 세상을 열고 하늘과 땅, 해와 달, 그리고 이 세상 온갖 것들을 모두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 모든 게 단 하루만에 이루어졌습니다. 하루가 저물자 모마님은 자신이 만든 세상을 바라보며 아주 흡족해 했습니다.

세상을 만든 다음 날 아침 모마님은 부족한 것은 없는지 두루두루 살피러 나갔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모마님이 소리가 나는 곳에 가 보니 풀들이 소근대는 소리였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메뚜기들이 자신을 갉아 먹는 통에 살 수가 없다는 풀들의 넋두리였습니다. 메뚜기만 없다면 이 세상은 참 멋진 곳일 거라는 풀들의 하소연을 듣고 모마님은 메뚜기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메뚜기 역시 불만이 있습니다. 자신을 낼름 삼키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개구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지 뭡니까.

이렇게 모마님은 자신의 피조물들의 불만을 하나 하나 찾아가게 됩니다. 메뚜기 얘기를 듣고 개구리를 찾아가자 개구리는 오리 때문에, 오리는 늑대 때문에 세상에 불만이 있습니다. 늑대가 끝이겠거니 하며 찾아갔지만 마침 배앓이를 하고 있던 늑대 역시 모마님을 보자마자 하소연을 늘어놓습니다.

더러운 똥 때문에 죽다 살았어.
우글우글 득실득실 균 덩어리.
똥만 아니라면 이 세상을 정말 멋질 거야.

모마님은 가만히 생각을 합니다. 풀은 햇볕과 물이 있어서, 메뚜기는 풀이 있어서, 개구리는 메뚜기가 있어서, 오리는 개구리가 있어서, 늑대는 오리가 있어서 이 세상이 멋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풀은 메뚜기가, 메뚜기는 개구리가, 개구리는 오리가, 오리는 늑대가 없어져야 이 세상이 멋질거라고도 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것들 때문에 행복해 하다가도 똑같이 자신이 만든 것들 때문에 불행함을 느끼는 피조물들 때문에 모마님은 혼란스럽습니다.

결국 모마님은 해답을 찾기 위해 늑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던 똥을 마지막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똥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나서 “너는 누가 없어져야 이 세상이 멋지겠니?”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똥은 잠시 자신을 돌아본 뒤 이렇게 대답합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똥을 누니까 이 세상은 정말 멋져.
하지만 나는 이제 곧 삭아 없어질 거야.
내가 삭아 없어져 땅에 스미면
풀들은 나를 빨아올려 쑥쑥 자랄 거고
푸른 풀들이 우거진 이 세상은 정말 멋질 거야.

똥의 대답에 모마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화답합니다.

늑대가 오리를 먹고
오리가 개구리를 먹고
개구리가 메뚜기를 먹고
메뚜기가 풀을 먹어도
너, 똥이 또다시 풀을 살려
세상을 이어 가는구나.

내가 하루 만에 세상을 만들었지만
세상을 돌게 하는 건 바로 너구나.

네가 이 세상의 중요한 고리 중의 고리,
황금 고리구나.

자신이 단 하루 만에 만들어낸 피조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서로 잡아먹고 나면 이 세상엔 과연 남아날 게 있을까 싶어 혼란스러웠던 모마님은 똥의 말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지금껏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던 피조물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했지만 똥은 달랐습니다. 풀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똥의 희생 덕분에 풀이 다시 살아나고, 그것이 메뚜기와 개구리, 그리고 오리와 늑대를 살아갈 수 있게 했던 겁니다.

가장 낮은 곳에 웅크린 채 이 세상을 떠받들고 있었던 똥은 세상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드는 ‘이 세상의 황금 고리’였습니다.


이 세상의 황금 고리
책표지 : 보리
이 세상의 황금 고리

글/그림 박영신 | 보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레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순환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거기에 더해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낮추고 내어놓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똥에게서 겸허한 삶, 이웃을 생각하는 삶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면 어른들의 욕심일까요?

단순한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 거리들을 담고 있는 그림책 “이 세상의 황금 고리”.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우리 아이들이 이 그림책에서 삶을 풍성하게 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똥의 소박한 한 마디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모마님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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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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