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굴뚝새

새들끼리 누가 가장 높이 날 수 있는지를 놓고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저마다 자기가 제일 높이 날 수 있다고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지혜로운 올빼미가 새들에게 제안을 합니다. 말로만 이럴 게 아니라 누가 가장 높이 날 수 있는지 겨뤄 보자고 말이죠.

그래서 모든 새들이 하늘로 힘차게 날아 올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서 포기하는 새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드높은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끝까지 날고 있는 것은 독수리 뿐이었습니다. 독수리는 지쳤지만 하늘을 가르며 “내가 이길 줄 알았어.” 라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독수리의 두툼한 깃털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왔습니다. 작은 굴뚝새였습니다. 굴뚝새는 독수리의 깃털 속에서 빠져 나와서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독수리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독수리는 굴뚝새를 따라잡아 보려 했지만 지쳐서 더 이상 날기 힘들었습니다.

독수리가 “어떻게 그렇게 높이 날 수 있니?”라고 묻자 굴뚝새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네가 여기까지 데려다줬잖아. 나 혼자서는 이렇게 높이 날지 못했을 거야. 걱정하지 마. 이번 시합에서는 네가 이겼어.” 라고 말이죠. 그리고 굴뚝새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부터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늘 궁금했어.
이젠 알았어.
지금 이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야.
고마워.”

이야기를 들은 지혜로운 올빼미는 독수리와 굴뚝새 모두를 칭찬해주었습니다.

“너희 둘 다 시합에서 이겼어.
독수리는 강한 날개와 의지로,
굴뚝새는 꿈과 지혜로
그 어떤 새도 가 보지 못한 높은 곳까지 날아오른 거야!”

라구요.

내 삶의 관객은 바로 나

작디 작은 굴뚝새의 비상이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의 꿈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기 때문입니다. 독수리의 도움을 받았다고 누군가 비아냥 거릴 수도 있겠지만 굴뚝새에게 그것은 아무런 흉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이겼어!’라고 말하기 위해 다른 새들과 독수리를 속인 것이 아니니까요. 굴뚝새가 원한 것은 높은 곳에서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려다 보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독수리에게 고마워 할 줄 아는 굴뚝새. 올빼미의 말대로 꿈과 지혜로 그 어떤 새도 가 보지 못한 높은 하늘을 날아오른 굴뚝새의 비상이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굴뚝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른 것은 남보다 더 높이 날기 위해, 남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꿈을 향해 날아오른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고 굴뚝새처럼 자신만의 꿈을 향해 날아 오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위해 기꺼이 독수리의 깃털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자기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관객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함께 꿈꾸고 함께 날아오르는 세상

누구도 혼자서는 높이 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독수리가 필요합니다. 힘든 일을 겪을 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제 삶에는 늘 행운이 따랐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왔으니까요. 특히 아주 힘들었던 시절에 제게 현명한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께, 저를 위해 하신 모든 일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모든 사람들이 제 독수리의 깃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가운데 꽁지깃과 같은 역할을 하십니다.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주는 큰 날개깃과 같은 사람들도 있고, 지쳐 있을 때 감싸 안아주는 부드럽고 포근한 깃털 같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특별하고 뜻깊습니다.

독수리가 무엇일까요? 우리 곁에는 저마다의 독수리가 있습니다. 제 독수리는 가장 필요할 때 힘을 주는 강한 정신력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여기까지 높이 데리고 와 준 독수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제인 구달(“독수리와 굴뚝새” 작가의 말 중에서)

제인 구달의 말처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게 바로 우리의 삶입니다. 때로는 굴뚝새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때로는 나 자신이 다른 누군가의 독수리가 되어주기도 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누가 독수리고 누가 굴뚝새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함께 꿈꾸고 함께 날아오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림책 “독수리와 굴뚝새”처럼 모두가 함께 날아 오를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 마칩니다.


독수리와 굴뚝새

독수리와 굴뚝새

(원제 : The Eagle and The Wren)
제인 구달 | 그림 알렉산더 라이히슈타인 | 옮김 최재천/김목영 | 토토북

“독수리와 굴뚝새”는 제인 구달이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들었던 이야기들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제인 구달의 독수리였던 어머니가 매일 저녁 제인 구달과 동생을 양쪽 무릎에 앉혀 놓고 들려주시던 이야기였겠죠. 그리고 제인 구달 역시 자신의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였을 테구요.

그림을 그린 알렉산더 라이히슈타인은 러시아 태생으로 핀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합니다.

“독수리와 굴뚝새”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들려 주는 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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