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이반

‘아이반’은 쇼핑몰에 사는 고릴라입니다. 하루 종일 쇼핑몰의 좁은 우리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낡은 타이어를 가지고 놀거나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자기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어요. 물론 아이반이 처음부터 쇼핑몰에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반의 삶이 시작된 곳은 중앙아프리카에 있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숲이었어요.

아이반의 삶이 바뀐 것은 밀렵꾼이 찾아 온 어느 날이었어요. 나무 상자에 갇혀 길고 긴 여행을 떠나게 된 아이반은 지구 반대편 미국까지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동물원도 아닌 쇼핑몰로 팔려갔어요.

처음에는 작고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죠. 사람들이 입는 옷을 입고,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아이반’이라는 이름도 얻었어요. 야생에 살았다면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배우면서 아이반은 쑥쑥 자랐고 덩치가 너무 커지자 결국 시멘트로 만든 쇼핑몰 좁은 우리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홀로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아이반, 어느날부터 사람들이 아이반에게 자유를 주자고 외쳐준 덕분에 아이반은 또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이번에 아이반을 데려간 손은 따뜻했어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도록 아이반을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쇼핑몰 고릴라였던 아이반은 남은 삶을 나무와 물, 고릴라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답니다.

평화로운 숲 속
따뜻한 자연의 품에서
어느 고릴라의 삶이
다시 시작되었어요.

쇼핑몰 고릴라 아이반의 삶이 그곳에서 끝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세상에는 아이반의 삶을 호기심으로 바라만 보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주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 또 한편으로는 걱정입니다. 호기심으로 혹은 돈을 목적으로 생명들이 함부로 다루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세상 모든 생명은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합니다.


안녕, 아이반

안녕, 아이반
(원제 : Ivan – The Remarkable True Story Of  The Shopping Mall Gorilla)

캐서린 애플게이트 | 그림 G. 브라이언 카라스 | 옮김 김율희 | 다른

그림책 “안녕, 아이반”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콩고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무렵 밀렵꾼에게 잡혀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쇼핑몰에 팔려간 아이반은 처음 3년간은 쇼핑몰 애완동물 가게를 운영하던 가족의 집에서 살았지만 몸집이 너무 커져 버리자 강철로 만든 쇼핑몰 시멘트 우리에서 살게 되었다고 해요. 무려 27년이라는 시간 동안이나 말이죠. 그렇게 아이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동물을 돌보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견해를 갖게 되었고 아이반에게 늦게나마 새로운 삶을 찾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반이 남은 생을 산 곳은 대규모 자연 서식지를 갖춘 애틀랜타의 동물원이었어요. 그곳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고릴라들이 사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쇼핑몰보다야 훨씬 좋은 환경에 친구들까지 있는 곳에서 남은 생을 살 수 있었지만, 애초에 아이반이 태어난 곳에서 자랐다면 아이반의 삶은 어땠을까요? 은색 등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였던 아빠 고릴라처럼 아이반 역시 자신의 무리를 이끌며 고릴라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아이반’이 우리에게 남겨준 과제는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될 것입니다.

‘아이반’의 삶은 동물들이 우리 삶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또한 동물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도 말이지요.

– 조디 캐리건(애틀랜다 동물원의 아이반 담당 사육사)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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