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

마이클 아저씨는 큰길 한가운데에 서서 한쪽 팔을 들어 자동차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교통 순경 아저씨처럼 손짓을 해서 오리 가족이 길을 건너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림책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의 훈훈한 한 장면입니다.

오리 부부인 말라드씨와 말라드 부인은 아기 오리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여기 저기 날아다니다 찰스 강 위 작은 섬이 마음에 들어 그 곳 수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습니다. 그리고 강 옆에 있는 공원까지 헤엄쳐 가서 마이클이라는 경찰 아저씨가 던져 주는 땅콩을 먹고 오곤 했어요. 정성껏 품었던 알에서 여덟 마리의 아기 오리들이 나오자  오리 부부는 다시 새 보금자리가 필요해졌어요.

말라드씨가 먼저 길을 떠나며 일주일 뒤 시민공원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그 사이 말라드 부인은 아기 오리들에게 헤엄 치는 법, 잠수 하는 법, 한 줄로 엄마를 따라 오는 법, 자전거와 스쿠터와 바퀴 달린 수레를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죠.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생각한 엄마 오리는 아기오리들을 이끌고 강 건너 큰 길까지 뒤뚱뒤뚱 걸어갔습니다. 모두 함께 줄을 맞춰서요.

하지만 큰 길을 건너는 일은 쉽지 않네요. 엄마 오리가 길을 건너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빠르게 달려오던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댔고, 놀란 오리들도 모두 꽥꽥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자동차와 오리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마이클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달려왔어요. 마이클 아저씨는 자동차를 세우고 오리 가족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 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오리 가족이 길을 건너자 아저씨는 서둘러 원래 자리로 돌아가 경찰청에 있는 클랜시 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오리 가족이 도로에 나와 있습니다.”

클랜시 씨가 되물었습니다. “무슨 가족이라고요?”

마이클 아저씨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리 가족이요! 빨리 경찰차를 보내 주세요!”

마이클 아저씨 덕분에 무사히 큰 길을 건넌 말라드 부인과 아기 오리들은 나란히 줄맞춰 행진을 계속해 시민공원으로 향했고 사람들은 모두 신기해서 오리 가족들을 지켜 보았어요. 물론 말라드 부인은 기분이 우쭐해져 부리를 높이 쳐들고 더욱 더 뒤뚱뒤뚱하는 걸음으로 아기 오리들을 이끌었죠. 비컨 거리에 이르니 길은 더욱 복잡해졌고 자동차는 아까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클랜시 씨가 보낸 경찰차와 경찰 아저씨들이 나와 자동차를 모두 세우고 오리 가족들이 길을 건너 시민공원으로 무사히 들어 갈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경찰 아저씨들은 웃으면서 오리들에게 잘 가라 인사도 해주었구요.

시민공원 호수의 작은섬까지 헤엄쳐 간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 여덟 마리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던 아빠 오리 말라드씨와 재회했습니다. 아기 오리들은 작은 섬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새보금자리에서 백조모양 배를 따라다니며 땅콩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밤이 오면 작은 섬 위로 올라가 잠이 들었구요.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 (원제 : Make Way for Ducklings)

글/그림 로버트 맥클로스키, 옮긴이 이수연, 시공주니어

※ 1942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곳을 찾아 주려는 오리 부부의 모습은 우리 부모들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네요. 오리 가족이 무사히 공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생각해 보게하는 그림책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의 모습 속에서 이야기를 끄집어 낸 작가의 멋진 상상력은 갈색 콘테로 그려진 그림과 잘 어우러져 마치 오래된 한편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보스톤 시민공원의 아기 오리들
보스톤 시민공원의 아기 오리들 (CC, BY, ⓒSharon Mollerus)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는 1942년 칼데콧 상 수상작으로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오리 가족들의 이야기는 대공황과 제 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따뜻함을 불어 넣어주었다고 해요. 실제로 보스턴 시민 공원에 가면 한 줄로 시민 공원으로 들어가는 오리 가족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고 하네요.

아기 오리 여덟 마리의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이름이 던져주는 즐거움은 이 책이 주는 작은 덤이랍니다. ^^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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